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문오름 탐방은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에서 시작된다. 거문오름을 포함하여 제주의 지질에 대한 전문적인 시청각 자료들을 관람할 수 있다. 말하자면 선행학습이지만, 시간관계상 복습이어도 상관없다. 대략 전하면 거문오름의 형성과정은 이런 것이다. 어느 날 한라산에서 검붉은 덩어리들이 새어나와 세상 모든 것은 삼켜 버릴 기세로 흐르기 시작했다. 북동쪽으로 방향을 잡고 14.6km를 달려 바다를 향하는 붉은 덩어리들의 행렬. 그 용암 줄기에서 탄생한 오름이 바로 거문오름이고, 그 뒤에 줄줄이 생겨난 다섯 개의 동굴이 벵뒤굴, 만장굴, 김녕굴, 용천동굴, 당처물동굴이다. 200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거문오름 용암동굴계’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식구들이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긴 하지만 거문오름은 첫눈에 놀랍도록 아름답거나 감흥을 주는 곳이 아니다. 한 쪽이 터진 말굽형의 산체는 9개의 봉우리로 둥글게 이어져 있고, 그 화구 안쪽에는 또 하나의 알오름이 형성되어 있는 독특한 모양새 때문에 현재 위치도 파악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오름을 세계유산으로 만든 것은 5개의 동굴 식구들 덕택이고 그 중에서 현재 탐방이 가능한 곳은 만장굴 하나다. 

오름이건 동산이건 일단 그 안으로 들어갔을 때 만나는 것은 오르막길과 내리막길, 나무와 억새밭, 돌투성이 오솔길들이었다. 숱하게 만나 온 산의 풍경들. 하지만 이 숲이 다른 숲과 다르다고 느꼈다면 그건 이미 ‘곶자왈’을 구별해내는 식견을 가진 것이다. 돌이 많은 숲. 제주의 천연림을 제주 방언으로 곶자왈이라고 한다. 말은 쉽지만, 식물들에게는 상상 이상의 어려운 환경이었다. 돌을 피해, 때로는 돌을 뚫고서라도 뿌리 내린 나무들은 살기 위해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나무들이 살 수 있도록 돌들도 배려를 했다. 곳곳에 숨골이 있어서 물의 배수와 정화가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었고 바위틈에 형성된 풍혈은 마치 에어컨디셔너처럼 일정한 온도의 바람을 내뿜었다. 이것이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온화한, 오름의 비밀이다. 

오름 해설사 선생이 여러 번 강조했던 ‘공기가 다르다’는 말을 탐방이 길어질수록 실감할 수 있었다. 제주를 세 번 갔더니 더 이상 볼게 없더라는 어느 지인을 다시 데려와 오름의 공기를 숨 쉬게 하고, 송이의 온기를 느끼게 해 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참, 거문오름 탐방은 하루 300명으로 인원이 제한돼 있어서 반드시 사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 분화구에 올라 능선을 타는 8.1km 정상 코스는 자율탐방으로 3시간30분이 소요되며 해설사와 동행해야 하는 분화구 코스는 2시간 정도가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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