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하루에도 몇 번씩 들락날락 하는 곳이 있다. 인터넷 면세점이다. 면세점이란 공간은 공항에 일찍 도착해 시간을 때울 때나 간혹 둘러보던 곳인데, 지금은 이유가 있다. 여행기자로서 글만큼 사진도 빠트릴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봐뒀던 고가의 렌즈를 사면서 나만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도 만끽했다. 하드웨어는 다 갖췄으니 그에 걸맞은 콘텐츠를 채워 넣는 일만 남았다.

국내관광도 비슷한 지점에 있다. 재작년에는 우등 고속버스보다 편한 프리미엄 버스가 운행을 시작했고, 올해는 평창올림픽에 맞춰 KTX 경강선이 개통됐다. 이제 수도권에서 KTX를 이용하면 빠른 시간 안에 모든 주요 지방 도시에 닿을 수 있다. 그야말로 국내관광 활성화를 위한 하드웨어가 충분히 갖춰진 셈이다. 하지만 올해도 국내관광의 전망은 어둡다. 답은 단순하다. 훌륭한 하드웨어를 뒷받침할 만한 소프트웨어, 즉 알맹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알맹이는 비단 볼거리와 즐길거리에 국한되지 않는다. 서비스와 같은 무형의 가치도 포함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평창 동계올림픽을 대하는 국민의 태도에서 알 수 있다. 강원도에서 군 생활을 한 남성들과 그 가족들은 바가지를 떠올리고, 여름 성수기 시즌 경포대에서 겪은 불친절한 서비스를 공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쩌면 국내관광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가장 큰 벽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해가 거듭할수록 늘어나는 해외여행객 수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해외의 콘텐츠가 우리의 것보다 월등히 좋아서 내국인들이 해외로 가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외국의 경우 한국에서 봐왔던 것과 전혀 다른 것들이 눈앞에 있고, 아주 작은 배려라도 더 살갑게 다가온다. 국내관광은 이 차이를 극복할 만한 알맹이를 준비하지 않고서는 떠나가는 내국인들을 붙잡기 힘들 것이다. 더군다나 항공사는 끊임없이 해외로 나가는 신규 노선과 증편 운항을 예고하니 앞으로도 힘든 싸움이 예상된다.

그럼에도 올해는 다를 것이라는 희망을 품어본다. 정부도 관광두레와 같이 로컬이 만드는 색다른 콘텐츠를 집중 육성한다니 말이다. 2018년 국내관광을 돌아볼 때 ‘예상을 뒤엎고 성장한 국내관광’, ‘일본 왜 가죠?’ 등의 제목을 쓸 수 있길 기대해본다. 
 
 
이성균 기자 sage@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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