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고은 기자
손고은 기자

 

미세먼지에 갑갑한 요즘은 공기 좋은 나라가 부러워 미칠 지경이다. 그 부러움은 이번 타히티 출장에서 절정에 다다랐다. 바다는 너무 맑고 투명해 바닥이 훤히 보였고 지평선에 있는 작은 섬은 선명하게 존재감을 드러냈다. 거슬리는 것 하나 없는 맑은 공기는 말해 뭣하랴. 그런데 이토록 천국 같은 섬을 찾는 여행객은 생각보다 적다. 지난해 타히티섬을 찾은 외국인 여행객은 고작 20만명뿐이다. 지난해 방한 외국인수가 약 1,334명이었으니 1.5%에 그치는 수준인 셈이다. 지상낙원이 붐비지 않는 건 아마 거리보다는 가격 때문에 망설이는 이들이 많아서일 테다. 보라보라섬에서 1박 숙박료가 100만원에 달하니 주로 경제적 여유가 있는 중장년층이나 일생에 한 번 큰맘 먹고 오는 허니무너들이 찾는다.  


지난달 열린 타히티 트래블 마트에서 타히티 관광부 관계자를 만났다. 프렌치 폴리네시아 118개 섬 전체를 통틀어도 3,000객실 밖에 없어서 숙박비가 비싼 게 아니냐 물었더니 5년 이내에 6,000객실까지 늘릴 계획을 갖고 있단다. 하지만 그마저도 건물을 새로 짓기보다 기존에 숙박시설로 사용되던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정도였다. 타히티 주민들도 무분별하게 호텔을 짓는다거나 가격을 낮춰 수많은 인파가 몰려오는 것을 반대한다. 수많은 여행객보다는 한 명이라도 타히티의 가치를 알고 진정 즐길 수 있는 이들이 오길 바란다고도 했다. 훼손되지 않은 청정한 자연이야말로 사람들이 타히티를, 보라보라섬을 찾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시장의 원리에 익숙한 사람으로서 지속가능한 관광산업을 위한 그들의 마인드가 남달라 보인다. 


서울시는 여행객으로 북새통을 이루는 북촌한옥마을에 처음으로 관광 허용시간을 도입한다. 북촌로11길 일대를 평일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통행을 허용할 예정이다. 여행객들이 몰려들어 북촌한옥마을 지역이 쓰레기 투기로 훼손되고 무단침입 등으로 불편을 겪는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환경 정화를 위해 섬 출입을 일시 폐쇄하는 보라카이섬이나 피피섬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가 타히티섬에 가는 이유, 북촌한옥마을에 가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면 고유의 환경을 잃지 않도록 보호하는 지혜는 당연해 보인다.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