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사이 경쟁적 챗봇 도입, 개발 속도는 더뎌
한글 이해도 낮아, ‘자연어 처리’가 발목잡는 요인
‘Q&A 도식화에 불과’ 평가도… 버튼형에 의존 중

요즘 유통업계의 화두 중 하나는 ‘챗봇’이다. 여행업계도 다르지 않다. 대형 여행사를 중심으로 지난해부터 불이 붙은 챗봇 개발은 상용화에 돌입했고, 지금은 서비스 고도화가 중요한 이슈로 등장했다. 투자비용에 대한 부담, 불투명한 성과 등 치명적인 약점을 어떻게 해소하느냐도 중요한 문제다. <편집자주>

 

●챗봇 도입하고 상담 효율 높아져


은행의 금융 상담도, 홈쇼핑의 상품 추천도 챗봇이 한다. 오랫동안 전화연결을 기다리지 않아도 자동화된 시스템의 도움을 받아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여행업계에서도 지난 1~2년 사이 챗봇 도입이 경쟁적으로 이뤄졌다. 소비자 상담 이슈가 많은 업종인 만큼 CS(Customer Satisfaction) 부문에서 획기적으로 운영비를 절감할 수 있는 챗봇이 매력적인 옵션이었기 때문이다. 24시간 응대가 가능하다는 점도 이점으로 작용했다. 현재 대형여행사 3사는 각각 챗봇을 운영하고 있으며, 안정화 및 고도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가장 먼저 자동화된 상담 서비스에 도전한 것은 인터파크투어다. 2016년 12월 ‘실시간 여행 상담 메신저’를 표방하는 ‘여행톡집사’를 출시했다. 출시 당시에는 사람이 메신저 채팅방에서 실시간으로 상담을 해주는 방식이었으나, 이후 지속된 개편을 통해 많은 부분에서 사람의 손을 계속해서 덜어내는 동시에 빈 자리를 자동화 서비스로 대체했다. 지금의 여행톡집사 형태가 시작된 것은 지난 2017년 8월부터다. 시스템과 우선 상담이 진행되고, 이후 시스템이 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 상담사가 후속 지원을 하는 방식이다. 인터파크투어의 서비스 전체에 대해서 상담을 지원한다. 여행톡집사 출시 이후 약 1년 반이 지난 현재, 일평균 이용률은 5,000여건에 달하며 최대 7,000여건을 넘어서기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유일하게 홈페이지 및 모바일에서 챗봇 서비스를 노출하고 있다. 


하나투어는 2017년 4월 ‘하나투어 챗봇’을 론칭해 운영 중이다. 패키지와 호텔, 항공권 등 총 7개 상품 분야에 대한 상담이 가능하고 마찬가지로 자동 시스템과 상담사가 혼합돼 있다. 방콕의 경우에는 현지에 상담원을 두고 있고 향후에는 해당 서비스를 다른 지역까지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하나투어는 전체 상담의 65%가 챗봇을 통해 이뤄진다고 밝혔다. 하나투어는 모바일에서만 챗봇 서비스를 지원한다. 


3사 중 가장 투자에 신중한 곳은 모두투어다. 모두투어는 항공 부문, 스카이스캐너를 통한 예약자 상담에 한해 지난 2017년 10월 챗봇 서비스를 도입했다. 도입 시점은 가장 늦었지만 그럼에도 현재 항공 부문 상담의 약 40%를 챗봇이 해결하고 있을 정도로 활용도가 높아졌다. 


●인공지능 보다  ‘버튼형’ 고도화에 집중


상용보다 중요한 것은 고도화 정도다. 3사 챗봇은 모두 ‘버튼형’으로, ‘인공지능형’과는 약간 차이가 있다. 간단히 보면 상담 문의를 했을 때 자체 빅데이터와 문장 이해를 통해 답을 도출해 내는 것이 인공지능형이고, 미리 설계된 시스템 안에서 고객이 카테고리를 클릭해 가며 답에 가까워지는 것이 버튼형이다. 일부 인공지능형과 버튼형이 혼합돼 있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비중으로 버튼형에 의존하고 있는 상태다. 


이 부분은 불가역적인 상황이 작용한다. 인공지능이 영어와 중국어 중심으로 개발이 된 탓에 상대적으로 한국어 사용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어 인식 수준이 낮은 상태이다 보니 사용자의 의도를 시스템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에어컨이나 TV처럼 용도가 제한돼 있는 경우라면 관련한 자연어를 데이터화 시키고 활용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수월하지만, 영역이 확장될 수록 데이터와 처리 능력이 더 많이 필요하다. 국내 인공지능 개발은 계속 발전하고 있으나 아직 단독으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고도화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대부분 여행사는 ‘자연어 처리’ 문제로 버튼형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여행사의 챗봇 서비스는 기존 운영되던 Q&A 섹션을 메신저에 옮겨 도식화한 모양을 띤다. 상품유형, 예약, 결제 등 큰 주제를 고른 뒤 각 항목에 맞는 세부 사항을 선택하고 선택해 답변에 도달한다. 물론 질문도 가능하다. 다만 질문은 정확한 명령어에 대해서만 가능하고 그 밖의 문의는 대부분 상담사와 해야 한다. 

레드타이가 국내 호텔에 공급하고 있는 챗봇 서비스
레드타이가 국내 호텔에 공급하고 있는 챗봇 서비스

 

●‘직접 예약’ 노리는 호텔도 챗봇 도입

 
국내 호텔도 챗봇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호텔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레드타이(RedTie)’의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제휴 계약을 맺고 레드타이의 챗봇을 호텔 홈페이지에 심는 방식으로, 2016년 연말부터 호텔에 타깃을 맞춘 뒤 현재까지 200여개 호텔과 제휴를 맺은 상태다. ‘인공지능 챗봇’은 현재 7월부터 공식 론칭했으며 25개 업체와 제휴, 계속 제휴사를 늘려가고 있는 상태다. 


7월 이후 챗봇 서비스와 이전 챗봇 서비스의 가장 큰 차이점은 상담사의 유무다. 이전까지는 모든 챗봇 상담이 실제 사람과 이뤄졌고 제한된 시간(주중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에만 가능했으나, 7월 이후부터는 시스템화 되어 24시간 자동 답변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레드타이 정승환 대표는 “호텔 내부 정보를 챗봇 안에서 완벽하게 구사하는 것이 우선이고 최종적으로는 호텔 외부, 여행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채널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개별 호텔이 제공하는 서비스인만큼 여행사가 다뤄야 하는 내용보다는 서비스가 간소한 것은 유리한 부분이다. 버튼형과 키보드 검색이 혼합된 형태로 교통정보, 호텔의 부대시설, 객실정보 등이 제공되고, 호텔에 한정된 서비스인만큼 검색어 이해도도 높은 편에 속한다. 그러나 챗봇 안에서의 객실 예약, 환불 등은 아직 해결해야할 과제다. 


차민경 기자 cham@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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