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여행정보·롤모델 많아져야
-한옥스테이 중 휠체어 가능 2곳
 
평창 동계패럴림픽대회에 맞춰 특별한 손님이 왔다. 휠체어를 타고 있지만 사파리에서 캠핑을, 발리에서 스킨스쿠버를 하는 여행가이자 장애인 친화 숙박 제공 서비스 ‘어코머블’ 공동창립자 스린 마디팔리다. 작년 에어비앤비가 어코머블을 인수하면서 에어비앤비에 합류했고, 현재는 전 세계를 누비며 장애인도 어디나 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그와 척박한 국내 환경에서 장애인 전문여행사를 운영하고 있는 장성배 대표가 만나 장애인 여행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편집자주>
 
에어비앤비 스린 마디팔리(Srin Madipalli) 접근성 향상 부서 총괄팀장
㈜모두를위한관광 장성배 대표
 
●잠재적인 수요 무궁한 장애인 여행
 
장- 어코머블 홈페이지에 등록된 숙박시설 개수를 보고 깜짝 놀랐다. 530곳 이상인데 그 많은 데이터베이스를 어떻게 구축했는지 궁금하다. 
마- 2,000곳이 넘었던 때도 있다. 시설을 확보하기 위해 두 가지 방법을 사용했다. 커뮤니티를 활용하거나 직접 여행을 하며 숙박시설로 사용할만한 곳을 찾아다녔다. 커뮤니티는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크램 등의 소셜 미디어를 말하고, 이런 것을 활용해 숙박시설을 추천받았고, 장애인 단체나 장애인 친구들에게 소개받기도 했다. 또 5개월 동안 4,000마일이 넘는 여행을 하며 유럽에서 직접 숙박하며 찾았다. 이런 과정에서 소셜 미디어가 중요한 역할을 했고, 입소문이 돌고 돌아서 지금의 숫자까지 이르게 됐다. 다르게 생각해보면 노력한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급성장한 이유는 잠재적인 수요가 많았는데 아무도 해결하지 않고 있던 것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장- 어코모블을 검색하다 한국, 일본, 중국, 홍콩 등 아시아 지역의 시설은 찾을 수 없어 아쉬웠다. 아직 안한 것인지 찾아봐도 없는 것인가. 
마- 숙소의 숫자를 늘리는 것이 가장 큰 업무 중 하나다. 하지만 어코모블을 시작했을 때 직원이 8명뿐이라 서유럽 중심으로만 숙소를 찾았다. 이제는 에어비앤비가 보유한 광범위한 네트워크와 커버리지를 활용해 더 많은 숙소를 찾을 것이다. 어코머블이 보유한 숙박 리스트나 서비스 모두 에어비앤비로 흡수될 것이며, 에어비앤비의 접근성 필터 역시 개선할 것이다.
장- 한국 시장 조사는 예정돼 있는가.
마- 시장 조사는 이미 시작했다. 어떤 단체가 있고, 어떤 커뮤니티가 함께 할 수 있는지 찾고 있다. 그것이 한국에 온 이유기도 하다. 또 이번 방문을 통해 장애인 여행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도록 노력할 것이다. 
장- 한국 전통 가옥인 한옥을 아는지. 
마- 들어본 적은 있지만 방문한 적은 없다. 
장- 장애인들이 한국 호텔에 머물기는 어렵지 않지만 내·외국인 장애인들에게 특별한 여행을 선사하려면 한옥 숙박이 필요하다. 아쉽게도 한국관광공사에서 인증한 한옥스테이 189곳 중에 휠체어를 타고 이용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고, 최근에서야 2곳이 생겼다. 최소 10~20%까지는 늘어나야 하고, 에어비앤비가 앞장서면 좋겠다. 
마-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어코머블이 찾은 숙박 시설 중 실제로 장애인들이 살고 있는 경우가 많다. 또 그런 숙소들이 에어비앤비에 많이 올라오길 바라고 있으며 사업도 그런 방향으로 추진할 것이다. 
 
●시설보다, 장애를 대하는 태도가 문제
 
마- 한국에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낮은 이유는.
장-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서양과 다르다. 이런 이유로 장애인들이 집에서 나가질 못했다. 장애인들이 밖으로 나가기 힘든 상황이고, 점점 비장애인들도 장애인과 접촉이 줄어드니 존재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게 됐다. 도시계획을 하거나 이런 저런 서비스를 제공할 때 장애인들이 배제된 것이다. 장애인분들이 많은 노력을 해 최근에서야 인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지금은 30년간의 노력이 조금씩 빛을 보고 있어 시설을 비롯해 여러 면에서 개선됐고, 법과 같은 제도적 장치도 마련됐다. 인프라만 놓고 보면 선진국에 비해서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과 인식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고, 개선이 가장 필요한 부분이다. 
 
●명동상점가 경사로는 중국인 덕
 
마- 여행업을 시작할 때 필요한 물품들 예를 들어 장애인을 태울 수 있는 자동차라든지, 이런 물품을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는가.
장- 물론 어려웠지만 다 구할 수 있었다. 휠체어리프트 밴, 샤워 체어, 워커 등 다양한 보조기구를 구해서 서비스하고 있다. 휠체어리프트 차량이 많지 않아 구하기가 가장 어려웠다. 어코모블 홈페이지의 숙소를 보고 배울 점이 많았다. 롤인 샤워(roll-in shower, 장애인 혹은 신체 부자유자를 위한 샤워시설)와 호이스트(hoist,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이 편하게 침대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 시설) 등의 구비 유무를 체크해 놓은 점이 인상적이다. 한국에서 호이스트는 병원에서나 쓰기 때문에 숙박 시설에 있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굉장히 앞서 있는 부분이라 느꼈다. 
마- 사업을 할 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실제 사용자라고 생각한다. 내가 직접 이용하는 입장에서 또는 가족과 친구가 이 시설을 사용한다고 가정했을 때 무엇이 가장 필요한지 고민해보니 호이스트 등의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것들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장- 결국 장애인이 여행을 떠나려면 많은 정보와 용기가 필요하다. 스린처럼 여행을 많이 다니는 장애인분들이 책을 발간하거나 인터넷을 활용해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면 더 많은 장애인들이 여행을 갈 수 있을 것이다. 장애인의 경우 비용은 둘째 치고 정보가 없어서 못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여행을 떠날 용기가 있더라도 정보가 없으면 결국 떠날 수 없다.  
마- 지금까지는 유럽에서 언론활동을 하며 장애인들을 위해 정보를 공유했다. 앞으로는 아시아에서도 적극적으로 활동할 예정이다. 한국에서 여행하기 좋은 곳은 어디인가.
장- 명동이다. 명동의 상점가 절반은 램프(경사로)가 설치돼 있어 둘러보기 편하다. 휠체어 여행객들을 위해 설치된 것은 아니고,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의 무거운 캐리어 때문이다. 그렇게라도 램프가 설치되니 중국 여행객에게 감사할 일이다. 물론 새로 지은 건물들은 의무적으로 램프를 설치해야 하지만 인사동처럼 오래된 건물이 많은 지역들은 바꿔야 할 의무는 없다. 
장- 스린에게 여행은 어떤 의미인가. 
마- 현재 하고 있는 모든 일들이 소명과도 같다. 런던에서 샌프란시스코, 그리고 한국까지 오게 된 이유는 결국 장애인들이 보다 쉽게 여행을 할 수 있는 세상이 될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여행을 다님으로써 내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졌다. 사물을 볼 수 있는 시각이 넓어졌고, 많은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문화를 경험해 삶이 풍요로워졌다. 이런 여행의 기쁨을 다른 장애인들과 함께 경험할 수 있으면 좋겠고, 더 노력할 것이다. 
 
이성균 기자 s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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