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민경 기자
차민경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휴가를 다녀왔다. 7월30일부터 8월3일까지, 총 닷새다. 임종석 비서실장도 같은 기간에 휴가를 썼다. 여름 휴가 시즌의 정석이라는 7말8초 딱 그때다. 


한국교통연구원은 5,000가구의 휴가 계획을 조사해 7월28일부터 8월3일까지 고속도로 통행량이 하루 평균 459만대로 평소보다 28%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국토교통부는 통행량 급증에 대비하기 위해 7월25일부터 8월12일까지 특별교통대책기간으로 설정해 고속버스, 철도, 항공기 운항 횟수를 평소보다 늘리기로 했다. 7말8초 명성이 어디로 가랴. 

정부는 2014년부터 여름 쏠림이 심한 여행 수요를 분산하기 위해 ‘여행주간’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여행하기 좋은 봄과 가을에 각각 여행주간을 설정하고 그 기간 동안 여행하기 좋은 국내여행지 그리고 여행프로그램을 소개하는 것이다. ‘근로자 휴가지원 사업’ 등도 도입해 휴가를 ‘잘’ 쓰는 문화를 정착시키려 한다. 


‘휴가는 여름’이란 고정관념을 지우기 위해 각종 정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 공무원의 휴가는 여전히 7말8초다. 대통령의 휴가에서 보았듯이. 휴가 분산 정책을 내놓은 정부가 정작 경직돼 있는 것이다. 한 턱 크게 쏠 것처럼 중국집에 직원들을 데려간 부장님이 짜장면을 시키는 격이라고 해야 하나. 그러니 아무리 봄, 가을 여행 상품을 맛깔나게 만들어 놓아도 이용하는 사람이 늘지 않으니 여행주간이 기대만큼 흥행하기 어렵다.


우리에게는 어쩔 수 없이 7말8초에만 휴가를 갈 수 밖에 없는 여러 사정들이 있다. 학교 방학부터 거래처와의 관계 등등. 마땅한 핑계가 없으면 7말8초를 피해가기가 오히려 어렵다. 그 어려운 걸 국민 보고 알아서 하라니 문제가 안풀린다. 그러니 누군가의 솔선수범이 더욱 필요하다. 

 

차민경 기자 cham@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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