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인의 해외여행 인기 목적지 ‘빅3’는 일본·중국·베트남이었다. 베트남의 도약이 눈부셨다. 전년도보다 56% 많은 242만명이 베트남을 찾았고, 덕분에 베트남은 미국을 제치고 한국인의 인기 여행지 3위에 올랐다. 미국 방문자 수는 230만명 정도였다. 베트남의 인기는 올해 들어서도 변함없으니 다시 신기록을 세울 수도 있다.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인기가 뜨겁다보니 부작용도 생겼다. 모 랜드사가 여러 여행사를 대상으로 사기행위를 일삼았다. 주 무대는 베트남이었다. 비록 항공사들이 베트남 항공공급을 많이 늘렸다고는 해도 ‘뜨거운 날’에는 좌석 구하기가 쉽지 않고, 구했다 해도 항공요금이 만만치 않다. 사기행위는 이 틈을 비집었다. 모 항공사 블록을 갖고 있으니 다른 곳보다 저렴하게 항공권을 제공하겠다, 이 달콤한 제안을 어느 여행사가 뿌리치겠는가. 저렴한 항공 수배가 고마워 지상수배도 함께 맡기는 게 여행사 사장님들의 인지상정이다. 파렴치한 사기범은 바로 그런 믿음과 호의를 제 배 불리는 데 이용했다. 

여행사들이 치른 대가는 컸다. 항공권 미확보로 팀이 깨졌고 단골손님들이 등을 돌렸다. 손님들에게는 피해를 끼치지 말아야겠다며 웃돈을 주고 페널티를 물고 항공권을 확보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수익을 내느냐 못내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여행인으로서 수 십 년 동안 쌓아 온 신의의 문제였다. 여러 여행사가 당했다. 대부분 소형 여행사였다. 적게는 수 백 만원에서 많게는 수 천 만원까지 피해를 봤다.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사기횡령 혐의 고소는 불가피했다.

궁금했다. 한 두 해 여행업에 몸담은 것도 아닌 데 어떻게 그런 초보 수준의 사기에 당했을까? 여행업 경력이 20~30년이라는 한 피해 업체 대표는 창피하다면서도 ‘알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는’ 소형 여행사들의 아픔을 토로했다. “여행사 수익이 하도 박하다보니 단돈 1~2만원이라도 항공권을 싸게 주겠다고 하면 솔깃할 수밖에 없다”는 거였다. 

연간 해외출국자 3,000만명 시대, 과연 우리 여행업계 생태계는 그 규모에 걸맞게 견고한 지 의심스럽다.
 
 
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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