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씩이나 되는 연휴가 또 언제 찾아올까?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열흘이나 되었던 이번 추석 연휴에는 해외여행을 계획한 사람이 그 어느 때보다 많았다. 지난해 추석 연휴에는 해외 출국자 수가 32만 명이었는데, 올해는 출국자 수가 세 배 이상 많은 102만 명을 기록했다. 

해외 출국자 수만 보더라도 여행산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에 국민소득 향상, 여가 문화 활성화, 대체휴일제 도입, 저비용항공사의 성장 등 긍정적인 외부 환경을 고려하면 여행업의 성장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주 5일제 실시와 더불어 저비용항공사의 등장은 주말을 이용한 단거리 해외여행객의 증가를 가져왔다. 또 가족여행, 커플여행, 홀로여행, 대학생의 배낭여행, 직장인의 주말여행, 은퇴부부의 여행 등 여행의 형태와 연령층도 다양해지고 있다. 

나아가 2017년을 살아가는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은 과거와는 달리 레저와 여가활동이 즐거운 삶을 꾸리는 하나의 잣대가 되고 있다. 과거에는 해외여행자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지만 이제는 여행이 ‘휴식’, ‘재충전’, ‘체험’을 위한 절호의 기회로 바뀌고 있다. 이 같은 여가 문화는 물질적, 시간적 여유가 생긴 우리의 삶 속으로 깊이 파고들며 여행 수요를 지속적으로 창출하고 있다. 
여행산업이 세계적으로 고성장이라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면, 한국인의 여행 트렌드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앞으로 어떤 여행이 뜰 것인가? 어떤 변화가 왜 일어나고 있을까? 이에 답하기 가장 좋은 방법은 거시적 환경의 메가 트렌드(Macro Trends)를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예측하는 것이다. 트렌드 예측은 새로운 먹거리를 고민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을 기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여행 트렌드를 매우 간편하게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대형서점을 찾는 것이다. 여행 서적에는 수많은 여행을 경험한 여행작가, 여행 출판사, 여행 기획자의 노하우가 축적되어 있다. 어떤 여행 서적이 나와 있고, 어떤 책이 잘 팔리는지 살펴보면 여행 트렌드를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또 여행 분야의 창작자들이 기획하고 생산하는 콘텐츠가 여행 트렌드에 큰 영향을 끼치므로 이를 확인하여 여행 트렌드를 점쳐 볼 수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최근 서점에서 볼 수 있는 여행 서적이 예전에 비해 매우 다양해졌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특정 지역과 국가에 관한 가이드북이 전부였다면 이제는 테마가 있는 여행 서적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해외 어느 시골에서 한두 달을 살아보는 여행, 엄마와 아이가 떠나는 여행, 주말에 떠나는 동남아시아, 맛집 투어 등 다양한 테마 서적이 눈에 띈다.

여행의 동기는 여행자가 오랜 기간, 그리고 다수의 여행을 경험할수록 점점 진화하는 것 같다. 이는 미국의 심리학자인 에이브러햄 매슬로(Abraham Maslow)의 5단계 욕구 이론(Maslow's hierarchy of needs)을 통해서도 설명할 수 있다. 

매슬로는 인간의 욕구는 그 중요도별로 일정한 단계를 형성하는데, 인간은 가장 낮은 차원의 욕구가 충족되면 자연스럽게 더 상위의 욕구를 좇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간의 욕구를 가장 하위의 1)생존을 위한 의식주에 대한 욕구(Physiological) 2)안정을 위한 안전의 욕구(Safety) 3)애정 소속의 욕구(Love/Beloging) 4)존경의 욕구(Esteem) 5)자아실현 욕구(Self-actualization)의 다섯 단계로 나누고 있다. 

인간이 의식주에 대한 욕구를 충족한 후에야 안전, 애정, 성장, 자아실현의 욕구를 쫒는 것과 마찬가지로 여행자도 맛집과 주요관광지를 방문한 후에야 현지인과 교류를 갖는 등 더욱 고차원적인욕구 충족을 원하게 된다. 즉, 가장 낮은 차원의 욕구가 충족되면 자연스럽게 보다 상위의 욕구를 좇게 되는 인간의 욕구가 여행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다양한 서적을 통해 알 수 있는 여행 트렌드의 뚜렷한 변화는 개인화 현상이다. 최근 여행의 형태는 과거의 단순한 유람과 쇼핑, 관광중심의 패키지 여행에서 벗어나 점차 ‘개인화’되고 있으며 여행가들의 여행 목적과 동기, 방식 또한 복합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또 다른 여행 트렌드가 궁금하다면, 오늘 점심시간은 가까운 서점에서 보내시라고 권해드린다. 여행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진화할 것인지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상현
에어비앤비 정책 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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