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머신을 타고 군산의 시간을 거닐었다. 
유년의 기억을 징검다리처럼 통통 건넜더니 일제 강점기 아픈 시대에도 닿았다.     

군산 근대역사거리는 아직도 과거에 머물러 있다
군산 근대역사거리는 아직도 과거에 머물러 있다

 

시간에는 힘이 있다. 동네 구멍가게 앞에서 이런 심오한 생각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내가 어릴 적 살던 곳에도 꼭 이만 한 슈퍼가 있었다. 학교가 파하면 어김없이 들러 군것질을 하곤 했는데…. 있는지도 몰랐던 기억들이 여기서야 문득 떠오른 것이다. 20년을 훌쩍 뛰어넘은 오후였다. 군산 근대역사거리였다. 


그러고 보니 마을 한편에 자리한 초원사진관도 20여 년 전 그 어디쯤에 머물러 있어 뵌다. 1998년 개봉한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의 배경이 됐던 초원사진관은 원래 차고였던 건물을 영화 촬영을 위해 개조한 것으로, 카메라와 앨범 등 영화 속에 등장했던 소품들이 고스란히 전시돼 있다. 영화를 직접 보지 못한 나에게 당시 대학생이었던 사촌 언니는 말했다. 정원(한석규)과 다림(심은하)의 사랑이 얼마나 순수한지에 대해. 사진관 한쪽 벽면으로는 영화 에피소드가 담긴 액자들이 빼곡하게 걸렸다. 이제 어엿한 엄마가 된 언니가 이걸 본다면, 그 얼굴에 향수가 얼마나 그득 걸릴까 상상했다.

동국사
동국사

 

모든 시간이 아름다울 수만은 없다. 타임머신은 급기야 1900년대 초반까지 거슬러 올랐다. 1800년대 후반 일본의 주도 하에 개항된 군산은 이후 끊임없이 일제의 지배를 받아야 했다. 마을 곳곳에서 일본식 건축양식을 볼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인데, 신흥동 일본식 가옥이 대표적이다. 일명 ‘히로쓰 가옥’이라 불리는 이 집은 일제 강점기 당시 군산에서 부를 축적했던 일본 상인 히로쓰 게이사브로의 주택이다.


한눈에 봐도 한국식 절과는 판이하게 다른 동국사도 마찬가지다. 1913년 일제 강점기에 일본인 승려 우치다에 의해 지어진 절로, 우리나라에 남은 유일한 일본식 사찰이다. 그럼 우리네 보통 사람들의 삶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1930년대 군산의 거리를 생생하게 재현해 놓은 근대역사박물관에서 찾을 수 있었다. 선반에 늘어선 고무신, 문 안팎으로 술통으로 가득한 주조회사, 길 한편에 세워진 마차. 왠지 모를 이 먹먹한 감정이 과거에서 전해 온 것이라면, 이 역시 타임머신 기능의 일부일 테다.


다시 구멍가게 앞. 시점은 다시 현재다. 군산이 처음이지만 알 수 있었다. 이곳의 시간은 강한 힘을 가졌다는 걸. 그 힘은 과거를 현재로 만드는가 하면, 케케묵은 감정들까지 불러일으키곤 했다. 그러다 결국엔, 지금 이 시간 함께하고픈 과거의 너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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