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민경 기자
차민경 기자

 

가만히 보고 있자니 30만원이면 태국 패키지 여행도 충분하겠다 싶다. 특전이란 특전은 다 포함하고 명소란 명소는 다 포함했는데 30만원이라니. 믿고 결제하라는 쇼호스트 목소리는 악마의 속삭임이나 다름없다. 과연 30만원으로 여행이 가능할까?


아니나 다를까. 일정 내내 쇼핑의 압박이 따라온다. 눈칫밥이 싫어서,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쇼핑도 한두 개 하고, 옵션도 한두 개 했더니 현지에서 쓰는 돈이 상품가 30만원에 맞먹는다. 라텍스라도 샀다간 몇 백만 원 넘어가는 건 일도 아니다. 여행에서 돌아와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30만원은 미끼 값에 다름없었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 어쩐지 뒷통수 맞은 기분 아니겠느냐고.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누군가의 표현이 얼추 어울린다. 


태국 내 한인 여행업 협회인 한태관광진흥협회가 한국여행업협회(KATA)에 9월20일부터 최소 투어피 3만원을 지급하라는 공문을 보내왔다. 노투어피와 마이너스투어피로 보내는 패키지 때문에 현지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는 이유로, 적어도 최소 3만원을 보장하라는 것이다. 명기된 시행일자부터 투어피 최소 3만원이 보장되지 않으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겠다는 단호한 결정도 덧붙였다. 


온도차는 당연한 것일지 모른다. ‘싸게 팔아도 현지에서는 쇼핑만 터지면 되니까 많이 받으려고 한다’는 한 국내 여행사 관계자의 말과 ‘싫다고 하면 거래가 끊기니 어떻게 안 받겠느냐’는 현지 업체의 말 사이의 간격은 자로 재기 힘들 정도다. 
이상하게 패키지 상품의 가격은 매년 비슷하거나, 같은 상품인데도 매년 특가 가격이 내려간다. 마지노선이랄게 없는, 그저 후퇴만 남은 전투와 같다. 대형 여행사는 인당상품가가 전년대비 1~2% 떨어졌다고 하는데, 매년 모든 물가가 오르고 있는 이 땅에서 도대체 여행산업 혼자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일까?


글로벌 기업의 등장에 여행사의 각종 수입원이 손에 쥔 모래알처럼 떨어져나갔다. 유일하게 ‘안정적’ 수입원이라 할 수 있는 것이 패키지인데, 그럼에도 고객과 협력사의 뒷통수를 치는 껍데기 패키지가 판을 친다. 절실하게 수익원을 지켜나갈 의지가 있다면 진흙탕 싸움을 그만둘 때다. 

 

차민경 기자 cham@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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