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차인 남자에게 물었다. (도대체, 말도 안돼, 미친 거 아냐?) 아니 왜 내가 싫으냐고! 그의 입에서 나온 답으로 인생이 달라졌다. 답인 즉슨, “너는 누굴 좋아하기 시작하면 색깔을 잃어버려”서 매력이 없어진다는 거다. 카멜레온도 아니고 무슨 색타령인가 싶지만, 곰곰이 생각해봤다. 외모경쟁은 끝이 없고, 일시적이다. 인정하긴 싫지만 내 외모가 특출난 것도 아닌데다, 더 잘난 선수가 등장하면 쓸쓸히 링을 떠나야 하는 게 이 동네의 룰이다. 남들과 비교할 수 없는 무언가, 나만 가진 ‘단 하나'가 없다면 결국 비교당하고 인간관계마저도 승패를 가르는 게임을 하게 되기 십상이다. 계속 싸워나갈 수 있는 나만의 무기를 갖는 것, 연애와 사업은 물론이요, 세상의 모든 성공의 바탕이 아닐까. 

‘지속가능’하다는 말이 요즘 많이 들린다. 특히 대기업에서는 예외없이 ‘지속가능경영’이 화두다. 유엔세계관광기구와 온난화의 직격탄을 맞고 점점 가라앉고 있는 남태평양 도서국들은 2017년을 ‘지속가능관광의 해'로 지정하고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지속가능이란 간단히 말해, 당장 잘 먹고 잘 살려고 자식, 후손이 사용할 자원(사회, 경제, 환경 등)을 다 끌어 쓰지 말고 서로 균형 있게 살자는 거다. 멀리보자는 이야기다. 개발을 덜하더라도 후손을 위해 좀 아껴두자는 것이다. 그러나 진정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발전을 이루려면, 이런 관점은 되려 위험할 수도 있다. 

살을 뺀다고 잘 먹지 않고, 먹은 게 없으니 기력이 달려 누워만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좋은 단백질과 운동을 병행해야 건강하게 다이어트를 할 수 있다. 지속가능한 발전이라 함은, 보존이 아닌 순환이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훼손을 줄이면서 더 큰 가치를 만들 수 있도록 더 나은 방법을 더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것이다. 

그럼 지속가능 관광은 어떻게 풀어내야 할까. 여행은 본질적으로 소비 행위이고 지속가능성에 역행하는 행위라는 것을 솔직히 인정하고 시작해야 한다. 리조트에서 하루 만에 버려지는 쓰레기 양은 엄청나다. 집의 세간살이를 놔두고, 굳이 거금을 들여 밖에서 자고 먹는 것 자체가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에 어긋나는 행위다.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에 따르면 전 세계 이동인구가 1950년 2,500만명에서 2014년 11억3,500만명으로 증가했다고 한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지금과 같은 관광산업의 성장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2050년까지 에너지 소비는 154%, 온실가스 배출은 131%, 물 소비는 152%, 고형폐기물은 251%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럼에도 여행산업은 모든 영역을 통 털어 금융다음으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다. 무조건 아껴라, 재사용하라, 버리지 말라고 하는 것이 지속가능관광의 지향점이자 모토일까? 물론 지나친 낭비는 줄여야겠지만, 어쩔 수 없이 소비가 일어나는 부분은 오히려 종속변수로 두고, ‘훼손을 줄이면서 더 큰 가치'를 만드는 방향으로 지속가능관광의 화두를 잡아야 한다.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는 현지 사람들이 여행자들의 방문을 통해 더 잘 먹고 잘 살며, 그들의 고유한 문화와 생활방식을 잘 보존해, 더 많은 사람들이 찾게 만드는 것이다. 

여행사의 경우, 로컬문화가 배제된 신상 호텔, 수영장, 한식당 등만을 강조한 여행 일정 위주로 운영하다보면, 외모 경쟁처럼 자연히 더 많은 투자가 일어나는 곳, 더 신상인 곳에 사람이 몰리기 마련이다. 그 지역, 그 집단, 그 환경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그 무언가'가 빠진 여행은, 반복적인 소비경쟁이 될 뿐이다. 여행자의 입장에도, 우리와 다른 습성, 의식주,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고 그 환경 속에 머물다 보면, 여행만이 주는 진짜 매력인 다양성을 경험할 수 있으니 더 이상 여행을 소비나 낭비로 치부할 수 없다. 오히려 그 소비를 통해 누군가의 삶을 윤택하게 하고, 고유한 것을 지켜가도록 기여한, 순환을 위한 행위가 될 수 있다.  

“인생의 진정한 비극은 우리가 충분한 강점을 갖고 있지 않다는 데에 있지 않고, 오히려 갖고 있는 강점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다는 데에 있다.”라고 말한 벤자민 프랭클린은 미처 활용되지 못한 채 낭비되는 재능을 ‘그늘에 놓인 해시계’라고 불렀다. 우리에게 자원이 부족해서라기 보다, 이를 제대로 활용할 줄 모르고, 활용하지 않는 소극적인 태도가 근본적인 재앙을 낫는 씨앗이 될 수도 있다. 이 원리를 진작에 알았더라면, 지속가능하고 풍성한 연애를 할 수 있었을텐데, 안타까운 마음이다. 그러나 덕분에 나만의 색깔은 분명히 찾았다. 그리고 지금은 결혼해서 애도 낳고 잘 살고 있다. 
 
 
인도네시아관광청 서울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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