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민경 기자

FIT로 간 사람과 패키지로 간 사람이 사온 쇼핑 품목을 한자리에 펼쳐놓고 비교해 본다면, 같은 지역을 갔다하더라도 그 차이가 어지간하게 벌어질 것이다. 패키지라면 라텍스 베개(최근 논란의 중심에 섰다만) 하나쯤은 있을 것이고, 게르마늄 팔찌나 홍보하는 문장대로면 거의 만병통치에 가까운 가루 식품 한 통 정도는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반대로 FIT 여행자의 쇼핑 품목을 보면 현지 마트에서 일명 ‘털어온’ 치약, 비누, 커피 등등 그리고 유명 드럭스토어 상품들을 상상할 수 있겠다. 이 둘의 쇼핑 품목 중 겹치는 것은 10 중 1에 채 미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10년 전 패키지 이용객의 쇼핑 리스트나 지금의 쇼핑 리스트나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강산이 변했는데 옵션 쇼핑의 품목은 달라진 것이 없다”며 “수은 검출로 크게 문제가 됐던 중국의 한약만 빠진 것 같다”고 말했다. 


옵션 쇼핑의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든다. 그야말로 ‘고인 물’이니 매력적일 수가 있나. 여행자들도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이 쌓였으니 우르르 몰아놓고 온갖 말로 현혹해도 꼭 그것만 정답이 아니라는 것도 안다. 대형 쇼핑몰에 있는 라텍스 전문점에 가도 옵션 쇼핑으로 사는 것보다 저렴하게 사고, 에누리도 할 수 있다는 걸 안다. 온라인에 온갖 상품들의 거래 가격들이 공개돼 있는데 웃돈을 주고 굳이 왜? 가이드와의 의리 아니고서는 굳이 왜? 


라텍스에서 방사성 물질인 라돈이 검출되면서 나쁘게는 최종적으로 여행 상품 옵션에서 라텍스를 빼버리는 방안까지 논의되고 있다. 꼭 빼버리진 않더라도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여행자들이 사겠냐는 소리도 나온다. 물론 현지의 대표적인 그리고 가장 수익성이 높았던 품목이었던지라 결정이 쉽지 않다. 수익성으로 라텍스를 대체할 만한 품목도 없는 상태여서 당장 쇼핑에서 제외할 경우 필연적으로 상품가 상승이 일어난다는 우려도 높다. 


그래도 문제가 생긴 김에 옵션 쇼핑에 대해서 다시 검토해 보자. ‘정말 좋은 상품이어서’, ‘고객이 싼 것만 찾으니까’ 다 거짓말이다. 여행사끼리의 과당 경쟁으로 인한 출혈을, 또는 여행상품의 구조적 결함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뿐 아닌가?
 

차민경 기자 cham@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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