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돌아온 뒤에도 곡성 사람들의 때 묻지 않은 미소가 떠올랐다. 순수하고 정 많은 이들이 모여 사는 마을, 그곳에서 기차는 어릴 적 순수함으로 승객들을 실어 날랐다. 
 

일단 커피 좀 마시며 여정을 짜볼까, 그렇게 찾아간 곳이 카페 <1933오후>. 1933년은 곡성역이 들어선 해라고 한다. 고민할 것 없이 첫 기착지로 곡성기차마을을 꼽는다. 하얀 잿빛 벽 위로 삼각형 모양의 뾰족 지붕을 쓴 예스러운 곡성역이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승강장 안에 들어가니 80년대 기차역 모습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정겹다. 괘종시계와 빈티지한 나무의자, 바깥을 고스란히 비추는 십자모양 나무창틀…. 아, 그 땐 저랬구나! 역 밖으로 나가니 곡성기차마을의 명물이 알록달록 놀이동산을 배경으로 기다리고 있다. 검정색 바탕에 흰색 줄무늬로 포인트를 준 앙증맞은 기차다. “잊고 지냈던 당신의 추억 속으로 떠나는 기차여행입니다”라고 말하는 듯하다.

기차에 오르니 부산 사투리를 쓰는 할머니 단체관광객이 저마다의 추억과 기억으로 왁자지껄하다. 그 정겨운 이야기를 라디오 노래 삼아 들으며 몸을 뒤로 눕힌다. 창문 밖에서는 노랗게 여문 곡성이 이제 가을의 한 가운데라고 알려준다. 기찻길 옆 섬진강 위로 어릴 적 가족 나들이 풍경이 반짝반짝 튕긴다. 트로트를 틀며 70~80년대 교복을 입은 할아버지가 스낵이 담긴 카트를 끌며 등장한다. 초등학교 때 먹던 추억의 불량식품이 카트에 가득하다. 딱히 과자를 사는 사람은 없어도 할아버지는 추억의 과자를 선물한 산타처럼 연신 함박웃음이다. 

곡성의 경관에 빠져, 추억에 잠겨 있다 보니 목적지까지도 금방이다. 가정역의 마중을 받으며 기차 밖으로 나오니 폐부 깊숙이 청량한 공기가 파고든다. 가정역 출렁다리도 장관을 선사한다. 섬진강 강바람을 맞으며 숲을 향해 쭉 뻗은 다리를 걷다보니 생기로운 햇살이 온몸을 감싼다. 이것이야말로 곡성에서만 느낄 수 있는 행복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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