호텔업계의 움직임에 민감한 호텔리어들에게 이미 잘 알려져 있는 호텔 핸드픽트(Handpicked Hotel)는 2016년에 문을 연 신선한 신규 호텔이다. 43개의 객실을 운영하며 상도동이라는 엉뚱한 곳에 둥지를 틀었는데, ‘상도동’이라는 DNA를 감동스러울 만큼 정성껏 세상에 펼치며 그들만의 라이프스타일(Life-style) 호텔의 기준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호텔의 디자인은 발군이다. 호화롭게 돈으로 치장한 건물과는 거리가 멀다. 오래된 동네의 성실하고 번듯한 청년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세련되다. 동네에서 모나지 않는 일부가 돼 나름의 빛을 발한다. 운영은 과감하다. 1층 공간은 이동과 게이트 공간으로만 온전히 자리했다. 최소화 한 프런트 공간은 9층으로 부양시켜 고객을 9층으로 자연스레 유도한다. 핸드픽트는 그 9층의 창을 통해 상도동이라는 동네의 아기자기한 옛 주택들과 색감들을 그림처럼 선물한다. 9층의 뻥 뚫린 창문과 핸드픽트 객실의 창을 통해 본 상도동 풍경은 묘하게도 “아 맞아, 이게 서울이었지”하는 가벼운 탄식을 끌어낸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에게 사람 사는 동네로서의 서울을 느낄 수 있는 호텔로 ‘핸드픽트’를 1순위에 올려도 손색없다. 볼룸(Ball Room)이라 칭하는 지하의 복합공간은 더위를 피해 호텔을 찾은 상도동 동네 어르신들, 어린아이의 손을 잡고 커피 한잔 하러 들리는 젊은 엄마들까지 동네 사람들로 복작하다. 동네 호텔이 되겠다는 확고한 목적을 그들은 실천하고 있다. 간단하고 요란하지 않지만 정갈한 음식에서도, 상도동의 칼국수 집과 오래된 병원을 자랑스럽게 소개하는 모습에서도 핸드픽트의 한결같은 정신세계가 유지됨을 알 수 있다. 장담컨대 많은 외국인들에게 사랑 받는 서울의 진정한 라이프스타일 호텔로 성장할 것이다. 

뜻한 바를 실천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속 쓰린 수익의 영역을 책임져야 할 핸드픽트의 대표는 할아버지 때부터 그 장소에서 함께 자라고 살아온 김성호 대표다. 재킷에 이름표를 달고 한 손에 호텔 고유의 향을 내는 방향제를 들고 다니며 프런트와 호텔 구석을 누비는 그는 이제 막 호텔 세계에 입문한 초보 호텔리어다. 하지만 자신이 직접 만들어낸 자신의 공간에서 본인이 생각한 서비스를 꼭 실현해 보겠다는 고집스러움을 탑재했다. 기존 호텔의 관습에 물들지 않은 스스로 창조된 호텔리어다.

강남 국기원 사거리에 2016년 개장한 ‘소울하다’라는 객실 46개의 작은 호텔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10년 넘게 그야말로 강남 골목에 흔히 마주치는 모텔의 모습으로 살아오던 낡은 모텔이 용기를 내어 멋진 호텔을 지어보겠다며 개보수를 실시해 지금의 ‘소울하다’가 탄생했다. 뭔가 멋진 호텔을 만들어 보려고 애쓰긴 했는데 객실의 구조와 전체적인 느낌은 호텔의 일반적인 그것과는 사뭇 달라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그러나 그러한 미숙함을 품고 있으면서도 그들은 열심이라는 단어를 뛰어넘어 절박함으로 그 호텔을 운영한다. 그들의 간절한 목표는 단 하나. 고객으로부터 좋은 호텔이었다는 진정 어린 칭찬을 듣는 일이다. 30대 초반의 젊은 총지배인은 오랫동안 숙박업체를 운영해온 어머니에게 ‘책임지고 좋은 호텔을 만들겠다’며 간절히 요청하면서까지 생소한 분야에 뛰어들었다. 경험이 전혀 없는 호텔업이라는 불안한 세상에 뛰어들며 멀쩡히 직장 잘 다니는 죽마고우를 꾀어 호텔로 끌어들이는 배수진을 친다. 둘이 힘을 합쳐 반드시 멋진 브랜드의 호텔을 만들겠다는 미래를 설계하지만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그들은 부족한 지식을 발품으로 해결하고 있다. 귀동냥으로 공부한 PMS와 채널매니저를 도입하고 최소 두 번 오신 손님은 반드시 기억하고 최선을 다해 가족처럼 대하자는 순박한 영업목표만을 실천하고 있다. 지금 같은 힘든 상황에 매월 93%가 넘는 가동률을 보이면서도 자기들이 얼마나 잘 하고 있는지를 모른 채 그저 멋쩍게 머리만 긁적인다. 청소부터 고장 수리, 프런트 고객응대와 주변 기업체에 영업을 다니는 일도 모두 도맡아 하며 이 호텔을 짊어진 젊은 김산 총지배인은 이제 막 호텔 세계에 입문한 초보 호텔리어다. 하지만 자신이 운영하는 호텔이 좋은 호텔이었다는 칭찬 한마디에 미래를 거는 고집스러움을 탑재했다. 기존 호텔의 관습에 물들지 않은 스스로 창조된 호텔리어다.

두 호텔리어는 고객에게 간절히 전달하고픈 그들의 이야기가 있다.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소통이 필요했고, 소통을 위해 고객과의 접점에 소통을 원한다는 메시지를 남긴다. 팔려도 그다지 도움 안 될 독특한 패키지가 그러하고 단골 고객이 문밖에 보이면 촌스러운 뜀박질로 달려 나가 가방을 낚아채듯 들고 오는 모습도 그들의 소통 방식이다. 작은 호텔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는 주변 호텔들의 일반적인 평가는 이제 별 감흥이 없다.

고객에게 무엇을 전달하기 위해 소통과 서비스를 준비하는가? 소통을 위한 형식적 소통에 익숙한 우리들에게 이 질문의 답을 찾으려는 노력 없이는 이 두 신참 호텔리어가 전달하는 귀한 메시지를 놓칠 수도 있다. 
 
유경동
유가기획 대표 kdyoo@yoog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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