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영국의 옛 아성은 개척의 땅 미국에서 다시 되살아나려는가? 지난 91년 2억5천5백만 파운드(미화 4억5천5백만 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함으로써 명실공히 세계적인 항공사로 군림한 영국항공(BAW)은 지난 21일 미국의 동부지역에서 광범위한 국내선 노선망을 확보하고 있는 유에스 항공(US Air)으로부터 우선주 7억5천만 달러를 매입한다고 발표함으로써 세계항공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것은 영국항공이 지난 88년 유나이티드항공과 운항편명을 공동사용(Code Sharing)한다는 내용의 마켓팅 제휴를 한 이후 미항공시장내에 두번째 파란을 일으킨 것이다. 항공업계를 또다시 뒤흔들며 일대 변모를 꿈꾸고 있는 영국항공과 US항공간의 밀착 관계를 집중 분석해 본다.<편집자 주>
당초 노스웨스트항공의 운항노선에 관심이 많았던 영국항공은 노스웨스트항공의 보통주 20%와 우선주 49%를 소유하고 있던 KLM네덜란드항공과의 합병을 꾀함으로써 미국시장으로의 진출을 모색했었다.
그러나 지난 2월 KLM항공의 지분을 38.2%나 소유하고 있는 네덜란드정부의 개입과 양 항공사간의 지분관계에 대한 이해결렬 등으로 결국 구주대륙과 미대륙 간의 최초의 다국적항공망의 출현은 무산되고 말았다.
이로 인해 92년 12월 유럽경제의 통합을 눈앞에 둔 두 항공사로서는 신 항공자유화 정책에 맞춘 자유로운 노선권의 확보가 가장 시급한 선결과로 남게 됐다.
그래서 방대한 노선망을 소유하고 있는 항공사와의 제휴가 불가피했고, 결국 유럽대륙 내에서 찾지 못한 제휴상대를 물색키 위해 호시탐탐 미국으로의 진출을 노렸던 영국항공은 미국내 동부지역의 전역을 취항하고 있는 가장 이상적인 파트너, US항공에 손을 뻗친 것이다.
반면 KLM항공은 새로운 파트너의 물색을 보류하고 노스웨스트항공과의 제휴관계를 더욱 돈독히 다지는데 합의했다.
세계최대 항공동맹체 예고
영국항공이 US항공으로부터 주당 20달러50센트에 매입하기로 한 우선주 7억5천만 달러는 US항공의 우선주에 대한 2개의 특별관리에 의해 조성된다.
첫째, 영국항공은 보통주로 환산가능하고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21%의 우선 주 5억1천8백만 달러를 우선적으로 매입하고 둘째로, 미 당국이 허가하는 한도 내에서 투표권이 부여되어질 특별우선주 2억3천2백만 달러를 매입한다는 것이다.
US항공의 주식을 매입할 때 영국항공은 US항공의 투표권을 갖는 우선주를 더 많이 확보하려 했으나 미국내 항공사에 대한 투자한도를 25%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미 타사에 매입돼 있는 4%의 지분을 제외한 21%의 주식만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보통주로 환산하면 영국항공은 US항공의 현행 보통주식자본의 44%에 달하는 지분을 소유하는 것이 된다.
또한 영국항공은 16명으로 구성된 US항공 이사회의 위원으로 4명이 참석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받게 된다.
올 연말 두 항공사의 동맹이 정식으로 체결되어 업무 개시가 되면 두 항공사는 총 6백50대의 항공기로 세계 71개국, 3백39개의 취항지에 8천여만 명의 승객을 수송하는 세계최대의 항공동맹체로 탈바꿈 할 것이다.
이로써 영국항공은 독립국가연합의 아에로플로트항공을 제외한 그 어느 나라보다도 승객수송과 수익성 면에서 범세계적으로 광범위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즉, 영국항공으로서는 그동안 꿈꿔왔던 글로벌 서비스를 위한 진일보의 획을 긋게 되는 것이다.
한편 미국내 항공규제가 완화된 후 더욱 치열해진 오금경쟁과 걸프전후 지속된 경제불황은 작년 12월 총 19억 달러의 부채와 2억6천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하는등 US항공을 빚더미에 앉게 했다. 때문에 US항공에 있어서는 영국항공과의 자본제휴만이 사활을 건 미항공산업의 항공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편이었던 것이다.
글로벌 서비스 위한 제휴
항공전문가들은 「국경이나 경제적 경계에 구애받지 않고 지선과 노선망 확충을 통해 각 국에 영업거점을 확보함으로써 국제적인 판매서비스를 이루는 글로벌서비스체제가 치열한 항공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최대의 관건」이라고 전망한다. 글로벌서비스는 다시 말해서 「승객에게 동일한 항공사를 이용하여 세계를 여행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주는」항공운송산업의 이상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글로벌서비스는 단일 항공사로서는 수행이 불가능하고 다수국가의 협력과 제휴, 동맹, 합병 등에 의해 실현될 수 있다. 왜냐하면 초대형 항공사일지라도 CRS의 예약망이나 승무원 및 기술자의 신규채용, 그리고 비행기구입 등에 소요될 방대할 자본을 단독으로 투자하기에는 경영상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항공산업의 세계화 대형화 추세에는 항공운항 편명 공동 구축, 자본제휴 등의 방식이 대표적으로 사용되는데 최근 가장 유력한 제휴형태로는 외국항공사의 주식을 매입하는 등의 자본취득에 의한 제휴를 꼽을 수 있다.
금번 영국항공과 US항공간의 자본제휴는 영국항공이 북대서양노선에 있어서 기존의 US항공의 항공노선망을 지선으로 활용함으로써 더욱 충실해진 노선망을 통해 미국내 굴지의 항공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여 경쟁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세계항공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만일 두항공사 간의 제휴과정중 현재 미국내선에 취항중인 US항공의 거미줄 노선망을 영국항공이 확장된 지선으로 사용할 수 없었다면 영국항공이 운영상 총이익금의 35%를 건질 수 잇는 황금시장 북대서양 노선에 있어서 아메리칸 항공이나 유나이티드항공과 같은 초대형 항공사들과의 경쟁에서 영국항공은 치명적인 손해를 입었을 것이다.
한편 US항공도 이번 동맹체결 결과 확충된 국제선 노선망을 통해 괄목할 만한 수입의 증가를 기대함을 물론 미국내 유수항공사중 보다 강력한 경쟁력을 지닌 항공사로의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6개의 국제선만을 운항하고 있는 US항공은 이제 영국항공의 국제노선망을 공동 이용할 수 잇게 된다.
영국항공시장 진출 기대
영국항공과 US항공의 자본제휴 동맹이 정식으로 체결되기 위해서는 양국의 자국내 취항허가 승인을 얻어야 한다.
미국 운수부의 규정에도 외국항공사가 미국내 취항허가를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당국과 협의토록 되어 있다.
유나이티드항공과 같은 미국내 유수의 항공사들은 미국정부가 두 항공사의 동맹조약을 승인하는 조건으로 영국항공시장에 미항공업계가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잇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항공업계는 미국의 항공자유화이후 난립해진 항공사들이 결프전 후 악화된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강한 대형 항공사들에게 흡수 병합되는 재편과정을 보아왔다.
재편과정 후 비대해진 미항공 업계의 국제선으로의 진출은 유럽항공사들에게 있어 가히 위협적인 존재로 부각되었고 상대적으로 경쟁력제고에 박차를 가하게 된 유럽항공사들은 속속 민영화 추세로의 탈바꿈을 시도하게 되었다. 또한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타국항공사들과의 전략적 제휴동맹을 추진하게 되었다. 더불어 유럽 내 경쟁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유럽 내 기업 간의 합병등이 이루어지고 잇다.
영구항공이 독일의 델타항공을 사들여 93년부터 실시될 신 항공자유화정책에 따라 1백% 자본투자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 한 예다.
유럽 내 항공사들이 대내적으로는 항공사의 내실을 다지고 대외적으로는 초대형항공사들의 압력에 대응하기위한 경쟁력 제고의 안간힘을 쓰는 것은 92년 12월 영국의 에딘버러에서 개최될 정상회담에서 유럽 단일시장으로의 정책중 하나인 신 항공자유화정책을 통해 미국내 다국적 거대항공사들에 버금가는 EC거대항공사들의 탄생을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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