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up! 남이섬

섬 여기저기 적힌 ‘나미나라 공화국’이라는 표시가 이곳은 또 다른 세상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살던 도시와는 다른 곳, 남이섬을 음미했다. 

메타세콰이어길
메타세콰이어길

공화국이라는 이름을 붙일 만큼 남이섬은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별도의 국기와 화폐까지 있을 정도다. 배를 타는 입구와 출구를 입국장, 출국장이라 부르고 섬 안에는 중앙은행과 우체국까지 있다. 사실 이 모든 것을 굳이 나열하지 않고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나의 도시와는 확연히 다른 곳임을. 키 큰 나무들이 쭉쭉 뻗은 길과 길 사이에는 청설모, 다람쥐, 토끼들이 뛰놀고 있었다. 자동차와 횡단보도 대신 자전거와 강이, 공해와 소음 대신 맑은 공기를 타고 새 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살던 곳과는 완전히 다른 섬에 떨어졌다.

운석 맞은 화장실
운석 맞은 화장실

산책을 했다. 남이섬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메타세쿼이아 길부터. 이름난 명소인 만큼 사람들로 붐볐지만, 상상했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사진 속에서 보던 길은 늘 푸른 잎이 우거진 나무들로 가득했는데 지금 보이는 이른 봄의 나무들엔 아직 가지만 앙상했다. 기대했던 장면은 아니었어도, 그 나름대로 멋이 있었다. 마른 나뭇가지들 사이로 초록 잎 대신 파란 하늘이 듬성듬성 걸려 있었다.  


섬 중앙 쪽으로 나오자, 진흙으로 빚은 조각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 ‘위칭청 행복예술관’에는 중국의 진흙 조각가 위칭청의 작품을, ‘처마갤러리’에는 이름처럼 처마 밑에 김명희 작가의 진흙 인형들을 전시해 놓았다. 대부분 엄마와 아이들을 표현한 작품들로, ‘따라쟁이’, ‘아버지가 오시면 먹자’ 등 센스 넘치는 작품명을 구경하는 재미만 해도 쏠쏠했다.

곳곳에 놓인 독서공간
곳곳에 놓인 독서공간

남이섬의 아트는 예술관이나 갤러리에만 있지 않았다. 곳곳의 표지판에 적힌 글귀, 심지어 화장실 건물에서마저 예술적 요소를 찾을 수 있었는데 이를테면 ‘운석 맞은 화장실’ 같은 거다. 지붕에 운석 모양의 돌이 박혀 있는 이 화장실은 들르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었다. ‘별똥별에 소원을 빌 듯, 운석 맞은 화장실에서의 시간이 행운일지 모르겠다’는 설명을 본 이상 말이다.

남이 공예원
남이 공예원

다시 섬의 입구 쪽으로 발길을 돌려 어디선가 들려오는 노랫소리를 따랐다. 노래박물관 1층에 있는 스윙카페(Swing Cafe)다. 커피 한 잔, 케이크 한 조각을 주문하고서 창 측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창문 밖으로 시원하게 강변이 펼쳐졌고, 은은한 조명과 어울리는 멜로디가 잔잔하게 흘렀다. 이날 오후의 맛은 참 달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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