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온누리-더좋은여행 연달아 폐업 … 소비자·거래처 피해 금액 눈덩이

여행경기 불황이 여행사 파산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e온누리여행사와 더좋은여행이 9월 들어 경영악화를 이유로 연이어 영업 중단을 발표했다. 두 개 여행사가 비슷한 시점 동시에 문을 닫은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갑작스러운 여행사 줄도산으로 업계 분위기도 흉흉해졌다. 일각에서는 올해 중 부실 여행사의 추가 도산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e온누리여행사는 지난 3일 오후부터 고객에게 폐업 소식을 통보, 영업을 중단했다. 폐업 소식이 전해진 당일부터 한국여행업협회(KATA) 및 e온누리여행사의 관할 구청인 중구청으로 소비자 항의가 빗발치고 있는 상태다.

폐업 선언 직전인 8월 말까지도 홈쇼핑 방송을 진행하는 등 영업을 이어오다 갑자기 영업을 중단한 탓에 소비자 피해 규모도 눈덩이처럼 커질 전망이다. 비공식적으로 집계된 홈쇼핑 관련 피해만 1,200여건으로, 이 중 전액 납부한 여행자만 700여건으로 추정된다. 폐업 당시 현지에서 여행이 중단된 팀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e온누리여행사의 폐업처리는 완료된 상태로, 이번 주(9월10일주)부터 중구청을 통한 공식 피해접수가 시작될 예정이다. e온누리여행사는 기획여행보증보험 2억원, 영업보증보험 5,000만원에 가입돼 있지만 피해 금액이 이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추가 투자 유치를 이유로 거래사 미수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뤄왔던 더좋은여행도 지난 6일 백기를 들고 홈페이지에 폐업을 공지했다. 공지 상으로는 ‘9월5일자로 폐업(법인파산신청)을 하게 됐다’고 되어 있지만 9월6일 기준으로 아직까지 관할 구청에 폐업 신청은 접수되지 않은 상태다. 더좋은여행은 이미 6월 경부터 영업활동이 조금씩 삐걱거리기 시작해 8월에는 대부분의 거래처들이 행사 중단을 통보한 상태로, 예약이 부진해 소비자 피해 건수는 e온누리여행사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반대로 거래처의 미수금 피해는 막심하다. 더좋은여행과 동남아시아 상품 관련 거래가 있었던 A랜드사 관계자는 “수개월 전부터 밀린 미수금이 수천만원에 달한다”며 “상대적으로 거래처와의 결제가 깔끔했던 e온누리여행사와 달리 더좋은여행의 경우 거래처 대부분에 미수가 있는 상태라 소규모 업체의 피해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주요 피해 거래처는 미수금 회수를 위한 소송에 돌입한 상태며, 추가적으로 소송을 준비하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더좋은여행은 기획여행보증보험 2억원, 영업보증보험 6,500만원에 가입했으나 소비자 피해 보상에 사용되므로 안전장치가 없는 랜드사의 미수금 피해 금액도 무시할 수 없는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엉뚱한 곳으로 불똥이 튀기도 했다. 유사한 상호를 사용하는 온누리투어는 e온누리여행사의 폐업 소식이 전해진 후 홈페이지에 “e온누리여행사와는 전혀 다른 별도의 회사로 상장사 3개사가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안정적인 회사”라고 공지하는 등 오해 확산을 막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한편, 대형 여행사조차 몸을 사릴 정도로 여행 경기가 악화되고 ‘다음은 어디’라는 식으로 몇몇 중형급 여행사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과 관련해 지나친 우려가 자칫 막을 수 있는 화를 키울 수도 있다며 무책임한 루머 확산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차민경 기자 ch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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