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패키지여행 지침’ 7월1일부터 개정 시행
패키지 개념 확대하고 새로운 유형도 추가해

‘패키지여행’에 대한 개념을 확대하고 여행자의 권리를 한층 강화한 새로운 지침이 시행되면서 유럽 각국 여행업계가 일대 변혁기를 맞고 있다. 7월1일부터 시행된 ‘EU 패키지여행 지침’을 통해서 패키지여행의 미래를 엿봤다.<편집자주> 

‘패키지여행’에 대한 개념을 확대하고 여행자의 권리를 한층 강화한 새로운 지침이 시행되면서 유럽 각국 여행업계가 일대 변혁기를 맞고 있다. 스페인 발렌시아를 여행중인 단체관광객 여행신문 CB
‘패키지여행’에 대한 개념을 확대하고 여행자의 권리를 한층 강화한 새로운 지침이 시행되면서 유럽 각국 여행업계가 일대 변혁기를 맞고 있다. 스페인 발렌시아를 여행중인 단체관광객 

 

●EU, “1억2,000만명 보호 받을 것”


유럽연합(EU)이 마련한 새로운 ‘패키지여행 지침(EU Package Travel Directive)’이 2018년 7월1일부터 모든 EU 회원국을 대상으로 공식 시행됐다. 1990년대 제정된 지침을 환경 변화와 소비자 여행패턴 변화를 반영해 개정한 지침이다. 패키지의 범위를 확대한 동시에 소비자 보호막을 강화했다는 게 특징이다. EU는 이번 지침 시행으로 개별 여행서비스(단품)를 조합해 여행하는 1억2,000만명이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됐으며, 연간 4억3,000만 유로(5,640억원)에 상당하는 소비자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번 지침의 핵심은 ▲패키지 개념 확대 ▲여행자를 위한 정보 제공 의무화 ▲‘연계 구매 여행(LTA, Linked Travel Arrangement)’ 개념 도입 ▲소비자 보호 강화 등으로 압축할 수 있다.


●두 가지 이상 조합하면 패키지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패키지의 개념을 소비자의 여행소비 패턴 변화에 맞춰 확대 변경한 부분이다. 여행업자가 사전에 구성한 전통적 의미의 패키지 여행상품 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항공·호텔·렌터카·가이드투어 등 개별 여행서비스 중 2개 이상의 요소를 온·오프라인 상의 동일 판매 창구에서 구매한 경우도 맞춤형 패키지로서 ‘패키지’에 속한다고 봤다. 동일한 여행사나 항공사, OTA 등에서 두 가지 이상의 여행서비스를 결합해 구매하면 모두 패키지 상품으로 간주한다는 얘기다.   


이로써 새롭게 ‘패키지여행 지침’을 적용받는 여행 형태도 대폭 확대됐다. 항공+호텔 상품의 경우, 기존에는 호텔예약부도 등의 사고가 발생해도 이를 패키지 상품으로 볼 수 있는 명확한 근거가 없어 항공사나 OTA 등 상품 운영자의 책임을 묻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는데 앞으로는 패키지 상품으로서 관련 보호 규정을 적용받을 수 있게 된 셈이다. 


●새로운 개념 도입해 소비자 보호


두 가지 이상의 여행서비스를 동일 판매 창구에서 구매하지 않은 경우에 대해서도 소비자 보호 장치를 마련했다는 점도 두드러진 특징이다. EU는 이번 지침에 ‘연계 구매 여행(LTA, Linked Travel Arrangement)’ 개념을 새롭게 도입했다. 두 가지 이상의 여행서비스를 동일 판매 창구에서 구매하지 않았지만, 연계된 여행서비스를 다른 사이트에서 예약하도록 안내 받은 뒤 그 안내 받은 사이트에서 24시간 이내에 구매한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항공사 웹사이트에서 항공권을 예약한 뒤 호텔 예약 사이트 링크를 안내 받아 24시간 이내에 그 호텔예약사이트에서 호텔을 예약한 경우다. 여행자 이름과 이메일 주소, 지불 세부 사항 등이 첫 번째 웹사이트에서 두 번째 웹사이트로 전송되면 연계 구매 여행(LTA)로 보호받는다. 연계 구매 여행의 경우, 첫 번째 주된 여행서비스 운영사가 파산한 경우에 한해 보호규정을 적용받을 수 있다. 

 

▶사례  
항공사 웹사이트에서 항공+호텔을 예약했는데 가보니 객실이 없다?


여행자A는 항공사X 웹사이트에서 직접 태국행 항공편을 예약했다. 이 때 호텔숙박 예약도 제안 받아 두 서비스를 항공사X 웹사이트에서 예약하고 두 서비스의 총 가격을 지불했다. A의 친구인 여행자B는 같은 호텔과 항공편을 여행사Y의 패키지 상품을 통해 구입했다. 그러나 현지에 도착하고 보니 호텔이 개조돼 객실이 없다.


기존 지침을 따르면,
여행자B는 투어 운영자Y에게 문제 해결을 문의할 수 있다. 그러나 여행자A의 사례는 패키지로 보는 게 매우 불확실했기 때문에 호텔에서 문제가 발생해도 항공사X는 도움을 줄 필요가 없었다.


새로운 지침을 따르면,
새 지침에 따라 여행사Y와 항공사X는 패키지 주최자로 간주된다. 여행자 A와 B에게 그들이 구매한 상품이 패키지로 간주된다는 사실을 표준화된 정보제공 양식을 통해 알려줘야 하며, 패키지에 포함된 여행 서비스 수행과 관련한 책임을 진다. B가 여행사Y에 문제 해결을 요구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B도 항공사X에 동일한 요청을 할 수 있다. 


▶사례  
항공사 웹사이트에서 안내받아 호텔도 예약했는데 항공사가 파산했다고?


여행자A는 항공사X의 웹사이트에서 자신과 친구의 뉴욕 왕복항공권을 구입했다. 항공 예약이 확정되자 항공사X의 웹사이트는 다른 호텔예약 웹사이트 링크를 안내했다. 여행자A는 항공권 구매 후 24시간 이내에 안내받은 호텔예약 웹사이트를 통해 호텔도 예약했다. 그러나 여행자A와 그의 친구가 뉴욕에 머무는 동안 항공사X는 도산했고 귀국 항공편도 비용을 모두 지불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취소됐다.


기존 지침을 따르면,
여행자A와 그의 친구는 스스로 자신들의 귀국항공편을 찾고 비용도 부담해야 했다. 취소된 항공권에 지불했던 돈을 환불받을 수 있는 근거도 없었다.


새로운 지침을 따르면,
이 여행은 연계 구매 여행(LTA)으로 간주되며, 항공사X는 부도시 소비자 보호 조치에 따라 여행자의 본국 송환과 환불 의무를 갖는다.
 

●한국에서 ‘패키지’ 상품의 범위는?


‘패키지’라는 용어는 여행업계는 물론 소비자 사이에서도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단어다. 여행이 대중화되면서 사용빈도도 갈수록 늘고 있지만, 과연 수많은 여행상품과 유형 중에서 어디부터 어디까지를 패키지로 볼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패키지라는 용어가 현실적으로 널리 통용되고 있지만 우리나라 법 규정상에서는 사용되지 않는 용어라는 점도 이런 애매함을 키우는 요소다. 현재 관광진흥법과 여행표준약관에서는 ‘기획여행’, ‘희망여행’이라는 표현으로 여행의 유형을 구분하고 있는데, 현실과 괴리가 있는 것은 물론 일반인들은 이해하기도 힘들다. 


관광진흥법 상 정의에 따르면, 기획여행은 ‘여행업을 경영하는 자가 국외여행을 하려는 여행자를 위하여 여행의 목적지·일정, 여행자가 제공받을 운송 또는 숙박 등의 서비스 내용과 그 요금 등에 관한 사항을 미리 정하고 이에 참가하는 여행자를 모집하여 실시하는 여행’이다. 국외여행표준약관에서는 희망여행을 ‘여행자(개인 또는 단체)가 희망하는 여행조건에 따라 여행사가 운송·숙식·관광 등 여행에 관한 전반적인 계획을 수립하여 실시하는 여행’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쉽게 대입하면 기획여행은 패키지여행, 희망여행은 맞춤여행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항공+호텔, 호텔+현지투어, 항공+현지투어, 항공+호텔+현지투어 등의 형태로 갈수록 다양화되고 세분화되는 여행상품의 유형을 감안하면 현실을 반영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소비자 피해 발생 시 보상 및 피해구제 범위와도 직결되는 부분인 만큼 변화된 여건에 맞춰 법 규정상 여행의 형태와 종류를 재편해야 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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