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현<br>에어비앤비 정책 총괄
에어비앤비 정책 총괄 대표 / 한양대학교 국제학부 겸임교수

 

‘스타트업(Start-up)’은 어느새 우리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 됐다. 이러한 신생 기업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신산업을 창출하는 동시에 기존 기업의 사업 재편과 혁신을 촉진하는 창조와 융합의 조력자다.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이 바탕이 된 스타트업은 산업 구조의 고도화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핵심 역할을 한다. 


정부에서도 스타트업을 사회의 혁신과 발전의 핵심으로 보고 다양한 육성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래서일까? 최근 스타트업 창업이 사회 전반의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단적인 예로 필자의 사무실이 위치한 을지로 위워크(WeWork)에도 수많은 스타트업이 입주해 있다. 서울 시내에 있는 8개의 위워크 빌딩에 입주한 스타트업만 1,200개가 된다고 한다. 그야말로 창업 붐이다. 위워크에서는 거의 매일 스타트업에 의한, 스타트업을 위한 커뮤니티 행사가 열리고 있다.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스타트업의 인기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필자가 강의를 하며 만나는 대학생들 중에는 스타트업에 취업하거나 창업을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하는 학생이 많다. 창업 아이디어에 대한 조언을 듣거나 관련 고민을 풀기 위해 상담을 신청하는 학생도 매 학기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 유수 대학의 경영학석사(MBA) 졸업생들이 가장 취업하고 싶어 하는 회사가 예전에는 뉴욕과 보스턴의 금융 회사였다면 이제는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이다. 


여행 산업 분야도 마찬가지다. 스타트업이 만든 혁신적인 기술은 여행 산업을 바꿔왔고, 이로 인해 여행자는 해가 다르게 편리한 여행을 체감하고 있다. 2018년 여름휴가를 계획하는 잠정 고객을 상상해보자. 여행 계획을 짤 때 그전에는 여행사나 여행가이드, 여행가이드북 등에 의존했다면 이제는 많은 사람이 구글 트립스(Google Trips)를 이용하고 있다. 항공권은 스카이스캐너(Skyscanner)를 통해 최저가로 구입할 것이다. 검색했던 항공권의 가격이 내려가면 이를 이메일로도 알려주니 편리하다. 


리무진 버스가 아닌 벅시(Buxi)를 이용해 집 앞에서 공항까지 편리하게 갈 수도 있다. 숙소는 에어비앤비(Airbnb)를 이용해서 현지인의 가정집에서 살아보는 색다른 경험을 할 것이다. 현지 도착 후 교통은 렌터카나 택시보다는 차량 공유 서비스로 유명한 우버(Uber)나 그랩(Grab)을 저렴하게 이용하면 된다. 


시내 관광은 모바이크(Mobike)와 같은 공유 자전거 서비스도 방법이다. 모바이크 앱을 실행하고 자전거에 부착된 QR코드를 입력하면 자물쇠가 풀린다. 실컷 타다가 아무 곳에나 세워두면 그만이다. 이용 요금도 30분에 300원이니 편리하고 부담이 없다. 의사소통도 구글 번역으로 하면, 개인 통역사와 여행하는 것처럼 편리하다. 


스타트업을 아이디어나 기술력을 바탕으로 창업한 소규모 회사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스타트업이 변화시켜온 세상을 살펴보면, 우리 주변에 신세계가 펼쳐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요즘 해외에서 각광받고 있는, 아직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여행 분야 스타트업은 어떤 것이 있을까? 호퍼(Hopper)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항공권 가격이 가장 저렴한 시기를 알려준다. 출발지와 목적지만 넣으면 앞으로 1년간의 예상 가격대를 날짜별로 표시해주니 여행 계획을 짤 때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똑똑한 소비자들은 이미 이들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투로(Turo)를 이용하면 공유 경제를 렌터카 부문에서 경험할 수 있다. 개인이 소유한 차량을 투로 앱에서 골라 차량 소유자에게 직접 빌릴 수 있다. 이미 4,500여 도시와 300개의 공항에 800개 이상의 자동차 모델이 있다. 가격도 일반 렌터카보다 30% 이상 저렴하다. 


에어포터(AirPortr)는 여행자들의 발걸음을 가볍게 해준다. 영국에서 2014년에 설립한 스타트업으로 런던 시내 어디서든 항공 수하물을 픽업해 공항으로, 공항에서 수하물을 픽업해 런던 시내의 숙소로 배달해준다. 여행 일정에 따라 수하물을 공항에 미리 보내고 남은 여행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픽업 장소와 시간 등은 모바일 앱으로 정할 수 있다. 최근에는 영국항공(British Airways)과 협약을 맺어 시내 어디서든 체크인도 할 수 있게 됐다. 이 스타트업은 지난 2년간 6만2,000개의 수하물을 배송했다. 


그렇다면 핫한 스타트업들이 이처럼 기발한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기반이 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빅데이터다. 오늘날 빅데이터를 활용한 스타트업의 출현은 여행 트렌드마저 바꾸고 있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더욱 다양하고 특별한 경험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무장한 스타트업이 여행의 트렌드를 바꾸고 있다. 

 

이상현
에어비앤비 정책 총괄 대표 / 한양대학교 국제학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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