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정부관광청이 8월부터 지사에서 GSA 체제로 전환한다. 지난해 호주를 방문한 한국인 수가 사상 처음으로 30만명을 돌파했음에도 말이다. 왜일까? 그 이유와 호주 여행 시장의 현재에 대해 짚어봤다. <편집자 주> 
 
-지사↔GSA로 잦은 변심… 예산 등 미정
-20년째 국적사 단독노선으로 공급력 미미
 
●GSA 대행사 입찰에 ‘눈길’ 
 
업계에 따르면 호주정부관광청은 오는 8월부터 지사 체제에서 대행사(GSA) 체제로 전환한다. 호주정부관광청이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지만 앞으로 지사에서의 업무를 정리해야하는 만큼 관계된 업계 담당자들에게는 알려진 상태다.  또 호주정부관광청은 5월14일부터 5월29일까지 앞으로 관광청의 업무를 맡을 대행사에 대해 입찰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호주정부관광청은 지난 1990년 한국지사를 오픈했다. 그러던 중 1997년 국내에서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로 외환위기를 맞으며 여행 시장도 얼어붙었고, 한국지사는 대행사 체제로 전환해 운영했다. 하지만 몇 년 후 지사 체제로 다시 전환했다. 호주정부관광청 대행사는 7월 안으로 선정을 마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에 지사·GSA를 둔 퀸즈랜드주, 뉴사우스웨일즈주, 서호주관광청은 기존 체제를 유지한다. 

대행사 입장에서 호주정부관광청은 ‘탐나는 관광청’이라는 분위기다. 아직 구체적인 활동 방향이나 예산 등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동안의 마케팅 활동이나 프로모션 등을 고려하면 예산의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예측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행사 입찰 과정에서도 국내 마케팅 대행사들의 경쟁은 꽤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대행사 체제 전환 소식에 중소여행사는 다소 침울하다. 아무래도 대행사로 전환하게 되면 여행사를 지원하는 예산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다. A여행사 관계자는 “대행사로 전환하겠다는 것은 비용 절감 차원의 이유가 크지 않겠느냐”며 “지금까지는 크던 작던 소규모 여행사도 세심하게 지원해줬는데 앞으로는 확실한 곳에만 투자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설명했다. 
 
●2,600만명 출국자 중 호주행 1%
 
호주정부관광청이 올해 지사에서 대행사 체제로 전환한 곳은 한국이 유일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호주정부관광청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는 호주 인바운드 시장에서 한국 시장이 투자 대비 관광객 유치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분석하고 있다. 또 매년 늘어나는 사무실 유지비, 인건비 등 경상비를 줄이겠다는 전략일 가능성도 높다.  

지난해 한국인 출국자 수가 2,600만명을 돌파하면서 한국은 전 세계 관광청들로부터 조명 받고 있는 마켓임은 분명하다. 전체 출국자 수뿐만 아니라 인구대비 아웃바운드 규모가 커 성장 가능성도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렇다면 호주 인바운드 마켓에서 한국 시장은 어떨까. 호주정부관광청이 발표한 한국인 입국자 수<표 참조>를 살펴보면 지난 2012년부터 2017년까지 20만5,300명에서 30만1,800명으로 크게 늘었다. 호주 전체 인바운드의 최근 3년간 평균 성장률(6.5~11%)보다 한국 시장의 성장률(7.7~23.4%)이 더 두드러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인 전체 출국자 수의 성장률과 비교하면 한국 시장의 성장률은 그 이하다. 즉, 매년 해외로 나가는 한국인 수가 증가하는 분위기를 감안하면 호주를 찾는 한국인 수는 기대보다 못한 성적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다. 한국인 전체 출국자 수 중 호주를 방문한 한국인의 비중도 지난 6년 동안 1.1~1.5%에 불과하다. 
 
●국적사 단독 노선으로 공급력 낮아
 
콴타스항공은 지난 1998년 IMF의 여파로 한국 노선을 단항했다. 이후 20년 동안 호주와 한국 노선에 정기성 직항을 운항하는 항공사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유일하다. 호주가 가진 여행 콘텐츠, 자연 환경, 인프라 등을 고려했을 때 폭발적인 성장이 어려운 건 항공 공급의 문제라는 지적이 크다. B관계자는 “한 목적지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항공 공급이 뒷받침 되어야 하는데 국적사뿐만 아니라 외항사의 역할도 크다”며 “연간 방문객 30만명 시장에서 국적사만 운항 중인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반면 캐나다의 경우 지난해 한국인 방문객 수는 호주보다 적은 22만명1,976명을 기록했지만 대한항공과 에어캐나다가 밴쿠버, 토론토에 직항을 매일 운항 중이다. 

국적사들도 성수기에 속하는 동계시즌에만 반짝 증편을 할뿐이다. 정기성 운항 횟수를 늘리거나 신규 취항에는 소극적인 모습이다. 항공 업계는 화물 및 상용 수요가 뒷받침 되지 않는다는 점을 큰 이유로 꼽았다. C관계자는 “대한항공이 맬버른 노선을 단항한 이유도 카고(화물) 수요가 적기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레저 수요에 따른 로드율은 좋지만 변수가 많은 여행 시장에서 상용 수요의 균형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호주까지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인천-시드니를 매일 운항하며 대한항공은 브리즈번 노선을 주4회 운항 중이다. 

또 비행거리가 비슷한 미주나 유럽과 비교해 호주 노선의 항공료는 높은 편이다. 실제로 5월10일 기준 여행기간 5월28일부터 6월2일의 인천-시드니 항공권을 검색한 결과 최저가는 아시아나항공 93만1,400원(10시간45분), 샌프란시스코(10시간20분)와 LA(11시간20분)의 경우 아시아나항공 80만1,300원이 최저가로 검색됐다. 중국이나 동남아시아를 경유하면 50만원 대로도 항공권을 구입할 수 있었다. 또 항공 공급이 적은 상황에서 홈쇼핑을 통한 상품가가 크게 낮아졌다. D여행사 관계자는 “홈쇼핑 요금이 너무 낮아 항공 따로, 호텔 따로 예약하는 개별여행객들이 비교했을 때 패키지 요금이 항공권만 구매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며 “아직도 쇼핑으로 마이너스를 채우는 식의 상품이 많아 개별여행객들의 구미를 끌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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