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 왜 다니세요?”
매번 묻고 싶었지만 차마 하지 못했던 질문이 있었다. 오래도록 묵혀둔 이 물음이 얼마 전 한 팸투어 회식 자리에서 타인의 입을 통해 나왔다. 여행업에 몸담고 있지 않은 이의 티끌 없는 질문이 여행사 직원들 앞에 떨어졌다. 잠시 정적이 흐른 뒤에 하나둘 각자의 사연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사실 ‘어영부영하다 보니 일하게 됐다’라는 식으로 눙치며 지나갈 줄 알았건만, 여행사 직원들이 꺼낸 답변은 깨나 진지했다. 그 중에서 기억에 남는 건 ‘여행도 좋지만, 여행으로 누군가 행복해지는 게 좋다’는 말이었다. 

그러고 보면 여행사 직원의 업무는 여행보다 여행을 즐기려는 고객에게 방점이 찍혀있기 마련이다. 여행사 직원들은 고객의 취향과 편의를 고려해 치열하게 상품을 개발한다. 이번 팸투어 기간에도 호텔 인스펙션 시간에는 생수를 리필 해주는지 확인하고, 그 생수병이 몇 ml짜리인지까지 세세하게 살펴보던 모습이었다. 여행상품을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고심과 과정이 필요한 지를 새삼 깨닫게 했다. 여행으로 누군가의 행복하게 한다는 건, 분명 여행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최선의 직업윤리일 수 있다.

그 뒤에 이어진 대화 주제는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이 겪었던 최악의 고객이었다. ‘산 넘어 산’을 대하듯 민폐 고객 위에는 예상을 뒤엎는 진상 고객이 있었다. 무턱대고 여행상품 가격을 할인 해달라 고집부리는 고객부터 다녀온 지 한 달도 더 지난 여행상품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며 환불해달라는 고객까지, 그 종류도 다양했다. 특히나 애달프게 하소연 하던 이는 놀랍게도 ‘여행으로 누군가 행복해지는 게 좋다’고 수줍게 말하던 그 직원이었다.

얼마 전 화제가 된 가수 아이유의 수상소감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누군가를 위로하는 일을 하는 만큼 내색하지 않다가 스스로 병 들고 아파하지 말라’는 이야기. 여행업도 마찬가지다. 여행으로 누군가를 행복하게 만드는 만큼, 자신을 돌보고 다독이는 요령도 필요하다. 때론 진상 고객의 일화를 꺼내며 푸념하면서도, 날이 밝으면 다시 고객의 행복을 위해 동분서주 움직이는 여행업계 종사자들에게 이 글을 전한다.
 
 
전용언 기자 eo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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