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민경 기자
차민경 기자

더좋은여행이 9월 초 폐업을 선언했다. 지난 7월 랜드와의 갈등이 표면으로 드러나기 시작한지 두 달 만이다. 


더웠던 여름 내내 더좋은여행과 랜드들의 줄다리기가 팽팽했다. 랜드는 못 받은 미수금을 달라 보채고 더좋은여행은 곧 투자금이 들어온다고 버텼다. 이미 상황은 기울어졌는데 서로 못 본양 기다린 것도 한참이다. 당시 더좋은여행에 상품을 공급했던 한 관계자는 “알면서도 기다리는 것”이라고 했다. 어쨌든 좋은 것이 좋은 것이니까. 


믿음이 홀라당 꿈이었다는 것을 깨달을 즈음 더좋은여행을 대상으로 랜드사들이 미수금 회수를 위한 소송을 걸기 시작했다. 그게 8월 말, 이어 9월 초에 더좋은여행은 폐업을 선언했다. 소송에 참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앞으로 몇 개월이 걸릴지 모르겠다”며 “시장 분위기도 좋지 않고, 돈은 떼였고, 소송 때문에 스트레스도 받는다”고 토로했다. 


여행사가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여행업보증보험, 기획여행업체라면 또 별도로 가입해야 하는 기획여행보증보험은 소비자를 구제하는 데 사용된다. 곧 여행사와 거래 관계였던 랜드사는 보험으로 구제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다른 방도가 있느냐고? 자체적으로 민사나 형사소송을 걸어 대응하는 것이 유일한 동아줄이다. 소송의 길고 긴 과정과 비용 부담 때문에 아예 포기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이 함정이지만. 실제로 영세한 랜드의 경우엔 미수금 때문에 현금 흐름이 막혀 망한 여행사를 따라 같이 도산하는 일도 발생한다. 


올해는 영 여행시장이 삐걱거린다. 몇몇 여행사가 줄줄이 도산하고, 큰 여행사도 결제일을 미룬다고 하는 정도니 랜드의 고충이 얼마 만큼인지 가늠이 안 될 정도다. 소비자 피해 구제만큼 랜드의 피해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할 때다. 법제도적 차원의 구제책 마련은 차치하고서라도 최소한 이제는 업계 내에서 B2B 거래상의 업체 피해를 구제하거나 최소화하는 방안을 고민해봐야 하진 않을까? 
 

차민경 기자 cham@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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