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적게 걷는 사람들은 인도네시아 사람이다. 미국 스탠퍼드대학 연구팀은 스마트폰에 탑재된 도보 측정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세계 46개국 70만 명의 하루 평균 걷는 횟수를 측정했다. 그 결과, 인도네시아(3,513회)사람들이 가장 적게 걷고, 홍콩(6,880회) 사람들이 가장 많이 걷는다고 한다. 한국은 하루 평균 5,755회로 8위에 올랐다. 인도네시아 국민들이 잘 걷지 않는 이유는 더운 날씨와 교통체증 등 복잡한 인도네시아의 사정 때문이다. 또한 걸을 필요가 없다는 것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인데, 무엇이든 집 앞까지 배달해 주는 ‘고젝(Go-Jek)’ 서비스 때문이자 덕분이다. 

고젝은 우리나라의 퀵서비스와 비슷한데, 원래는 택시처럼 길거리에서 손님을 기다리며 대기하는 오젝(Ojek)이라는 오토바이 운송, 배송 서비스를 온라인/모바일 플랫폼에 담은 것이다. 개인이 운영하는 길거리 오토바이의 경우, 공식적인 가격이 정해지지 않아 부르는 게 값이고, 사고가 발생할 경우 보험처리도 어려웠다. 교통체증 때문에 물건 뿐 아니라 사람도 급할 때는 오젝을 이동수단으로 이용하는데, 기사가 나쁜 마음을 먹으면 어디로 데려갈지 모르기 때문에 불안한 마음으로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값나가는 물건은 분실의 위험도 감수해야 했다. 

자카르타가 있는 자바 섬은 세계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곳으로, 13만㎢에 1.5억명이 산다. 전철이 생기기는 했지만, 다니는 지역이 한정되어있고, 지하철이 없기 때문에, 차를 가지고 어디로든 가려면 평소에도 심각한 교통체증을 감내해야 한다. 궁즉통(窮則通)이고 위기는 기회라고, 고젝은 우버(Uber)의 시스템을 오토바이에 적용한 O2O(Onlie to offline) 아이디어 상품이다. 

인도네시아 25개 도시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고젝은 20만 명에 달하는 오토바이 운전자를 보유하고 있는 자타공인 인도네시아 최대 O2O기업이자 서비스로 급속히 성장했다. 고젝의 승승장구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 고젝은 올해 초 전 세계 인터넷 기업 시가총액 상위 20위 중 애플, 구글, 알파벳, 아마존, 페이스북 다음으로 5위를 차지한 인터넷·게임 업체 텐센트가 주도한 투자 라운드를 통해 12억 달러(한화 약 1조3,600억 원)규모의 신규 투자를 유치했다. 이후 고젝의 기업가치는 30억 달러(한화 약 3조4,000억 원)로 평가되었다. 

잘 걷지 않는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습성, 저녁식사 한 번 하려고 나오면 차가 막혀 한 밤 중에야 도착을 하는 불편함, 오토바이를 많이 타고 이용하지만, 오젝을 이용할 때 현금거래를 해야 하는 불편함과 분실위험, 섬 나라 특징 상 인터넷 보다는 모바일과 메신저 위주로 소통하는 방식을 연결해 사람들의 필요를 채운 것이다. 

시작은 ‘오토바이 택시’와 퀵서비스’ 였으나 지금은 음식배달, 장보기, 아주 사소한 심부름까지도 고젝서비스로 해결한다. 운송비용은 아무리 비싸봐야 5,000원 이하라 길에서 버리는 시간, 기름값 등을 따져보면 고젝을 이용하는 것이 훨씬 가성비가 좋기 때문이다. 

또한 고젝의 기사들은 동일한 유니폼과 헬멧을 착용해 개인이 운영하는 남루한 차림의 오젝보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이라는 인상을 주었다. 기사들이 이동하는 것 자체가 광고가 되기 때문에 급속도로 이용자가 늘어났다. 

말레이시아의 그랩(Grab)도 진출 해 고젝과 각축전을 벌이고 있어 앞으로 인도네시아의 O2O시장은 더욱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4차 산업혁명이 오면 가장 먼저 사라질 직업 중 하나가 여행사라고 한다. 아직 특이점*이 온 것 같지도 않은데 여행사의 입지는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성경도 “하늘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했다. 스티브잡스가 존경을 받는 이유는 그가 세상에 없는 것을 발명해서가 아니라, ‘Connecting dots’ 즉, 이미 있는 것들을 필요에 맞게 조합한데 있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도 인간의 근본적인 필요는 대체할 수 없다. 여행 역시, 아무리 가상현실 기술이 발달하고 영상촬영 기술이 뛰어나도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하고자 하는 사람의 욕구는 밥을 먹고 잠을 자는 욕구처럼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미 가진 요소들을 조합해 필요를 채우는 방법. 인도네시아의 고젝을 통해 한 수 배울 수 있다. 
 
특이점(singularity)이란, 최근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한 세미나에서 언급한 말로, 기존의 문명 기준을 넘어서는 가상지점을 뜻하는 미래학 용어
 
박재아
인도네시아관광청 서울지사장
DaisyParkKore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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