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과도한 배상책임 불합리’ 시정 권고
-여행사, 호텔 반발에 아예 판매 중지 결정

일부 국내 대형 여행사의 홈페이지에서 얼리버드 성격의 환불불가 호텔 요금이 사라졌다. 하나투어, 인터파크투어, 호텔패스 3사는 공정거래위원회와 환불불가 요금의 판매에 대한 조정 끝에 12월1일부터 체크인까지 120일 이상 남은 환불불가 특가 상품의 판매를 중단했다. 공정위는 국내 여행사에 이어 아고다, 부킹닷컴, 호텔스탓컴, 익스피디아 4곳의 외국계 OTA와도 같은 조항에 대해 논의 중이다. 

호텔 환불 불가 약정에 대한 공정위와 여행사 간 조정은 올해 상반기부터 본격화 됐다. <본지 4월3일자, ‘공정거래위원회, 이번엔 호텔 환불불가 요금에 주목’ 참고> 당시, 공정위는 ‘체크인까지 상당한 기간이 남은 경우 재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환불을 안 해주는 것은 과도한 손해 배상 의무를 부담하게 한다는 것’이라며 환불 불가 요금의 불합리함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여행사는 환불 불가를 조건으로 파격적인 가격에 공급하고 소비자도 동의를 하고 구매가 이뤄진다며 맞섰다.  

이후 논의를 이어 온 양측은 11월 초 ‘체크인까지 120일 이상 남은 상품은 취소 및 환불이 가능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해당 조건은 공정위의 시정 권고를 받아들인 국내 OTA인 하나투어, 인터파크투어, 호텔패스 세 곳에 적용되며, 12월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표면적으로 이 3곳의 여행사를 이용하는 소비자는 투숙일이 4개월 이상 남은 숙박 상품의 예약에 대해 취소 및 환불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내용을 살펴보면 상황은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당초 공정위의 의도는 소비자가 원활히 취소와 환불을 받도록 하는 것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여행사는 원천공급자인 호텔이 환불 불가 조건을 못박은 상품에 대해 12월1일부터 판매를 중지했다. 여행사 관계자는 “호텔에 한국의 상황을 설명했으나, 납득하지 못하고 환불 불가 요금을 수정할 수 없다는 곳이 태반”이라며 “여행사는 여행자에게 취소나 환불을 해줘야할 의무가 발생하지만, 실제 서비스 업체인 호텔은 여행사에 해당 상품에 대해 환불 불가 조항 그대로 적용하기 때문에 취소나 환불이 발생했을 때 모든 부담이 여행사에 주어진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환불이 가능하도록 하라고 하는데 호텔에서 받아들이지 않으니 차라리 환불불가 요금은 판매를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이번 조치가 환불불가를 감수하고라도 저렴한 예약을 원하는 소비자의 선택의 기회를 줄이는 역효과를 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여타 여행사에도 이어지고 있다. B2B 호텔 공급사 몇 곳도 제휴사에 공문을 보내 공정위의 시정안을 공지했다. 호텔을 다루는 중소업체 A사는 “우리도 하나투어와 같이 환불이 어려운 상품의 판매를 막기로 했다”며 “환불 부담을 안기는 어려우니 대안으로 선택하는 것이고, 대형사부터 시작해서 결과적으로 국내 업체들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공정위와 외국계 OTA간의 겨루기는 아직 진행 중이다. 11월14일 공정위는 아고다, 부킹닷컴, 호텔스닷컴, 익스피디아 4개 외국계 OTA의 환불 불가 조항에 대해 시정 권고를 하고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발표했다. 

차민경 기자 cham@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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