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골프전문 여행사 대표와의 저녁 자리에서 골프전문 업체들의 위기감을 여실히 느꼈다. 카카오 때문이었다. 스크린골프 사업자인 카카오VX가 올해 중 카카오톡과 골프를 연계하겠다고 2월말 선언한 게 발단이다. 엄청난 파급력을 지닌 카카오톡이라는 플랫폼을 통해서 골프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말이었으니 파장이 클 수밖에 없었다. 골프용품 구매부터 골프장 예약, 골프장까지의 길안내, 라운드 후의 대리운전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포괄적인 구상이다. 골프 산업계 전반에 지각변동을 불러올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아직 구체적인 방식이나 시기 등의 윤곽은 나오지 않았지만 골프로 먹고 사는 업체들로서는 바짝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날 만난 골프여행사 대표는 “특히 국내에서는 골프여행사가 더 이상 할 일이 없게 된다”고까지 비관적으로 봤다. 인공지능(AI) 챗봇이 골프장 상담과 예약, 길안내부터 대리운전 수배까지 척척 다 해결해주는데 여행사가 끼어들 틈이 어디 있겠느냐는 이유에서였다. 지금도 겨우 티타임을 확보해 몇 천 원 정도 남기고 예약 해주거나 예약 성공시 일정 수수료를 받는 정도에 머물고 있는데 그마저도 할 수 없게 될 것이라는 걱정이 컸다. 카카오가 알아서 개개인의 골프 실력과 스타일, 성향 등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끊임없이 매혹적인 제안을 할텐데 주먹구구식 여행사 서비스가 통할리 있겠느냐는 판단도 덧붙였다.

골프장으로서야 카카오의 골프서비스 개시를 마다할 리 없다. 여행사든 카카오든 팔아주기만 하면 되니까 말이다. 문제는 그동안 소비자와 골프장 사이에서 나름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생존해왔던 수많은 여행사나 예약대행업체들이다. “중소여행사들이 카카오의 항공권 사업 진출을 반대하는 게 남일 같지 않아요.”라는 푸념도 이해가 된다. 

그렇다고 반대만 외치고 있을 수는 없다. 그런다고 통할리도 없다. 그 어느 때보다 틈새를 찾고 플랫폼이 제공하지 못하는 전문성으로 승부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카카오톡 골프 서비스로 골프가 더 대중화돼 궁극적으로는 골프투어 수요가 더 늘게 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도 있지 않은가. 이미 여행 속성을 한층 강화한 골프투어 상품이 주목을 받는 등 변화의 물결도 시작됐다. 변화는 새로운 기회를 낳는다. 단 능동적으로 대응할 때 만이다.
 
 
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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