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와 부산 사이, 울산이 있다. 수없이 여행했던 두 도시 사이에 있건만 울산은 처음이다. 
거대한 공장단지의 이미지만 떠올랐기 때문이었으리라. 섣부른 편견은 울산에 발을 디디며 깨져버렸다. 슬도의 거문고 바람을 맞으며, 대왕암공원의 꽃마중을 받으며. 그러니 실로 여행이란 놀라운 것이 아닌가. 

꽃이 핀 봄날의 대왕암공원 풍경
꽃이 핀 봄날의 대왕암공원 풍경

슬도의 하얀 등대를 끼고 계속 걷다보면 방파제를 따라 낚시대가 즐비하다. 오래 기다릴 것도 없이 이곳저곳에서 척척 낚시대를 들어올리는데, 매번 월척이다. 손바닥만한 물고기가 펄떡이며 올라온다. 무엇인지 물으니 전어란다. 빨리 낚시대를 내려야하는 낚시꾼은 질문이 성가시다. “원래는 돔이 잘 나오는데 오늘은 전어가….” 후다닥 뛴다. 오늘은 전어가 잘 잡힌다는 뜻이겠지. 


대왕암공원은 슬도의 위쪽 해안선을 타고 이어져 있다. 실로 대왕암공원은 남쪽으로 슬도까지 아우른다. 슬도에서 북쪽으로 걸어 노애개안과 고동섬, 몽돌해변을 차례차례 지나면 대왕암에 닿는다. 대왕암공원 안에는 총 4개의 둘레길이 있는데 바닷가길, 전설바위길, 송림길, 사계절길이다. 각각 짧게는 15분, 길게는 40분 내외의 길이기 때문에 반나절 정도면 대왕암공원의 모든 둘레길을 섭렵할 수도 있다. 둘레길은 저마다의 특색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굵직한 소나무가 숲을 이룬 송림길은 흙을 밟는 즐거움을, 봄이면 동백과 개나리와 벚꽃이 만개하는 사계절길에서는 계절을 맞는 즐거움을 느낀다. 슬도에서 대왕암을 잇는 바닷가길은 해안선을 따라 바람과 파도에 수없이 많은 시간을 내어준 탓에 독특한 모양을 하게 된 바위와 돌이 눈을 사로잡는다. 용굴, 할미바위 등 전설이 곳곳에 피어난 전설바위길은 이야기 속을 걷는 기분을 느끼게 해줌은 물론이다. 


대왕암공원은 꾸며진 관광지라기 보다 가족과 연인과 혼자인 모든 사람들을 위한 열린 공간처럼 느껴진다. 아이들의 함박웃음이 곳곳에서 튀어오르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들뜬 표정이 가득하다. 실제로 태화강공원과 함께 울산 사람들이 자주 마실 나오듯 들리는 공원 중 하나라고. 


처음으로 대왕암공원을 찾은 이들은 육지 끝에 자리한 대왕암을 한 번 거쳐봐야 한다. 길지는 않지만 굽이굽이 재미있는 길이다. 큰 바위와 바위 사이, 작은 협곡을 지나가는 기분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딛다보면 발 밑으로 바다가 지나가고, 바위 가장자리를 지나기도 한다. 육지에서 멀어질 수록 바람은 거세진다. 그러나 풍경은 더한 신비감을 안겨준다. 거대한 대왕암은 멀리서 볼 때보다 더욱 크고, 웅장하다. 대왕암에 부딪치는 파도의 역동, 기암괴석이 선사하는 이질감이 어우러져 울산의 멋진 비경이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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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차민경 기자 cham@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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