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가구 회사로 더 익숙한 보르네오는 사실 매우 독특한 섬이다. 보르네오는 세계에서 3번째로 크고 3개의 나라가 모여 있는 섬이다. 하나의 섬에 3개의 나라라는 독특한 동거는 지구상에 보르네오가 유일하다. 보르네오의 중부를 포함한 남쪽은 인도네시아령이고 북부는 말레이시아령이다. 여기에 하나 더 ‘브루나이’라는 작은 왕국이 있다. 
 
●3월에 새로운 KLPGA 투어 개막
 
브루나이는 보르네오 섬만큼이나 재미있는 나라다. 보르네오 북서쪽 해안가에 위치한 브루나이는 말레이시아에 포위돼 있다. 브루나이에서 해안선을 따라 차로 6시간 정도 올라가면 말레이시아의 휴양지 코타키나발루가 나온다. 국토 면적은 경기도의 절반에 불과한데 정글이 우거져 사람이 거주하는 지역은 제주도 크기에도 미치지 못한다. 땅도 인구도 작은 나라지만 석유와 천연가스 등 풍부한 자원 덕에 엄청난 복지를 자랑한다. 

브루나이 국민은 세금이 없고 대학까지 학비도 무료다. 성적이 우수하면 국가에서 유학도 보내준다. 복지천국답게 1달러만 내면 모든 질병을 치료 받을 수 있다. 엄격한 이슬람 국가이자 왕정국가로 국왕의 권위도 절대적이다. 1967년부터 50년 넘게 브루나이를 통치하고 있는 하사날 볼키아 국왕에 대한 국민의 신망 또한 절대적이다. 하사날 볼키아 국왕은 자동차를 7,000여 대나 소유한 자동차 마니아 이자 세계적인 재력가로도 유명하다.

아세안 10개국 중 하나인 브루나이는 로얄브루나이항공이 작년 11월말부터 인천과 수도 반다르 세리베가완을 연결하는 주 2회 정기편을 운항하기 시작하며 한국과도 가까워졌다. 골퍼들에게도 반가운 여행지다.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는 3월17일부터 19일까지 사흘간 브루나이의 ‘엠파이어 컨트리클럽’에서 ‘브루나이 레이디스 오픈’(가칭)을 개최한다. 2018시즌 3번째 정규대회로 총상금 규모는 7억원이다. 이번 대회는 동남아시장을 개척하며 해외 대회를 확대하고 있는 KLPGA와 관광 산업 활성화에 힘쓰고 있는 브루나이의 합작품이다. 
 
 
왕실 전용이었다가 일반에게 개방된 로얄 브루나이GC
 
●엠파이어 CC, 해안가 끼고 라운드 일품 
 
브루나이에는 KLPGA 투어가 열리는 ‘엠파이어 컨트리클럽’외에 ‘로얄 브루나이 골프&컨트리클럽(RBG)’과 공항 바로 옆에 위치한 ‘로얄브루나이 에어라인 골프클럽(RBA)’ 등 총 3개의 골프장이 있다. 순위를 매기자면 RBA가 가장 아래이고 RBG가 중간이다.   

제루동 파크 숲 속에 조성된 RBG는 페어웨이가 좁고 언덕이 많은 까다로운 코스다. 1990년에 개장해 왕과 왕족들만 사용하는 왕실 전용 클럽으로 사용될 당시에는 인근에 있는 엠파이어 CC와 함께 세계 100대 골프 코스에도 선정된 적이 있다. 최근에 일반에게 개방이 되며 코스 관리가 다소 미흡해진 측면이 있다. 

대회가 열리는 엠파이어 컨트리클럽은 브루나이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엠파이어 호텔과 붙어 있다. 총 18홀(파 71 / 6,427m) 규모로 잭니클라우스가 설계했으며, 2012년도에 아시아·유럽 골프대항전인 ‘로열 트로피’가 개최되기도 한 명문 코스다. 남중국해를 끼고 있어 수려한 경관을 감상하며 라운드를 즐길 수 있다. 시그니쳐 홀은 거대한 벙커가 해변을 따라 뻗어 있는 15번 홀이다. 넓은 절벽에 위치한 16번 홀의 그린에서는 남중국해 바다와 엠파이어 호텔의 6층짜리 유리 아트리움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해질녁에 18번 홀에 도달한다면 환상적인 선셋을 기대해도 좋다. 코스 전반에 개울이나 벙커 등 장애물을 적절히 배치해 다양한 선택과 공략을 가능하게 하고 배수 등 관리도 잘 돼 있다. 조명 시설이 설치돼 있어 나이트 골프도 가능하다.  

브루나이의 모든 골프장은 별도의 캐디 없이 2인1조로 카트를 직접 운전해 이동한다. 아침까지 비가 오는 날이 아니라면 카트를 타고 그린 앞까지 이동할 수 있다.

엠파이어CC에서 라운드를 한다면 호텔도 빼놓을 수 없다. 엠파이어 호텔은 한때, 두바이의 버즈 알 아랍과 어깨를 겨누는 7성급 호텔로 명성이 높았던 특급 호텔이다. 공항에서 15분 거리에 위치해 있으며 바닥부터 7층 높이의 천장까지 하나로 트여있는 로비와 천연 대리석, 황금빛 순금 장식 등 웅장함과 화려함이 특징이다. 영화관, 볼링장, 테니스장 등 부대시설도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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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   
로열브루나이항공이 2017년 11월26일부터 주 2회(일요일, 목요일) 직항 정규편을 취항하면서 이동이 편리해졌다. 비즈니스와 프리미엄 이코노미, 이코노미 등 총 150석의 A320항공기가 투입되며 이코노미석의 좌석 간 간격은 32인치로 넉넉하다. 편도 비행시간은 5시간30분 가량이며 비행기 탑승 전에 휴대폰이나 테블릿 등의 디바이스에 로열브루나이항공의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할 것을 추천한다. 
로열브루나이항공은 기내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를 색다를 방식으로 제공하는데 탑승객이 어플을 다운 받으면 자신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로 항공사에서 준비한 최신 영화나 TV, 음악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를 개인 모니터처럼 즐길 수 있다. https://www.flyroyalbrunei.com/ko/south-korea  / 02-777-7556. 

술과 담배   
브루나이는 엄격한 이슬람 규율을 따른다. 술을 파는 곳도 없고 술을 가지고 입국했다 하더라도 식당과 같은 공공 장소에서의 음주는 절대 금지다. 외국인은 신고를 하면 공항에서 1인당 12캔의 맥주 반입이 허용되지만 호텔 객실 내에서만 마실 수 있다. 
술과 달리 담배는 크게 문제 삼지 않는 분위기다. 담배도 반입이 금지돼 있지만 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관광객과 현지인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엠파이어 호텔은 객실 발코니에 재떨이도 마련돼 있다.
 
 
브루나이 글·사진=김기남 기자 gab@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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