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TA 양 회장 ‘항공권 공청회’에서 밝혀
-법적 접근 … 감정 아닌 논리로 개선 모색

여행업계가 ‘제로컴(Zero Commission)’의 불합리성에 대해서 본격적인 문제제기에 나선다. 항공사가 일방적으로 결정한 항공권 발권수수료(커미션) 폐지 조치가 법·제도적으로 합당하지 않으며, 이로 인해 여행사들이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는 판단이 바탕에 깔려 있다. 

한국여행업협회(KATA) 양무승 회장<사진>은 지난 18일 서울 KEB하나은행에서 개최한 ‘항공권 유통체계 개선을 위한 공청회’에서 “법리적 측면에서 제로컴이 부당하고 위법소지가 많다는 점을 짚었는데 다음 단계의 계획은 무엇이냐”는 청중 질문에 대해 “이번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이든 국토교통부이든 관계 당국을 상대로 다음 수순을 밟겠다”고 밝혔다. 공정위 제소나 정책당국에 대한 이의제기 등 가능한 수단을 모두 염두에 둔 답변이었다. 양 회장은 “지난해 공정위에 1개 법안에 대한 위법성을 주장했는데 혐의 없다는 결론을 받았다”고 전하고 “하지만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판단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 의구심이 들어 법학계 연구용역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청회는 2010년 대한항공, 2011년 아시아나항공의 수수료 폐지 조치로 한국시장도 사실상 제로컴 체제로 전환된 뒤 최초로 법리적 측면에서 제로컴이 과연 합당한 것인지 따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막연하게 여행사 생존을 읍소하거나 무작정 반대시위를 했던 과거의 감정적·대립적 접근방식에서 탈피해 논리적·이성적 접근을 시도한 셈이다. 

연구 결과는 제로컴에 대한 여행업계의 인식과 비슷한 맥락이었다. 현재의 항공권 유통구조 실태를 법적 측면에서 평가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이황 교수는 “현재의 상황은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 우려 ▲경쟁제한적 공동행위 우려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 소지 ▲대리점법 위반 소지 ▲약관법 위반 소지를 안고 있다”고 지적하고, 커미션과 볼륨인센티브(VI), BSP 제도,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대리점 계약규정(PSAA) 등의 쟁점을 소개했다. 제로컴 조치를 공정거래법적 측면에서 검토한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신영수 교수는 “항공사가 일방적으로 발권수수료(커미션)를 폐지하고 이로 인해 여행사들의 상당한 불이익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발권수수료 폐지 조치는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지위남용 행위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또 이스라엘과 인도 법원이 항공사의 일방적 제로컴 결정에 대해 무효 및 철회 판결을 내린 사례도 소개했다. 토론자로 나선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채형복 교수는 항공사들의 이익단체인 IATA의 규정이 마치 국제법에 준하는 위상을 갖춘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채 교수는 “항공사 사업자 단체인 IATA의 규정(Resolution)이 한 국가의 법보다 상위의 기능을 발휘한다는 것은 모순이며, 그 실제 위상에 대한 연구와 재인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응도 고무적이었다. 한 여행사 대표는 공개발언을 통해 “그동안 끙끙 앓고 여행사 존립의 위기를 느끼면서도 어느 누구도 제대로 말하지 못했던 부분을 오늘 법리적 측면에서 확인할 수 있어 매우 뜻 깊다”며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실질적인 개선과 변화를 이끌 수 있도록 여행업계가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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