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세기에서 15세기까지 동서양간의 무역을 장악했던 나라는 베네치아공화국으로 지금의 이탈리아 일대다. 당시 서양에서 인기 있던 품목은 인도에서 재배된 후추와 같은 향신료로 이는 무역선에 실려 홍해를 거쳐 지중해 인근에 위치한 베네치아까지 운송됐다. 베네치아는 이러한 해상 네트워크를 통해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함으로써 막대한 이윤을 챙길 수 있었다. 그러나 15세기 중엽에 이르러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맞이했다. 이슬람 왕조인 오스만 제국이 동로마였던 비잔틴 제국(현재의 터키 및 그리스 지역)을 이탈리아산 대포로 멸망시키고 세르비아와 불가리아가 있는 발칸지역까지 점령하게 되면서 베네치아는 지중해를 통한 향신료 무역길에 방해를 받게 됐다.  

이러한 변화는 유럽의 대항해 시대를 여는 계기가 됐다. 포르투갈, 스페인 영국 등은 오스만 제국을 우회해 아시아로 갈 수 있는 대서양 항로를 개척함으로써 한동안 끊어졌던 유럽과 아시아를 다시 ‘연결’할 수 있었다. 지중해에서 대서양으로의 해상 네트워크 이동은 자연스럽게 부의 지도 또한 변형시켰다. 지중해에 근접한 이탈리아가 15세기까지 가장 부유한 나라였다면 그 이후엔 대서양의 인근 나라인 포르투갈, 스페인, 네덜란드, 영국 등이 부를 가지고 세계경제의 패권을 거머쥐게 됐다. 

얼마 전 한국과 미국의 항공사간 조인트벤처가 국토부의 최종승인을 받았다고 한다. CAPA에 따르면 얼라이언스를 통한 파트너쉽, 인천공항과의 협조, 일본 하네다 공항의 슬롯 부족 등으로 인해 대한민국의 인천공항이 미국항공사의 동북아 허브가 될 것이라 전망한다. 이러한 미국과 한국의 직접적인 ‘연결’을 통한 네트워크의 변화는 역학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는 동북아 항공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임이 분명하다. 

앞서 언급한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네트워크의 형성과 변화는 그와 관련한 이익집단에 영향을 끼친다. 또한 이러한 네트워크의 경제적 영향력은 비단 우리가 속해 있는 항공, 여행업뿐만 아니라 물류나 통신망, SNS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링크드인과 같은 인적네트워크회사까지 수많은 비즈니스에 똑같이 적용된다. 네트워크가 존재하는 곳에는 산업에 상관없이 같은 개념으로 운영된다. 

얼마 전 서울대학교 경영대학/MBA 교수인 노상규 교수의 오가닉 비즈니스 ‘Network is eating the world’ 라는 책을 접했다. 이 책은 네트워크, 즉 ‘연결’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네트워크의 개념이 어떻게 비즈니스에 접목되었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이 책의 이론에 따르면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과 같은 대표적인 온라인 플랫폼회사들을 네트워크 운영, 즉 연결 짓기에 성공함으로써 부를 쌓은 회사로 평가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구글은 정보와 탐색자를, 아마존은 판매자와 구매자를, 페이스북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며 이를 통해 형성된 네트워크를 유기적으로 운영하고 이를 선순환하여 막대한 성공을 이룰 수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선순환을 위해서는 네트워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들을 제한하거나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네트워크 설계가 성공 포인트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위와 같은 유기적인 네트워크가 어떻게 여행업에 도입될 수 있을까를 생각해봤다. 노상규 교수의 책을 읽고 난 후, 어찌 보면 우리가 속해있는 여행업은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의 각 특징들이 집약되어 있는 비즈니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사들은 첫째, 구글처럼 여행정보를 찾는 탐색자에게 유효한 정보를 제공해서 탐색자와 연결시켜야 한다. 둘째, 아마존처럼 판매자인 항공사의 상품과 구매자를 연결해야 한다. 무료수하물이 포함되지 않은 항공권부터 비즈니스 클래스까지 항공사의 갈수록 다양해지고 복잡해지는 상품들을 그에 대한 니즈가 있는 고객들과 직접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페이스북과 같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특정 장소를 여행하는 고객들 간의 소통을 돕고 그것이 새로운 네트워크의 확장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신경 써야 한다. 참으로 어려운 비즈니스임이 틀림없다.   
 
 
IT Travel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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