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애 여행 관광지 목록엔 서점·쇼핑몰 
-장애인 인바운드 여행 상품에도 지원 필요
 
사람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는 누구에게나 평등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여행도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다. 
하지만 과연 모든 사람이 여행을 일상처럼 쉽고 또 자유롭게 즐길 수 있을까?
누군가에게 여행은 큰 용기가 필요한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신체적이나 정신적으로 결함을 가진 장애인들의 여행이 그렇다. 
편의시설이나 제도가 더욱 세심하게 확대되어야 하지만
무엇보다 사회적 인식과 시선이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전히 높다. <편집자 주> 
 
 
무장애 여행의 장애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약 5,100만명 중 등록된 장애인은 2016년 기준 251만1,051명이다. 전체 인구의 약 4.9%에 해당한다. 또 이중 천 만명이 살아가고 있는 서울특별시의 장애인 수는 39만명이다. 전 세계로 확대해 보면 장애인 인구는 약 10억명에 달한다.  

지난해 서울시는 2022년까지 ‘무장애 관광도시’가 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무장애 관광은 결핍으로 인해 접근 능력이 떨어지는 이들에게도 관광을 평등하게 누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조치라고 해석한다. ‘모두를 위한 관광’, ‘접근 가능한 관광’과 비슷한 개념이다. 서울시는 올해부터 5년 동안 152억원을 투입해 관광시설 개선, 리프트가 장착된 관광버스 등을 확대하고 무장애 여행 코스 개발 및 정보 공급 등의 콘텐츠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숙박 시설이나 교통수단, 도로 등 이동편의를 증진하기 위한 정책과 편의시설을 확충했어도 여전히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을 해결하지 못하거나 보다 세심해야 한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 지난 7일 내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방문하는 경복궁을 찾았다. 광화문을 지나 흥례문, 근정문 그리고 그 밖의 궁을 통하는 대부분의 문턱에는 슬로프가 설치되어 있었다. 하지만 경복궁을 상징하는 근정전까지는 돌계단뿐이었다. 휠체어를 타고 궁과 궁 사이 문턱은 넘나들 수 있지만 근정전까지는 오를 수 없는 것이다. 경복궁을 빠져나가던 중 흥례문 중앙에 설치된 슬로프를 지났더니 눈앞에 계단이 나타났다. 만약 휠체어를 타고 있었다면 다시 뒤를 돌아 흥례문 오른쪽 또는 왼쪽 끝 문으로 방향을 바꿔야했을 것이다. 세심하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시설이 설치되더라도 접근성은 낮아질 수 있다. 참고로 일본의 3대 성 중 하나로 꼽히는 오사카성 뒤쪽으로는 성벽을 일부 뚫고 성 안까지 오르내릴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다. 
 
#. 한국관광공사는 지난 2016년 무장애 여행에 대한 모바일 서비스를 시작했다. ‘대한민국 구석구석 행복여행’ 앱을 다운 받으면 카테고리 중 ‘무장애 여행’을 발견할 수 있다. 장애인을 비롯해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나 영·유아 동반가족이 필요한 편의시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현재 장애인들을 고려해 만든 전국 추천 여행 코스는 32개, 관광지·숙박·음식·축제 등 관광정보는 5,178개가 등록돼 있다. 장애인 주차장이나 접근로, 화장실 등 편의시설 유무에 대한 정보가 담겼다. 하지만 동선을 고려하지 않고 주변 연계 관광지 등에 대한 추가적인 정보는 찾기 어렵다. 또 자세히 살펴보면 관광지 리스트에 영풍문고, 프리스비 00점, 자라 00점, AK플라자 등 일반적으로 관광지라고 생각하기 어려워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곳들이 등록돼 있는 점도 아쉽다. 
 
제도의 한계… 전문여행사도 적어
 
현재 국내 항공사 중 진에어를 제외한 7개 항공사들은 장애인 요금을 제공하고 있다. 항공사에 따라 장애인 등급과 보호자에게 각각 항공료 운임의 15~50% 가량을 할인해 준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선에만 해당하며 휠체어 규격도 제한된다. 특히 국내선에 투입되는 B737과 같은 작은 기종은 가로122cm, 높이 84cm 크기로 제한하는데 대부분의 전동 휠체어가 이보다 높기 때문에 접이형 시트인지 분리가 가능한지 등을 미리 확인해야 한다. 또 지난해 6월에는 수속 카운터에서 발권하며 전동휠체어에 장착된 배터리가 항공위험물 운송기술 기준에 적합한 물품인지의 여부를 사전에 확인했음에도 항공사 직원이 동반하지 않아 보안검색대 통과를 제지해 차별 논란을 일으킨 사건만 보아도 여전히 장애인들의 여행에 있어 과도한 규정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버스는 어떨까. 2016년 말 기준 전국 시내버스 3만3,887대 중 저상 버스는 6,447대다. 이는 약 19%로 정부는 2021년까지 저상 버스의 비율을 42%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이 앞으로는 시외로도 확대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전국의 시외버스 약 1만여대 중 휠체어 리프트가 설치된 버스는 1대도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 2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은 휠체어 탑승설비를 기존 버스에 장착하거나 저상버스 등을 도입하고 버스 운송사업자에게 재정 지원을 하여야 한다는 개정안이 통과되기도 했다. 또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시외버스를 개조하는 데에 최소 4,000만원이 필요한 현실을 고려해 휠체어 탑승 장비의 표준모델 개발을 연구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장착을 ‘의무화’하지 않으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장애인 단체의 지적이다. 

장애인 전문 여행사도 적다. 장애인 여행을 케어하기 위해서는 차량을 개조해야하고 일반인들에 비해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아 상품가가 비싸다. 그렇다보니 결국 낮은 수요로 이어진다. A 장애인 전문 여행사는 “휠체어를 위해 차량을 최소로 개조하는 데에만 2,000만원이 필요하다”며 “외국인 장애인 여행객들의 문의도 처음보다 많아지고 있지만 견적이 나가면 성사되는 확률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일반 여행 상품에 비해 1.5~2배는 비싸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서울관광마케팅이 장애인 외국인 여행 상품에 대해 30%를 지원해준 이후에는 소비자 가격을 낮출 수 있어 판매가 늘었지만 올해 지원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도 덧붙였다. 
 
시선이 변해야 여행도 활발  
 
그렇지만 앞으로 달라질 것들은 많아 보인다. 서울시는 지난 8일까지 무장애 관광 지원센터 운영단체를 모집했다. 장애인을 포함한 관광 약자들을 위한 실질적인 여행 상담과 예약, 안내, 프로그램 등을 운영 지원하는 기구다. 무장애 여행 활성화를 위해 관련 관광정보 수집, DB 구축, 장애인 관광버스 도입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또 서울시는 현장 경험과 전문성이 풍부한 비영리 민간단체에게 센터 운영 권한을 부여함으로서 실질적인 기구로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무엇보다 장애인들에 대한 시선과 인식이 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B 관계자는 “서울 88올림픽이 진행되던 당시 많은 공공건물에 장애인 편의 시설들이 설치됐고,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들이 정말 밖으로 나와 똑같이 여행하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인식이 더욱 개선되어야 하는데 이번 평창 패럴림픽이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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