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스트 칼럼] 초능력자가 되는 가장 쉽고 확실한 방법
[게스트 칼럼] 초능력자가 되는 가장 쉽고 확실한 방법
  • 김도균
  • 승인 2018.07.30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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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균플라이트그래프 대표
김도균 플라이트그래프 대표

 

초능력자가 나오는 판타지 영화를 보면, 주인공이 가진 초능력이 부럽다. 상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면 세일즈 왕이 될 수 있을 거고, 10분 뒤에 일어날 일을 미리 알 수 있다면 금융시장에서 순식간에 떼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남들이 갖지 못한 능력을 나만 갖는다는 것은 놀랍고도 즐거운 상상이다.


자기중심적 세계를 일컫는 ‘움벨트(Umwelt)’라는 용어가 있다. 움벨트는 모든 동물이 공유하는 경험이 아니라 개개의 동물들 각각이 느끼는 감각세계다. 예를 들면, 개는 후각으로, 박쥐는 초음파로 세상을 보는 것을 말한다. 즉, 주관적으로 인식하는 현실로서의 세계라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이 움벨트를 확장하는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청각 장애인이 소리를 진동으로 느끼도록 도와주는 재킷을 입고 일정 기간 연습을 하면 타인의 말을 이해할 수 있다는 식이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인간의 뇌가 놀라운 적응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움벨트를 확장하면 인지하지 못하던 세상을 인지할 수 있게 된다. 특수한 장치를 착용하면 개처럼 1km 밖에 있는 가족의 냄새를 맡거나, 10분 후에 닥칠 지진을 미리 감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과학의 발달이 우리 모두를 초능력자로 만들 수도 있다. 가만 보니, 별로 즐거운 상상이 아니다. 초능력을 가진 상상이 즐거운 이유는 그걸 나 혼자만 가진 상황을 전제했기 때문이다. 누구나 똑같은 능력을 가졌다면 그건 더 이상 초능력이 아니다. 오히려 재앙일지도 모른다.


한편, 이미 가진 감각기관을 통해 신호는 전달되었지만 뇌가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보기는 봤는데, 뇌가 못 본 척 하는 것이다. 어느 한 가지에 집중하면 다른 것은 인식하지 못하는 현상을 ‘무주의 맹시(inattentional blindness)’라 한다. 미국의 심리학자 크리스토퍼 차브리스와 대니얼 사이먼스의 ‘보이지 않는 고릴라’ 실험이 대표적인 사례다. 흰 셔츠와 검은색 셔츠를 입은 두 팀이 농구공을 패스하는 동영상에서, 실험 대상자는 흰 셔츠 팀의 패스 수를 셀 것을 주문 받는다. 동영상 중간에는 약 9초에 걸쳐 고릴라가 무대 중앙에 등장한다. 심지어 자신을 보라는 듯 카메라를 향해 가슴을 치기까지 한다. 놀랍게도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 중 절반 정도는 패스 수를 세는 데 집중하느라 고릴라를 보지 못한다.


무주의 맹시는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에게 더 잘 나타나는 현상이다. 과학 저널리스트 마이클 셔머는 놀라운 사실을 털어 놓는다. “가장 많이 고릴라를 보지 못한 사람들은 행동심리학자 그룹이었다. 이들은 행태 관찰 전문가들이었는데, 고릴라를 본 사람이 거의 없었다. 이들 중 다수는 큰 충격을 받았고, 일부는 내게 자기들에게 보여준 것이 2개의 다른 비디오였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런 종류의 실험은 우리가 스스로의 지각력에 대해 터무니없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음을 드러내준다.”


사람들은 복잡한 문제를 좋아하지 않는다. 복잡한 문제를 이해하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내가 어떤 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느낌은 아주 강력한 동기 부여로 작용한다. 결과적으로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복잡하고 중요한 문제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사소한 문제에 더 많은 시간과 관심을 쏟게 된다. 그래야만 자신의 영향력과 기여도를 더 많이 실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경험이나 나이가 많을수록, 학력이나 사회적인 지위가 높을수록, 자신감 넘치는 전문가일수록, 빠지기 쉬운 함정이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다. 확증편향은 원래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신념을 확인하려는 경향성으로,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주장을 확증하는 증거에 더 무게를 두고, 더 잘 알아차리고, 더 활발하게 찾는 행동을 보인다. 복잡한 문제를 좋아하지 않는 전문가는 확증편향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성급한 일반화’에 빠지거나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는 생각에 지레짐작하고 만다.


초능력자는 남들이 갖지 못한(갖고 싶어도 쉽게 가질 수 없는) 능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어느 날 갑자기 영화처럼 초능력이 생기지는 않는다. 필자가 생각하는 초능력자가 되는 방법은 단순하다. 먼저 어떤 분야든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된다. 전문가가 되면 경쟁자가 적어진다. 경쟁자가 적으면 내가 초능력자가 될 확률이 높아진다. 다음은, 복잡한 문제를 피하지 말고 들여다보고 이에 관해 연구하고 주변 사람과 토론하며 확증편향에 빠지지 않으면 된다. 이것만 실천할 수 있다면,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고,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으며, 남들이 만들지 못하는 것을 만들 수 있다. 세상을 바꾼 많은 위인들이나 영웅들은 모두 초능력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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