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한국여행업협회(KATA)가 개최한 ‘항공권 유통체계 개선을 위한 공청회’를 전한 기사가 나간 뒤 한 패키지여행사 간부급 직원은 “제로컴(Zero Commission)이 얼마나 부당한 것이었는지 새삼 알게 됐고, 그런 만큼 (정책 당국에 부당성을 제기하고 개선책을 도출하는 일도)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느꼈다”고 다소 들뜬 투로 말했다. 공청회 당일 “우리들도 미처 몰랐던 부분을 법리적 측면에서 일깨워줬다”며 발표자들에게 공개적으로 감사를 표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미 끝난 게임인데 이제 와서 연구하고 공청회를 한들 달라지는 게 있겠느냐”던 공청회 이전 회의적인 분위기와 비교하면 공청회는 일단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관심은 다음 단계로 쏠렸다. 법학자들을 통해 현행 항공권 유통체계의 불합리한 부분을 법리적으로 짚었다면, 다음 단계는 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행동을 취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연구와 발표, 문제제기에서 끝낼 생각이었다면 애초에 시작하지도 않았다”는 KATA 양무승 회장의 말을 떠올리면 개선을 향한 실천과 실행 의지는 충분해 보인다. 하지만 의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것 또한 현실이다. KATA가 스스로 밝혔듯이 이미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에 문제제기를 했다가 원하는 결실을 얻지 못한 채 무위로 끝난 경험이 있지 않은가. 

로드맵이 필요하다. 치밀하고 노련한 전략과 전술을 바탕으로 촘촘한 로드맵이 그려질 때 여행인의 결집도 기대할 수 있다. 공청회를 통해 항공사-여행사 간의 불평등한 업무관계, 제로컴의 부당성, 불합리한 제도 등을 꼬집고 화두를 던졌다면, 이제는 그것들의 앞뒤와 경중을 가리고 따져 순서를 정하고 선택하고, 거기에 집중해야 한다.

발표자들도 지적했듯이, 항공사와 여행사 간 업무의 기본 규정인 IATA PSAA(Passenger Sales Agency Agreement)에서 실마리를 잡는 것도 방법이다. 발표자 말마따나 “‘대리점 계약서’라고 해석하기에도 ‘대리점 약관’이라고 하기에도 적절하지 않고, 한국어 번역도 제대로 돼 있지 않은” 이것의 정체부터 파악하는 게 순서일 수 있다. 거슬러 올라가면 모든 문제는 거기에서 파생됐을 수도 있으므로.
 
 
 
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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