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 책임 키우고 소비자 보호 강화
규정 복잡하고 빈틈 있어 초기 혼선도

항공부터 호텔, 가이드, 현지투어까지 모두 포함된 전통적인 개념의 패키지여행 상품보다 인터넷을 통해 개별 여행서비스를 원하는 만큼만 조합해 이용하는 여행형태가 일반화되고 있다

 

‘패키지여행’에 대한 개념을 확대하고 여행자의 권리를 한층 강화한 새로운 지침이 시행되면서 유럽 각국 여행업계가 일대 변혁기를 맞고 있다. 7월1일부터 시행된 ‘EU 패키지여행 지침’을 통해서 패키지여행의 미래를 엿봤다.<편집자주>

 

●패키지 소비자 법적·재정적 보호


‘EU 패키지여행 지침’은 전반적으로 패키지여행 운영사의 책임을 확대하고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패키지 운영기업은 표준화된 정보 제공 양식을 통해 소비자에게 패키지 상품인지, ‘연계 구매 여행(LTA)’ 상품인지, 이에 따른 소비자의 주요 권리는 무엇인지 명확히 알려야한다. 이와 함께 소비자가 구매한 패키지의 특징 및 가격, 추가비용과 관련해서도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의무화됐다.  


패키지 운영사가 파산했을 경우 소비자 피해 구제를 위해서, 본국 송환과 환불에 대해서도 보증할 것을 의무화했으며, 패키지 주최자는 누가 여행서비스를 수행하든 상관없이 문제가 발생할 경우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한다고 책임소재를 명확히 했다.


소비자에게는 보다 강력한 패키지 취소 권한을 부여했다. 과거에는 패키지를 구매한 후 여행자 사정으로 이용할 수 없게 된 경우, 예약을 타인에게 양도하거나 아무런 재정적 보상도 받지 못한 채 예약을 취소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합리적 수준’의 수수료를 지불하고 패키지 구매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불가피한 상황인 경우에는 취소 수수료를 내지 않고도 취소할 수 있도록 했다. 전쟁이나 천재지변으로 인해 여행목적지가 위험해진 경우, 패키지 가격이 원래 가격보다 8% 이상 인상된 경우 등이다. 특히 요금인상의 경우, 기존 지침은 소비자가 패키지 구매를 취소할 수 있는 ‘과도한 요금인상’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아 갈등 소지로 작용했는데 이번에 8%로 기준을 명확히 했다.   


●동일 규정 적용돼 여행사에도 도움
   

자연재해 등으로 여행자가 패키지 목적지에서 돌아올 수 없는 경우, 최대 3박까지 숙박을 지원받고 추가 숙박비도 관련 고객 권리 규정에 따라 결정하도록 했다. 이외에도 여행자가 어려움에 처한 경우 여행자를 도와야 한다고 규정하는 등 여러 측면에서 소비자 보호강화를 꾀했다.


새로운 지침이 소비자 권리강화 일색인 것은 아니다. 유럽 내 EU 회원국에서 패키지여행과 관련해서 동일한 규정이 적용되는 만큼 여행기업도 이에 따른 여러 가지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한층 공정한 경쟁 환경이 조성되며, 패키지여행 구성부터 진행, 문제 발생 시 여행자 권리구제 등 패키지여행을 둘러싼 각종 상황에 EU 공통의 규칙이 적용되는 만큼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기대다. 과거 지침에서는 패키지여행의 대상이 되는 다른 국가 및 지역의 규정과 요구사항 등을 일일이 고려하고 파악해야 했지만, 새로운 지침 하에서는 대부분의 요소가 통일화, 규격화, 표준화돼 있어 과거에 비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 


●“어렵고 복잡…빈틈 역이용도”


항공부터 호텔, 가이드, 현지투어까지 모두 포함된 전통적인 개념의 패키지여행 상품보다 인터넷을 통해 개별 여행서비스를 원하는 만큼만 조합해 이용하는 여행형태가 일반화되고 있다는 상황에 대응했다는 점에서는 ‘EU 패키지 여행 지침’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유럽 현지 언론보도에 따르면, 세부 내역과 현장 적용 과정에서는 시행 초기의 혼란과 비난, 꼼수도 일고 있는 현실이다.


새 지침은 무엇보다 일반 소비자가 이해하기 어렵고 복잡해 “소비자 권리를 복잡하게 보호할 뿐”이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 EU 회원국에 따라서 새 지침에 대해 안내하고 대응하는 수준도 제각각이어서 혼란도 일고 있다. 독일 여행업계에서는 “새 지침이 7월1일부터 시행됐지만 제대로 안내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물론 여행사들조차도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는 등 한마디로 엉망진창”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영국에서도 “휴가를 떠나기 위해 여행을 구매하면서 어느 소비자가 이렇게 어렵고 복잡한 지침을 읽겠느냐”고 꼬집고 “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조차 나와 있지 않아 소비자가 자신이 어떤 권리를 가졌는지 파악하기는 더 힘들다”고 지적했다.


온라인·모바일을 통한 새로운 형태의 여행예약에 대응하기 위해 새 지침이 만들어졌지만, 지침이 모든 여행형태를 다 포괄할 수는 없으며, 여행사들은 지침의 틈새를 비집고 역이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여행요금이 8%를 넘어 인상될 경우 수수료를 물지 않고도 여행을 취소할 수 있다는 규정을 “8%까지 인상해도 된다는 얘기나 다름없다”는 식으로 해석하는 경우다. 


이번 지침의 직접적인 여파를 받는 OTA의 경우 새 지침 시행 이후 마케팅 방식을 변경하기도 했다. 영국의 인디펜던트지는 그동안 항공과 호텔을 함께 예약하라고 광고해왔던 익스피디아가 갑자기 항공 먼저 예약한 뒤 숙소는 나중에 예약하라는 식으로 방향을 바꾼 것에 대해 “패키지여행에 의무화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새 지침 규정상, 하나의 판매창구에서 두 개 이상의 여행서비스를 조합해 구매했을 경우 패키지로 간주돼 그에 따른 책임과 의무를 완수해야 한다. 하지만 항공을 예약한 뒤 다른 채널을 통해 호텔을 예약할 경우 ‘연계 구매 여행(LTA)’에 해당돼 패키지에 비해 매우 제한적인 의무와 책임만 진다.


이에 따라 소비자 사이에서는 애써 이 복잡한 새 지침을 이해하기 보다는 패키지를 구매할 때 여행사에 자신이 어떤 법적·재정적 보호를 받는지 확인하고, 자신이 구매하는 게 제한적 보호만 받는 연계 구매 여행(LTA)에 해당될 경우 패키지로 변경하는 게 이득이며, 가급적 신용카드로 결제해 만약의 경우에 대비하라는 조언이 나돌고 있다.        
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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