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여행을 하다 보면 곳곳에서 일본 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는데, 50년간 일본의 지배를 받았지만 타이완은 일본에 적대적이지 않아서라고 한다. 유순한 국민성 탓도 있겠지만 타이완 사람들은 일제가 남긴 잔재를 경제발전의 디딤돌로 삼거나 관광자원으로 재활용하는 경우가 흔하다. 예쁘게 단장해 관광객을 맞는 모습을 보면 긍정적인 국민성의 긍정적인 측면이 나쁘지 않게 다가온다.  
 
보얼예술특구 수공예상점에서는 저렴한 가격에 하나뿐인 기념품을 사기에 좋다
아이허를 밝히는 형형색색의 등불
 
히노끼 빌리지도 그렇다. 아리산 트레킹을 마치고 히노끼 빌리지로 향했다. 자이시 시내 대표 관광지인 히노끼 빌리지는 아기자기한 매력이 가득하다. 일제 강점기에 히노끼 나무로 지어진 가옥 28채가 보존되어 있는 히노끼 빌리지에서는 타이완보다는 일본이 느껴진다. 기모노를 차려입고 기념사진을 찍는 여성을 보니 교토에 와있는 기분이 들었다. 아기자기한 숍과 먹거리는 얼핏 봐도 일본 스타일이다. 
 
연지담에는 수많은 관광객이 찾아 가오슝 인증샷을 남긴다
 
●가오슝 인증샷은 연지담

가오슝은 타이완 남부의 최대 도시로, 타이베이가 우리나라의 서울이라면 가오슝은 부산 격이라고 할 수 있다. 항구와 마천루가 눈앞에 펼쳐지는 따뜻한 봄날이었다. 연지담으로 향했다. 연지담은 원래 농지에 물을 대던 저수지였으나 지금은 가오슝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자리잡았다. 연지담 서남쪽에 자리 잡은 용호탑은 용선과 호선 두 개의 탑을 일컫는데, 용의 입으로 들어갔다가 호랑이 입으로 나와야 행운이 따른다고 한다. 용의 입으로 들어가면 악인들의 모습이 호랑이 입으로 이르면 장군들이 지키고 있는 천국의 모습이 그려진다. 형형색색 화려한 사원이 연지담을 바라보고 있다. 사원에 올라 호수를 내려다보니 마천루가 호수에 비쳐 흔들거리고 수상스키를 타는 사람들이 흔들리는 마천루를 가로질렀다. 볼에 닿는 따뜻한 바람에 봄이 느껴져 시원한 버블티 한 잔을 들고 호숫가를 걸었다. 
 
 
●예술과 낭만 담은 보얼예술특구

바다와 하늘이 보랏빛으로 바래지는 저녁 시간. 가오슝 해변을 따라 걸으면 가오슝항 제2부두가 나타난다. 과거에 무역으로 흥성했던 가오슝 부두는 도시 성장세가 꺾이면서 활력을 잃었고 물류창고들도 방치돼 흉물이 되어버렸다. 가오슝 당국은 2000년대에 이 곳에 방치된 물류창고 25곳을 문화·예술창작지구로 재탄생시켰다. 

이것이 오늘날 가오슝의 핫 플레이스로 자리 잡은 보얼예술특구(The Pier-2 Art Center)다. 타이완을 여행하다 보면 과거 산업의 잔재가 예술지역으로 거듭난 곳을 종종 발견할 수 있는데 보얼예술특구는 단연 특별했다. 보얼예술특구는 타이완 도시재생사업의 모범 사례로 꼽히는데, 연간 400만 명 이상이 찾는다고 한다. 때때로 크고 작은 축제와 공연이 열려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풍부하다. 

부둣가에 떠있는 흰 배, 바다와 평행한 공원 위를 오가는 작은 전철, 수많은 수공예 상점과 맛있는 먹을거리는 눈과 입을 한없이 즐겁게 만든다. 컨테이너 박스는 녹이 슬고 낡았지만 예술의 혼을 입어 작품이 됐다. 형형색색의 거리 조각품과 건물 외벽을 장식한 그림은 항구도시이자 공업도시인 가오슝의 정체성을 담았다. 하나같이 멋져서 인생 사진을 찍기에 좋다.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는 모습에서 도시민의 여유가 느껴진다. 낡은 건물은 실험정신이 가득한 예술가들의 아뜰리에가 됐다. 밤 10시가 되어도 작업실은 불이 꺼지지 않고 아티스트는 무언가를 만드느라 여념이 없었다. 

●사랑의 강  아이허

역시 도시는 강을 끼고 있어야 로맨틱해지는가보다. 이름도 참 닭살돋지. 아이허(愛河)는 ‘사랑의 강’이라는 뜻이다. 유람선 이름도 ‘사랑의 배’다. 아이허에서는 이곳도 사랑, 저곳도 사랑이다. 
그런데 이날 밤은 달랐다. 가오슝 시민이 모두 나온 듯 북적댔다. 마침 아이허 등불축제 기간이었다. 사람과 등불, 길거리 공연으로 강가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노점상에서 파는 취두부 냄새가 사랑의 강 위에 흘러다녔다. 사랑보다는 열정이, 썸타는 연인대신 먹을거리가 가득했다. 
 
▶Travel Info  
시차: 우리나라보다 1시간 느리다
환율: 1대만달러(TWD)는 한화로 37원 정도다. 
타이완 역사
17세기 이전 네덜란드인은 안핑(安平, 지금의 타이난) 지역을 거점으로 삼아 타이완에서 포교, 무역 활동을 시작했다. 중국대륙 연해지역에서 한족을 불러와 토지를 개간시키면서 타이완의 다민족 역사가 시작됐다. 1895년 타이완은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고 1945년 2차 세계대전의 종결과 함께 식민통치에서 벗어나게 된다. 타이완에 토착원주민, 중국, 일본, 유럽 문화가 혼재하게 된 이유다. 

아리산 3월 한정 특가
타이완 전문 랜드 엘트래블이 아리산 패키지 상품을 3월 한 달 동안 특가로 운영한다. 3박4일 일정 기준 49만9,000원 부터다.
 
아리산 글·사진=김진 Travie Writer  취재협조=엘트래블 02-6080-8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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