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스트 칼럼] 선택지에 대해서
[게스트 칼럼] 선택지에 대해서
  • 여행신문
  • 승인 2018.01.29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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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컨설팅 전문가인 하워드 모스코위츠(Howard Moskowitz)는 우리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선사한 사람이다. 70년대 식품업계의 경쟁에서 이기는 길은 완벽한 맛을 찾는 것이라 생각하고, 소비자 조사를 통해 수 없이 많은 시도를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물론, 하워드가 ‘마음은 혀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는 사실을 발견하기 이전의 이야기다. 하워드는 완벽한 스파게티 소스는 없고, 사람마다 선호도가 다르고, 먹어봐야 내가 그걸 좋아하는지 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워드의 발견 이후 우리는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에서도 수십수백 종의 선택지를 갖게 되었다.

반면, 수십 년이 지나 심리학자 배리 슈워츠(Barry Schwartz)는 선택의 역설을 일깨워줬다.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너무 많다보면 선택 자체가 어렵기도 하고, 무엇을 골라서 하든 다른 것은 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 때문에 마음이 불편하다. 또한 많은 선택지 중 하나는 완벽하다는 기대감을 갖게 하기에, 내가 고른 것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 실망하고 자책하게 된다. 결국 배리는 적정한 수준에서 선택지가 제공되어야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럼 항공권은 어떨까? 오프라인에서 고객과 대면해서 항공권을 팔던 시절은 하워드 이전 시절이 아닐까? 고객의 요구를 경청하고 가려운 부분을 잘 긁어주는 것이 중요했을 것이다. 배리의 주장대로라면, 고객들의 만족도도 지금보다는 높았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바뀌었다. 고객들은 수많은 선택지가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수많은 선택지 중에 완벽한 선택을 위해, 후회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이게 바로 가격비교 서비스가 항공권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게 된 이유다. 물론, 가격비교 서비스 간의 경쟁 역시 치열하다는 것은 아이러니지만 말이다.

그럼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쉽게 생각하면, 여행사는 가격비교 서비스에 최저가 항공권을 노출하는 것이고, 가격비교 서비스는 그런 여행사를 얼마나 많이 입점시키는가가 관건일 것처럼 보인다. 맞는 방법이다. 하지만, 재미없다. 출혈 경쟁이자 무한 경쟁일 뿐이다.

선택지의 관점에서 경쟁을 바라보자.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쉽게 할 수 있다면 고객도 만족하고 경쟁에서도 이길 수 있지 않을까? 세상은 바뀌어 선택지는 많아졌고, 선택지가 많아졌다는 사실을 고객도 이미 알고 있는데 옛날로 돌아갈 수는 없다. 그럼 어떻게 후회하지 않을 항공권을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들까? 

한걸음 물러서서 시장을 바라보자. 고객에게 초점을 맞추어 보자. 과연 선택지가 얼마 없던 시절과 지금의 고객은 같은 고객인가? 같은 목적을 가지고 같은 여행을 할까? 아니, 같은 항공권에 만족할까? 뭔가 실마리가 잡힌다. 과거에는 출장이 항공 수요의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여행자의 시장이다. 출장자의 선택과 여행자의 선택은 다르다. 마드리드 항공권을 검색하다가 다시 바르셀로나 항공권을 검색하는 이유도, 토요일 출발 항공권을 검색하다가 다시 금요일 출발 항공권을 검색하는 이유도, 모두 여행자는 출장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 여행자는 어떤 선택을 할까? 여행자는 가격에 민감하고 변덕스럽다. 토요일 출발 마드리드 항공권이 좋아 보였다가도 금요일 출발 바르셀로나 항공권에 마음이 끌린다. 여행자는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으면 된다. 일부는 여행을 계획하는 과정에서 더 큰 즐거움을 느끼기도 한다.

필자의 선택은 탐색형 검색이다. 고객이 날짜와 목적지를 정하고 검색하는 목적형 검색도 필요하지만, 탐색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자는 것이다. 똑같은 항공권을 팔더라도 여행자가 원하는 걸 쉽게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아니, 하워드는 ‘마음은 혀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고 했으니, ‘당신이 원하는 것은 이런 게 아닌가요?’ 라고 먼저 제시하는 것도 좋다. 더 나아가, 마음이 혀가 무엇을 원하는지 조금씩 알게 돼 그에 맞는 선택지를 추가로 제공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물론, 선택지만 많이 제공하는 꼴이 돼 여행자가 선택장애에 빠지는 수준까지 가면 안 되겠지만 말이다.

어느 정도 정리된 듯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찜찜하다. ‘수없이 많은 선택지 중에 생애 최고로 잘 맞는 청바지'를 구입하고도 ‘사면 잘 맞지 않고 엄청 불편하고 오래 입고 몇 번 빨아야 좀 입을 만 해지던 청바지'를 구입했던 기억보다 별로였다는 배리 슈워츠의 이야기가 머리속에 맴돈다. 선택지의 관점에서 경쟁을 바라봐도 결국은 고객만족인데…. 선택지가 하나밖에 없더라도, 고객이 그 선택에 만족할 수 있다면 그게 최선이 아닐까? 머릿속이 더 복잡해진다. 오늘은 이만 자야겠다.
 
*플라이트그래프는 타인이 찾아낸 저렴하고 좋은 조건의 항공권을 따라서 이용하는 이른바 ‘탐색형 항공권 검색’을 내세운 항공권 검색 스타트업이다.
 
김도균 
플라이트그래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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