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우리나라 출국자 수가 2,600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항공사 승무원을 빼도 2,500만명 이상이 확실하다. 수치로만 보면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 이후 30년도 되지 않아 국민 절반이 여행이나 출장으로 해외에 나간 셈이다. 이중 일본으로의 출국자만 700만명이 넘고 가장 뜨거운 여행지 중 하나였던 베트남도 200만명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출국이 18%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외국인 관광객 수치는 초라하다. 11월까지 1,220만명이 한국을 방문해 전년동기대비 23%가 줄었다. 사드 갈등의 영향이 컸고 북핵 등도 관광객에게는 큰 위협이 됐다. 워낙 대형 악재의 연속이었던 탓에 관광객 감소는 진작부터 예견된 상태였다. 문제는 이 같은 일이 언제든 반복될 수 있는 우리나라 관광산업의 취약한 구조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중 정상회담으로 중국 관광시장이 재개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중국의 문은 쉽게 열리지 않고 있다. 언론에서도 연일 관련 보도를 내고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이나 정확한 배경 등이 파악되지 않아 ‘속았다’고도 하고 ‘정부의 무능’을 탓하기도 한다. 물론, 사실관계는 정확히 파악하고 오해는 풀어야 한다. 불합리한 점이 있다면 시정도 요구해야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사실의 전후관계가 명확히 밝혀지길 기대하기는 어렵다. 작년 내내 중단된 중국 단체관광객 방한에 대해서도 중국 정부는 이미 모르쇠로 일관해 오고 있다. 이번도 마찬가지이고 앞으로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보다는 이번 일련의 사태가 남긴 숙제의 해법을 찾는 편이 훨씬 생산적이다. 

중국 단체관광객 중단이라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며 우리는 위기 이후의 여러 기회를 만나고 있다. 특정 국가가 인바운드의 절반을 차지하는 기형적 구조의 위험이 여실히 드러났고 덕분에 지지부진했던 신시장 개척은 명분과 동력을 얻었다. 가장 효과적인 금연 방법이 의사에게 듣는 아픈 소리인 것처럼 어렵고 손이 가는 일이지만 이런 절호의 기회조차 활용하지 못하면 시장 다변화는 영원히 말로만 그칠 수밖에 없다. 

언젠가 재개될 중국 단체관광에 대해서도 미리 울타리를 잘 다져놔야 한다. 정상회담을 전후로 단체관광이 풀릴 기미를 보이자 시장에서는 당장 초저가 덤핑이 판을 치기 시작했다는 걱정이 나왔다. 묶였던 단체를 볼모로 더욱 수직적으로 변했을 갑을관계는 보지 않아도 익히 상상이 가능하다. 이대로 단체관광이 재개됐다면 중국 인바운드 시장은 과거보다 더 엉망이 될지도 모른다. 중국 관광객, 우리 인바운드 여행사, 한국의 이미지 등 누구 하나 도움이 되지 않는 덤핑관광은 반드시 잡아야 한다. 

매번 화들짝 놀라는 언론의 호들갑도 보기에 피곤하다. 물밀듯 들어올 때는 ‘많이 와도 돈은 중국 자본 사이에서만 돈다’고 꼬집던 언론은 당장 한국관광이 끝난 것처럼 소란스러웠다. 중국에 스스로 목을 매는 모습을 중개하는 듯해 안타까운 마음마저 든다. <남한산성>의 명대사처럼 어찌 삶이 구걸로 얻어지겠는가. 구걸로 얻어진다 한들 그 삶은 또한 편안하겠는가. 크게 보고 크게 풀어야 한다. 단체관광이 멈춰선 와중에도 중국 개별관광은 계속 이어졌다. 조금 의연하게 가도 된다. 한국관광이 그렇게 약하지만은 않다. 부러우면 지는 것이 아니라 조급하면 지는 거다.
 
김기남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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