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여행사들이 가장 경쟁해야 할 대상은 소비자가 아닐까. 돈을 쓰는 입장에서 소비자들은 어떤 물건이 좋은지, 합리적인지 판매자보다 더 잘 알기 때문이다. 똑똑한 소비자에게 우리 여행사의 상품을 사고 싶게끔 구매욕을 자극하는 게 핵심이라는 얘기다. 

항공 업계에 NDC가 화두다. NDC(New Distribution Capability)는 IATA가 개발한 XML의 표준이다. 지난해 NDC가 수면 위로 떠올랐을 당시만 해도 여행사들의 반응은 미온적이었다. 모두들 항공사만 배불리기 위한 쓸데없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도 그럴 것이 NDC는 항공사의 비용 절감, 판매의 효율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개발됐기 때문이다. 항공사들은 GDS에 세그 당 7~8달러의 비용을 내고 있는데 연간으로 따지면 규모는 짐작하기 어렵다. 하지만 NDC를 통해 여행사와 직접 발권하면 GDS에 지불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기에 항공사에서는 NDC를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또 이를 여행사와 연동하면 좌석 업그레이드, 기내식, 와이파이 등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소비자도 여행사 사이트에서 구매할 수 있어 판매 기회의 폭이 넓어진다. 

하지만 최근 여행사들은 NDC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을 거두는 분위기다. 시작 단계에서 개발 비용이 부담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똑같은 항공권을 판매함에 있어 확실히 ‘차별화’를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자사의 NDC를 한 번 개발하면 이후 다른 항공사의 NDC를 연동시키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게다가 아메리칸항공과 같은 항공사는 NDC를 이용하면 세그 당 2달러를 인센티브로 주겠다고 나서면서 VI 정책의 주도권을 가진 GDS를 견제할 수도 있다는 반응도 있다. 

아직 해외 OTA 중에서도 NDC를 적용한 곳은 없단다. 다시 생각해보면 글로벌적으로 항공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똑똑한 소비자들을 소비하게 이끌기 위한 ‘혁신’은 멀리 있지 않아 보인다.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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