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의 느닷없는 TL(Time Limit, 발권기한) 통보가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에는 소위 말하는 ‘잘 되는 날짜’에도 이른바 ‘선TL(기존 TL보다 날짜가 당겨진 TL)’을 보내 좌석을 회수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면서 여행사가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 상황이다. 

여름 성수기의 정점을 찍고 있는 시점이지만 업계가 뒤숭숭하다. 기대보다 저조한 여행 수요로 앓는 소리가 곳곳에서 터지고 있는 상황인데다, 와중에 몇 안 되는 특송일 항공 좌석도 보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그렇다. A여행사 관계자는 “올해 여름은 시장이 좋지 않은 상황인데 그나마 낫다는 주요 출발일자 좌석은 항공사들이 선TL을 보내 회수해가는 판이라 좋은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안 팔리는 날짜는 차치하고서라도 잘 되는 날짜에 판매를 집중해야 하는데 좌석을 회수해가는 바람에 팔 좌석이 없다는 것이 요지다. 

또한 항공사의 선TL 통보가 매우 촉박하고 일방적이라는 것도 고충으로 작용하고 있다. 발권 기한이 통보 시점부터 하루~이틀에 불과한 경우도 무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A여행사 관계자는 “선TL 공지가 날아오면 급하게는 현재 시점부터 모레까지 발권 기한을 준다”며 “당장 이틀 안에 판매를 빨리, 많이 해야 하는 상황이 되다보니 항공가에 수익을 거의 붙이지 못한 채로 소진하기에 급급하다”고 말했다. 특히 판매력이 높지 않은 중소규모 여행사의 경우 항공사가 좌석을 회수하는 선제적 대상이 되기 때문에 상황이 더욱 녹록치 않다는 설명이다. 

이런 문제는 직판의 비중이 높은 국내 LCC에서 두드러진다. B여행사 관계자는 “직판이 활성화 돼 있으니 항공사가 수익을 많이 남길 수 있도록 판매가 잘 될거란 확신이 있는 날짜의 좌석을 회수하는 행태”라고 꼬집었다. 이어 “회수 날짜를 잘 살펴보면 대부분 잘 팔리는 날짜에 집중돼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C여행사 관계자는 “선TL이 들어와 수익도 없이 소진했던 몇몇 날짜 항공권은 항공사에서 수십만원의 웃돈이 붙어 판매 되더라”며 “인디비 좌석으로 판매하는 것이 유리하다 보니 여행사 판매권을 보장하지 않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그룹 좌석으로 가격을 낮게 준다 한들 판매할 시간을 보장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회수해 가니 여행사 운신의 폭이 계속 좁아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항공사 관계자는 “여행사 소진률이 낮은 날짜에 대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민경 기자 ch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