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방가, 비매너에 지친 주민은 ‘관광 싫어’
생활 방식 존중하는 ‘관광객의 의무’ 화두로
관광 의존도 클수록 문제 상황 복원력 중요

최근 북촌한옥마을이 뜨겁다. 서울여행의 대표 목적지로 인기를 끌면서 관광객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늘어난 관광객 때문에 북촌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면서 관광객이 주민의 삶을 침범하는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도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 9월16일부터 19일까지 열린 세계관광기구(UNWTO) 세계도시관광총회(Global Summit on Urban Tourism)에서는 ‘관광객의 의무’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다. 과거 관광객을 맞는 지역주민에게 환대의 의무가 주어졌다면 앞으로는 관광객으로서의 의무도 중요해질 전망이다. <편집자주>

지난 9월18일 열린 UNWTO 세계도시관광총회의 ‘도시관광과 도시재생' 세션
지난 9월18일 열린 UNWTO 세계도시관광총회의 ‘도시관광과 도시재생' 세션

●도마 오른 오버투어리즘


여행 시장이 확장되는 만큼 관광과 현지 주민의 생활을 어떻게 조화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해지고 있다. 성역없이 닥쳐오는 관광객의 발걸음부터 소음문제, 쓰레기 및 오염 문제 등 관광산업의 어두운 면이 점점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버투어리즘은 특히 유럽에서 논의가 활발하다. 전세계에서 관광객이 밀려드는 이탈리아 베네치아,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에서는 최근 관광객을 적대시하는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을 정도다. 


스페인마드리드시 관광부 미구엘 산즈(Miguel Sanz) 디렉터는 “유럽에서 지금까지 관광은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요소로 생각돼 왔지만 최근 정말 긍정적인가, 부정적인 변화는 없는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며 “실제로 유럽의 많은 국가들은 관광산업 활성화가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생각도 갖고 있는 것 같다. 관광객들이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거나 밤늦게까지 고성을 지르는 등 그곳에 살고 있는 주민을 배려하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관광은 여행자뿐만 아니라 지역주민에게도 좋은 효과를 일으킬 수 있도록 발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구엘 산즈 디렉터는 “마드리드의 경우 연 1,500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도시로 성장했지만 그 과정에서 지역 주민은 간과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과거 유럽 등 비슷한 환경과 역사를 공유하는 근거리 관광객이 주를 이뤘지만, 관광 시장이 글로벌해지면서 지금은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전세계에서 관광객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배경과 생활양식이 다르다보니 여행자와 주민 간의 갈등이 이전보다 심화되고 사회 문제로까지 부상하게 된다. 마드리드에서는 도시 차원에서 관광객에게 주민 삶의 방식이 어떻고, 이곳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알리는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 관광객과 주민 사이에서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고 있다. 미구엘 산즈 디렉터는 “관광객에게는 권리도 있지만 동시에 의무도 있다”고 강조했다. 

 

●기획 단계부터 ‘사람 중심’


앞서 관광 도시를 기획하는 단계에서부터 ‘어떻게 관광객과 주민이 조화를 이룰 것인가’를 고민할 필요성도 있다. 서울시는 서울시를 개발하는 관점을 기존 ‘도시개발’에서 ‘도시재생’으로 전환하고 ‘서울형 도시재생’을 기조로 삼았다. 서울시 김성보 재생정책 기획관은 “도시재생 개념은 경제 가치에 중점을 두고 도시를 개발하려고 했던 기존의 방식을 벗어나 사람 가치에 중점을 두고, 전통을 중시하는 관점”이라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곳이 세운상가다. 과거 전자상가로 사용되다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청년 창업가의 사무공간으로 탈바꿈 시키고 있다. 서울 성곽을 따라 있는 총 22개의 성곽마을도 도시재생 사업 대상지로 선정됐다. 각 지역의 역사와 특징을 살리는 동시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콘텐츠를 더할 계획이다. 


대도시에 밀집된 관광객을 중소형 도시로 분산하는 것 또한 관광도시의 피로도를 낮출 수 있는 방법으로 제시됐다. 오스트리아 린츠(Linz) 게오르그 슈타이너(Georg Steiner) 관광디렉터는 “거대 도시 뿐만 아니라 소규모 도시도 관광에서 중요한 전략으로 등장했다. 린츠는 인구 20만명 정도의 소도시지만 여러 문화적 콘텐츠를 보유하면서 관광객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며 “지금까지 관광에 있어서 여행자들이 중시하던 요소는 ‘역사’였지만 지금은 경험하는 것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창의적이면서 새로운 것을 경험할 수 있다면 도시의 크기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오스트리아 린츠는 2013년 유네스코창의도시네트워크에 소속됐고, 유네스코미디어아트도시에 선정됐다. 

이탈리아, 스페인 등에서는 관광객을 적대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정도로 오버투어리즘이 화두다
이탈리아, 스페인 등에서는 관광객을 적대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정도로 오버투어리즘이 화두다

 

●지속성 가져가려면 복원력 키워야


관광 산업에 대한 사회적, 경제적 의존도를 정확히 분석하고 문제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유네스코 피터 데브린(Peter Debrine) 시니어프로젝트오피서는 “관광지에서 술을 마시고 추태를 부리는 등 지역주민에게 반감을 일으키는 단순한 해프닝도 있지만 생활과 사회에 영향을 끼치는 변화도 많다”며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발생하는 교통 정체, 교통비 상승, 주차자리가 없는 등의 사회적 문제에도 책임이 있다. 주민은 물론이고 관광객 또한 책임의식을 나누고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원력도 중요하다. 말레이시아씽크시티 함단 압둘 마지드(Hamdan Abdul Majeed) 매니징디렉터는 “말레이시아 페낭에 지난해 큰 홍수가 발생해 많은 피해가 났는데, 사흘만에 온 도시가 재가동 됐다”며 빠른 복원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관광 의존도가 높은 지역일수록 관광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크기 때문이다. 높은 복원력으로 관광 산업의 지속성을 가져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차민경 기자 cham@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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