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여행사를 이용해 예약했던 숙소를 찾아갔는데, 엉뚱한 소리를 한다. 전체 일정 중 며칠은 다른 객실(그것도 다른 건물!)에서 자야 한다는 것이다. 딱 보니 오버부킹이다. 메일로 들어온 예약 확인서 어디에도 그런 내용이 없어 따져 물었더니 숙소 주인은 얼렁뚱땅 딴소리뿐.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것이 싫어서 한 곳에 장박을 했는데 의미가 없어졌다. 주인은 환불을 해주겠다 하더니 갑자기 예약한 사이트 정책상 환불이 어렵다고 말을 바꿨다.

그래, 게스트가 비빌 언덕은 이용했던 여행사 아니겠나. 약관을 뒤지다 석연찮아 로밍 요금을 감내하고 콜센터에 국제전화를 걸었다. 따르릉만 수십여번, 녹음된 안내 목소리가 나오더니 이메일로 문의를 하란다. 당장 오늘밤 숙소가 문제인데 메일을 기다릴만큼 나는 양반이 아니다. 상담원 연결을 누르고 한참. 아니! 이럴수가, 상담이 많아 연결을 못하겠다며 끊겼다. 난 아직 기다릴 용의가 있는데! 문자가 날라온다. ‘로밍요금 7,392원.' 전화 상담을 하고 싶은 의지를 박탈당했다.

일은 어쩔 수 없는 방향으로 흘렀다. 객실료를 받은 주인이 칼을 쥐고 있었다. 이미 결제를 한 게스트로서 남은 수일 간의 객실료를 아무 담보도 없이 포기할 수 없다. 그냥 하란데로 옮겨다녀야 한다. 문제 상황을 도와야 하는 중개인은 도대체 어디 있나? 돌아와 메일을 보내고 억울함을 알릴 수 있겠지만 그건 모든 불합리를 겪고 난 뒤의 일이다. 

온라인 여행사의 서비스 실태가 문제시된 건 오래된 일이다. 한국어 사이트는 있지만 한국어 상담원은 없거나 있어도 연결이 안되기 일쑤다. 그럼에도 어쨌든 연락하려면 스피커폰을 켜놓고 인형 눈 붙이기 같은 소일이라도 하고 있어야 한다. 상담원 연결까지 시간이 오래오래 걸릴테니까. 글로벌과 온라인화를 명분 삼아 시스템 뒤로 숨으려는 작태가 불만스럽다. 돈 받을 때만 실시간이면 무엇하나. 고객 상담은 전보 보내는 수준인데 말이다. 
 
 
차민경 기자 cham@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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