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와 부산 사이, 울산이 있다. 수없이 여행했던 두 도시 사이에 있건만 울산은 처음이다. 
거대한 공장단지의 이미지만 떠올랐기 때문이었으리라. 섣부른 편견은 울산에 발을 디디며 깨져버렸다. 슬도의 거문고 바람을 맞으며, 대왕암공원의 꽃마중을 받으며. 그러니 실로 여행이란 놀라운 것이 아닌가. 

해돋이 명소인 간절곶의 주말 풍경. 삼삼오오 모여 여유를 만끽한다
해돋이 명소인 간절곶의 주말 풍경. 삼삼오오 모여 여유를 만끽한다

 

8차선 도로가 시원하게 깔린 도심을 지나간다. 공장단지의 높은 굴뚝이 솟아있고 거리에는 작업복을 입은 사람들이 지나다닌다. 중공업, 석유화학, 조선업 등 2차 산업이 도시의 근간을 이루는 울산의 모습이다. 그러고 보면 울산이 산업도시로 이미지를 굳히게 된 것은 오래 전부터다. 현대 고 정주영 회장이 1970년대 울산에 현대중공업단지를 조성하고 조선을 수주했던 이래, 울산은 국가의 성장을 견인하며 성장해왔다. 근무 시간이 아니어도, 주말이어도 남색 작업복을 입고 다니는 것은 국가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는 일종의 자부심 때문이라고. 그러니 울산에 여행을 온다는 것은 생경할 수밖에. 그러나 실제 여정에 나서서는 생경함을 앞서 놀라움이 차올랐다. 이런 절경이 왜 이토록 꽁꽁 숨어있었나 하는 데서 말이다. 


이름조차 어여쁜 ‘슬도’로 간다. 울산 동구, 공단을 지나 해안 마을께로 접어들자 하얀 등대가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방어진항에 들어선 것이다. 방어진항은 1971년 국가어항으로 지정됐을 만큼 큰 항구였다. 일제시대 어업전진기지로 사용되기도 했고, 한때는 전국 어획고의 10% 이상을 차지하기도 했다고. 한낮의 방어진은 느긋했다. 방파제가 바람과 거센 파도를 막아주는 덕분에 고깃배도 요동 없이 정박해있고, 방파제 안의 얕은 바다에서는 해녀 몇몇이 물질을 한다. 주차장으로 들어오는 길목에 놓인 노상에서 팔고 있는 것이 해녀들이 물질해 잡은 것이었구나.

 

슬도의 풍경
슬도의 풍경

 

슬도는 방어진항의 정면에 자리한 바위섬이다. 슬도로 이어지는 방파제는 해안선과 이어져 ‘ㄷ’자를 만들고 있다. 방파제 위로 널찍하게 놓은 길을 따라 사뿐사뿐 걷는다. 반구대 암각화 중 새끼를 업은 고래를 형상화한 ‘바다를 향한 염원’ 작품과 슬도의 하얀 등대가 나란히 가까워진다. 등 뒤로 빽빽한 공단과 건물 숲이 있는 것을 누가 믿으랴. 슬도의 풍경은 더없이 여유롭고 한가하다. 가만히 들으면 거문고 소리를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바위섬인 슬도에 파도가 부딪히고 바람이 불어오면 거문고 뜯는 소리가 난단다. 그래서 한자 ‘큰 거문고 슬’자를 써서 슬도가 됐다는 설이 있다. 낭만적인 해석이다. 울산 바다의 바람과 파도는 슬도에서 음악이 되어 방어진항으로 흐른다. 


슬도 입구에 있는 소리체험관에서는 슬도의 거문고 소리 외에 울산 동구에서 들을 수 있는 아름다운 소리 9가지를 소개하고 있다. 뱃고동소리, 계곡 물소리, 엔진소리 등등. 자연의 소리와 중공업단지의 엔진소리를 같이 아우르는 게 신기하다. 평온을 가져다주는 계곡소리만큼 울산의 힘이 되어준 엔진소리도 중요하단 뜻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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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차민경 기자 cham@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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