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키지의 활성도가 높았다고 평가되는 지난해에는 랜드의 살림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계속 장밋빛 미래를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다. 여행사는 현지와의 직접 거래를 늘려가고 있고, 단거리에서는 연합의 명맥이 사라지는 중이다. 그러나 나아갈 길은 있다. 
 
-자유여행 느는데 가만히? B2C 속속 도전장
-홈쇼핑 올해도 만만찮아… 단독 진행 여지도
-온라인 판매 늘어나 연합 상품 운명도 갈래길
 

적극적 태세 전환 가팔라
 
랜드의 사업 다각화는 2018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패키지만으로는 사업을 영위하는 데 한계가 닥쳤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대한 공감대가 이뤄진 것인지 랜드의 B2C 진출에 대한 시장의 반응도 다소 누그러졌다. 3~4년 전만해도 랜드가 B2C를 같이 하는 경우 여행사로부터 ‘정체를 확실히 하라’는 압박을 받는가 하면, 거래 관계에 대한 위협도 받아야 했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지역’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분위기는 많이 바뀌었다. 일본, 베트남 다낭, 필리핀, 타이완 등이 대표적이다. 패키지 수요보다 자유여행 수요가 압도적인 이들 지역에서는 랜드가 생존을 위해 B2C에 뛰어들어야 하는 환경이 된 것이다. 같은 이유에서 거래 여행사의 영향력도 축소돼 예전만큼의 압박을 가할 수 없는 상황으로 변화했다. 

때문에 B2C 진출은 올해도 활발할 전망이다. 여행사 외에도 오픈마켓, 소셜플랫폼 등 판매 채널이 다양해졌고 반대로 채널들 또한 상품 다양성 확보에 목을 매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합이 맞아 떨어진다. 또 현지투어, 티켓 등은 랜드의 현지 수배가 수월하면서 가격 경쟁력도 가질 수 있는 종목이라는 데서 장점이 부각된다.

일본 현지의 A 랜드사의 경우 지난해 B2C 전용 웹페이지를 개설하고 라운지 운영, 렌터카 대여 등의 서비스를 시작했다. 젊은 여행자들이 소규모로 일본을 찾아와 각자 차를 빌려 여행하는 트렌드가 자리 잡으며 생겨난 변화다. 타이완 지역 랜드 B사는 패키지 외에 현지 입장권 등을 B2B는 물론 소셜 사이트 등을 활용해 B2C로도 공급한다. 타이완 또한 시장 확대와 함께 자유여행이 급속도로 성장해 각종 데이투어, 택시투어 등을 찾는 여행자가 늘어났고 여기에 대해 대응한 것이다. 

변화에 대한 랜드의 항변도 설득력 있다. 가격 경쟁의 심화로 많은 여행사들이 랜드를 통하기 보다 현지에 직영 지사를 두는 방식으로 유통 과정을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형 여행사들은 주기적으로 신규 지사 설립 소식을 전달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랜드에 과도한 경비 절감을 요구하는 폐단도 여전히 큰 짐이다. 곧 여러 복합적인 이유로 인해 랜드도 새로운 살길을 모색하는 것이 낫다는 가치판단이 이뤄진 셈이다. 한 랜드사 관계자는 “패키지를 할 때는 여행사 눈치보랴 여행자 눈치보랴 어려운 일이 한두가지가 아닌데, 단품을 B2C로 공급하면 판매 과정 외에 신경쓸 일이 하나도 없다”며 오히려 홀가분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애증의 역사, 홈쇼핑
 
근래 랜드사의 숙명이 된 홈쇼핑도 여전한 계륵이다. 홈쇼핑을 대체할 다른 유통 채널이 없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방송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사의 공급 확대로 인해 횟수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크다. 국내 LCC가 올해 중 신규 도입할 예정인 항공기가 최대 26대다. 신규 노선이 수없이 창출된다는 소리다. 기존 시장의 틈새를 파고들기 위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홈쇼핑도 비례해 늘어날 거란 추론이 가능하다. 

부담은 더욱 만만찮아진다. 애초에 회당 진행비가 수천만원을 넘는데다 매년 진행비가 크고작게 상승해왔다. 지난해 메이저 홈쇼핑의 경우 높게는 회당 4,000~6,000만원을 호가했고, T커머스 홈쇼핑은 2,000~3,000만원 수준이었다. 매년 방송비용이 상승하는 것을 감안하면 부담은 더 커진다. 

반대로 랜드 주도형 홈쇼핑이 늘어날 여지도 있다. 지난해 4월 바이칼투어 단독으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2박3일 상품이 CJ오쇼핑을 통해 방송됐다. 업계 최초로 랜드사가 단독으로 진행한 홈쇼핑이었다. 총 7,300콜을 기록하며 여행사 주도형 상품 못지 않은 성적을 내기도 했다. 물론 회당 수천만원의 비용을 홀로 떠안아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반대로 상품의 주도 권한을 가져갈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물론 원활한 항공 좌석 확보가 전제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단거리에선 지고 장거리에선 뜨고
 
연합상품의 운명도 갈라지고 있다. 여러 여행사들이 각자 모객해 품앗이 하듯 그룹 좌석을 채우는 방식인 연합상품은 특히 동남아 지역에서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자유여행의 증가와 항공권의 온라인 판매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연합의 필요성에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연합을 구성해 랜드와 여러 여행사를 관리하는 데 품을 들이기 보다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것이 편할 수밖에 없다. 모객도 크게 어렵지 않다. 대부분 단거리 노선들이 연중 활성화 돼 있어 지속적으로 수요가 창출된다는 것이다. 

아시아 지역에서 연합 활동이 명맥을 유지하는 수준이라면, 장거리 지역에서는 여전히 주요한 마케팅 방법이다. 대한항공은 트래버스와 함께 호주와 피지 연계 상품의 연합을 구성했다. 에어캐나다도 캐나다 각 지역 및 중남미 지역 등 취항지에 연합을 각각 운영하고 있고 아에로멕시코 등도 멕시코 지역에 연합을 운영 중이다. 인지도가 낮은 지역이나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높은 지역에서는 연합을 통해 여행사의 모객 부담을 덜고 지역 홍보의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지역에 따른 연합 상품의 운명은 올해도 심화될 전망이다.

차민경 기자 cham@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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