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팅을 위해 사내 회의실을 오후 3시로 예약해 뒀다. 3시쯤 되어 협력사 분과 회의실로 들어가려는데, 20대 중반의 신입 직원이 회의실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 직원에게 오후 3시로 회의실을 예약했으니 좀 비켜줄 수 있겠냐고 물었고 그는 아직 2시59분이니까 기다리라고 답했다. 순간 좀 당황스럽기도 하고 기가 차기도 했다. 난 나이도 많고 상급자인데 2시59분이라고 회의실을 내어줄 수 없다니. 그러면서 나도 몰래 입에서 내가 사회 초년생일때 당시 상사분들이 하던 말이 툭 튀어 나왔다. ‘하여튼 요새 젊은 것들은…’ 그리고는 정말 그 직원은 몇 십초가 지나 스마트폰 시계가 정확히 3시를 알리자 그 때 우리에게 가벼운 목례를 하며 회의실을 떠났다. 
 
그로부터 며칠 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하는 어느 컨퍼런스에 참석하게 되었는데 주제가 ‘밀레니얼 세대(1980년에서 2000년대에 출생한 세대)’를 이해해야 비지니스에 성공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은 크게 다음과 같이 3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인터넷과 스마트폰과 함께 성장한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세대. 둘째는 독립, 결혼 지연 세대며 셋째로는 소셜 미디어(네트워크) 세대라는 것이다.<출처: 코트라> 이러한 밀레니얼 세대가 주목받는 이유는 강력한 소비력과 함께 스마트폰을 통해 빠르고 쉽게 정보를 파악하고 공유하기 때문이며, 미래 성공적인 비지니스를 위해서는 그에 맞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 내용이었다.

하지만 위에 제시된 밀레니얼 세대의 3대 특징이라는 것에 바로 공감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70년대 생인 나를 비롯하여 주변의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들도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생활화 되어 있고 자발적인 비혼이나 싱글족도 많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소셜 미디어도 자주 사용하며 종종 포스팅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소셜 네트워크를 자주 쓰는 독립적인 세대가 바로 밀레니얼 세대라고 하기엔 정의가 다소 빈약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컨퍼런스 이후 나는 밀레니얼 세대에 대해 좀 더 공부를 해보기로 했다. 하지만 여전히 찾을 수 있는 내용은 비슷했다. 밀레니얼 세대는 개인적이며 창의적인 것을 좋아하고 새로운 것에 대한 모험심이 강한 것 등이 특징이었다. 우리 여행업계와 관련해서도 언급된 부분이 있었는데 이러한 밀레니엄 세대가 자유여행을 더욱 큰 비중으로 가속화 시킨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관련된 내용을 찾아보면 찾아볼수록 점점 더 의문만 커져갔다. 창의적이고 개인적이며 모험심이 강하다는 게 밀레니얼 세대만의 특징일까. 여든을 바라보는 나의 아버지는 지금도 모험심이 넘쳐나며 여행을 즐기시는데 과연 이런 내용들이 맞는 것일까.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이해는 오히려 <사피엔스>라는 책을 읽고 그 답을 구할 수 있었다. 이 책의 저자인 유발 하라리에 따르면 과학계에서 ‘길가메시’라는 프로젝트가 진행중인데 이것은 컴퓨터와 인간의 뇌를 잇는 작업이라고 한다. 그래서 궁극적으로 현생 인류인 사피엔스는 멸망하고 생명공학적 신인류 즉, 영원히 살 수 있는 사이보그가 가까운 미래에 인류를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작가는 예언하고 있다. 조금 무서운 내용이지만 이 책을 통해 현재 새롭게 생겨난 혹은 생겨날 세대들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다. 즉 지금의 밀레니얼 세대를 비롯해 앞으로 등장할 세대들은 인간의 뇌와 컴퓨터가 이어지기 시작하는 아주 초기단계에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제야 앞서 2시59분에 회의실 비워주기를 거절했던 신입 직원이 이해가 됐다. 직급이나 나이, 상황적인 맥락보다는 단순히 컴퓨터의 시계가 3시가 아니기 때문에 나가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러한 밀레니얼 세대의 뇌는 어떤 의미에서 이미 컴퓨터와 연결됐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40대 A는 회사에서 우수직원상을 받고 스스로 자랑스러운 나머지 자신의 SNS에 사진을 올려 업적을 알렸다. A에게 SNS는 자신의 ‘현실세계’를 컴퓨터 안의 ‘가상세계’로 전달해주는 도구다. 그러나 밀레니얼 세대인 B는 회사에서 상 받은걸 포스팅하는 것보다는 SNS에서 주는 상(‘좋아요’ 혹은 별풍선’ 등)을 받을만한 재밌거나 흥미로운 사진을 포스팅 한다. 둘 다 SNS를 이용하고 있지만 접근방식은 판이하게 다르다. 밀레니얼 세대에겐 컴퓨터 안 가상세계 자체가 삶의 무대고 그곳에서의 업적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우리 여행업계는 이러한 밀레니얼 세대를 어떤 방식으로 우리의 새로운 고객으로 맞이할 수 있을까. 일단 이 세대들을 여행지에서 외롭거나 지루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인간의 몫은 상당히 적다. 오히려 이들을 활기차고 즐겁게 해주는 길은 와이파이를 통해 그들의 뇌가 컴퓨터과와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들은 익명의 다수들이 좋아할만한 여행지 사진과 정보를 공유하며 가상세계 혹은 그들에게는 현실세계 속에서 정신없이 바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IT Travel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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