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균 기자
이성균 기자

 

여행에서 가성비, 가심비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요소는 음식이다. 2,500원으로 포만감과 맛 모두를 잡은 길거리 음식을 경험할 수 있고, 20~30만원이면 세계 최고 타이틀이 붙은 고급 레스토랑에서 우아한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각종 통계와 지표에서도 음식이 관광산업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UNWTO의 푸드 투어리즘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88.2%는 여행 목적지의 브랜드 이미지에서 미식이 중요한 요소라고 답했으며, 여행 예산 중 1/3은 음식에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SNS에서 인기를 끌 만한 특색 있는 음식이 가득한 국가가 여행의 목적지가 된다. 부킹닷컴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런 기조는 아시아인들에게서 두드러지는데 중국, 홍콩, 태국 등의 응답자 절반 이상이 인스타그램에서 뽐낼만한 음식이 여행지 선택에 중요 요소가 된다고 답했다. 


우리 정부와 한식 관련 단체들도 한식을 관광콘텐츠로서 활용하기 위해 노력했고,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기 어려울 만큼 건강에 좋은 음식’이라는 콘셉트로 한식을 어필했다. 하지만 길어야 한국에서 일주일 남짓 머물고, 한식을 별식으로 생각하는 외국인들에게 ‘한식을 먹으면 건강하다’는 이미지 마케팅은 큰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이제는 변화를 꾀할 시기다. 관광콘텐츠로서 한식을 활용하려면 우선 한식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 케이팝, 드라마 등 한국의 대중 및 예술 문화를 활용해야 한다.


일식의 경우가 그렇다. 지금은 스시를 필두로 세계에서 미식의 나라로 인정받고 있지만 그에 앞서 그림 등 예술 문화가 먼저 서양 국가에 퍼졌다. 17세기 무렵 물건을 포장하기 위해 사용됐던 몇 장의 그림이 유럽에 유입돼 일본의 문화가 알려지기 시작했고, 이후 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 유럽인을 비롯한 서구인들은 ‘자포니즘(Japonisme)’에 심취했다. 일본 문화를 접한 서양인들은 그들의 음식이 궁금해 스시, 라멘 등의 일식을 즐기기 시작했고, 일식은 세계무대에 자연스럽게 진출했다. 또 만화와 애니메이션, 드라마를 통해 지속적으로 일식을 묘사하고 있다. 결국 음식은 ‘건강하다, 맛있다’ 등으로 강요하는 게 아니라 궁금하고, 먹고 싶은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그 선봉에 한국의 문화가 서야 한다.  

 

이성균 기자 sage@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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