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제가 사라진 지금 항공 여행은 어쩌면 유일하게 암묵적 합의가 이루진 차별의 공간이다. 비행기 티켓에 얼마를 지불했느냐에 따라 대우가 달라지고 탑승자들도 모두 이를 인정한다. 남녀, 피부색 등 우리사회가 각종 차별에 얼마나 민감한가를 생각하면 순전히 돈을 기준으로 대놓고 차별이 이뤄지는 신기한 세계다.  

항공 마일리지를 모으는 재미에 푹 빠진 취재원을 만났다. 출장이 잦은 그는 마일리지를 이용해 종종 비즈니스 클래스로 업그레이드를 하고 일등석으로 인천-뉴욕 항공권을 세 차례나 구매했다. 일단 비즈니스나 일등석을 타 본 사람은 그 차이와 안락함을 쉽게 잊기 어렵다. 그는 항공사 마일리지를 모으기 위해 더욱 열렬히, 최선을 다해 신용카드를 사용한다고 했다. 

1월18일 오픈하는 인천공항 2터미널에는 ‘프리미엄 체크인 라운지’가 생긴다. 2터미널을 사용하는 4개 항공사의 비즈니스 클래스 이상의 탑승객은 모두 이곳에서 체크인 수속을 밟으면 되는데, 면세 구역에 있는 비즈니스 라운지와 다르게 PP카드 및 신용카드와 제휴되지 않았다. 한마디로 비즈니스 클래스 이상의 승객이 아니면 넘볼 수 없는 구역이다. 

최근 논란이 됐던 패스트 트랙을 대입해볼 수 있겠다. 패스트 트랙은 입출국 절차를 빠르게 제공받을 수 있는 별도의 전용 출입국 통로다. 1터미널에서는 교통 약자를 비롯해 정부가 지정한 공무원, 기업인 등 일부만이 이용 가능하다. 항공사들은 새로 개장하는 인천공항 2터미널에서는 패스트트랙을 비즈니스 또는 퍼스트 클래스 승객들이 이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국토부는 이용객들의 위화감 등을 이유로 허가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공항이 자본의 논리로만 움직여서는 안 되는 공공시설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패스트 트랙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시선은 달라질 수 있다. 항공사로부터 패스트 트랙 이용료를 받거나 이코노미 클래스 승객에게도 패스트 트랙 이용권을 판매해 얻은 수익을 공항의 공익을 위한 목적으로 사용한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뭉게구름처럼 붐비는 출국 심사대 앞에서 하염없이 줄을 서야 하는 이코노미 클래스 승객에게도 선택의 기회를 넓히는 일이 될 수 있다. 연간 여객수용량을 따지기 전에 얼마나 효율적인  공항인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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