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머신을 타고 목포의 근현대를 만났다.  영광과 기쁨보다는 아픔과 상처의 흔적이 더 크다. 
시간이 멈춘 목포의 옛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목포의 옛 모습 그대로 다순구미
 
전남 목포 온금동의 옛 이름은 ‘다순구미’다. 따사롭다는 뜻의 사투리인 ‘다순’과 몽골어로 후미진 곳을 뜻하는 ‘구미’가 합쳐진 이름이다. 언뜻 보면 통영의 동피랑 마을이나 부산의 감천문화마을을 닮은 듯하지만, 그곳과는 또 다른 포근함과 한적함이 있다. 일제 강점기의 조선내화 폐공장이 아직도 그 자리에 있고, 1970년대 대통령선거 포스터가 여전히 붙어 있을 만큼 옛 모습이 많이 남아 있는 다순구미. 사람의 인생을 닮은 듯 오르막내리막을 반복하는 작은 골목들이 얽힌 동네의 모습이 계속 유지됐으면 하는 바람은 잠시 들렀다 가는 여행자의 욕심일까.

뱃사람들이 모여 살던 온금동에서는 아이들을 ‘조금새끼’라고 부르곤 했다. 조금새끼는 선원들이 어업을 나갈 수 없는 조금(썰물) 때 생겨 태어난 아이를 부르는 말이다. 한날에 태어난 아이들은 아버지의 생업을 물려받아 바다로 나갔다가 풍랑에 부딪혀 다시 한날에 바다에 묻힌다. 그래서 다순구미의 남자들은 생일과 제삿날이 같은 경우가 많다고.

목포 근대역사관은 우리나라 근대 역사의 슬픔과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근대역사관 본관은 과거 일본영사관으로 사용됐던 건물이다. 외벽에 새겨진 동그란 문양은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인 욱일승천기와 닮아 있으나 시기적으로 들어맞지 않는다. 일본 왕실의 문양인 국화로 추정된다. 외벽의 부서진 흔적들은 6·25 전쟁 당시 포탄의 흔적이다. 건물 뒤편에 자리한 굴은 일본인들이 전쟁 때 조선인을 강제 동원해 만든 방공호로 지금은 방공호가 지어지던 당시 노동착취의 현장을 재현해 전시하고 있다. 본관에는 일제 수탈에 대한 흔적, 일제강점기 당시 목포의 모습을 비롯해 근대 교육, 종교 등 목포와 우리나라의 근대사에 대한 기록이 전시되어 있다. 
 
 
 
근대 역사의 아픔이 서려
 
유달동 사거리를 지나 한 블록 더 직진하면 과거 동양척식주식회사 건물로 사용됐던 근대역사관 별관을 만날 수 있다. 사진자료 위주로 전시된 별관 2층에는 과거 동양척식회사에서 사용했던 금고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금고 안에는 일제의 만행을 가감 없이 담은 사진들이 걸려 있는데, 그 모습이 너무 잔혹해 임산부나 노약자, 어린 아이들이 관람할 때는 주의가 필요할 정도다.

목포에서 해수와 담수가 만나는 영산강 하구에는 명물이 하나 있다. 한 쌍의 바위가 삿갓을 쓴 사람의 형상으로 보인다고 해 이름 붙은 ‘갓바위’다. 천연기념물 500호이자 목포 8경 중 6경에 해당하는 이 바위는 오랜 시간 풍화와 해식을 겪으며 만들어졌다. 소금장수와 아버지, 아라한과 부처님에 얽힌 두 개의 흥미로운 전설도 깃들어 있다.

이 밖에도 호남은행 목포지점, 정명여학교 선교사 사택, 목포 양동교회 등 근대건축물들이 모두 유달산 아래, 목포 구도심에 위치해 있다. 그중에서 일반에게 잘 공개되지 않는 곳이 1930년대 호남 최대 규모의 일본식 정원을 품고 있는 이훈동 정원이다. 조선내화(주) 창업자이자 전남일보 발행인인 성옥 이훈동 선생은 추사의 글씨부터 운보 김기창, 남농 허건의 병풍 등 귀한 그림과 도자기를 수집했는데 88세(미수)를 기념해 성옥기념관을 건립하고 수집품들을 공개했다. 이 작품들만으로도 눈 호강인데 운 좋게 이훈동 정원까지 관람했다. 나무와 벽돌로 지은 일본식 가옥을 둘러싼 입구 정원, 안뜰 정원, 임천장원, 후원만으로도 규모가 굉장한데 지그재그 계단을 통해 언덕으로 올라가면 목포 구시가지가 한눈에 보이는 잔디마당까지 펼쳐진다. 

이훈동 정원에 대한 부러움을 씻어 준 것은 유달산이었다. 높이 228m의 나지막한 유달산은 거석 노적봉을 포함한 기암과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다. 단연 목포의 랜드마크이자 자부심인 이곳은 누구나 공짜로 들어가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자연의 선물이다. 그리 긴 코스가 아니므로 슬렁슬렁 정상까지 올라가면 시야가 터지고 가슴도 열린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니 목포는 항구가 맞다. 참 정겨운 미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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