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의 바다를 생각하고 색채를 떠올린다. 그토록 뜨거웠던 바람의 촉감도 되살려 본다. 기억 속에서 퇴색하기 전에 오롯이 담아 두어야겠다. 통영은 그럴 가치가 있다. 

미륵산 정상과 그곳에서 내려다본 풍경
미륵산 정상과 그곳에서 내려다본 풍경

 

다시 있을 수 없는 풍경


여행은 미륵산에서 시작했다. 한려수도 조망 케이블카 앞에 이르러 올라야 할 산을 잠시 헤아렸다. 미륵산은 해발 461m의 비교적 아담한 산으로 통영의 시가지와 한려수도를 조망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꼽히는 산이다. 입구에서 케이블카를 타면 약 10분 만에 미륵산 정상 부근까지 다다를 수 있어서 오르내리는 것은 사실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케이블카에서 내린 후에는 걸어서 15분여, 나무 계단을 타고 미륵산 정상까지 올라야 했다.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온몸에는 이미 물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몸에서 삐져나온 땀인지, 운무가 만들어낸 흔적인지 분간조차 어렵다. 오르는 중에 고양이 한 마리를 보았다. 무심코 눈이 마주쳤는데 이 높은 곳에서 혼자 뭐하나 싶어 슬렁슬렁 따라가 봤다. 고양이는 박경리 묘소 전망 쉼터에서 길을 멈췄다. 따사로운 시 한 편 읽고 가라고 불러낸 모양이다. 그곳에서 나는 박경리의 유고시, ‘마음’을 읽었다.

미륵산으로 향하는 케이블카
미륵산으로 향하는 케이블카

 

미륵산 정상 비석의 존재를 확인하고서야 해무에 덮인 아득한 한려수도가 두 눈 가득 차올랐다. 아니, 풍경이 펼쳐졌다기보다는 내가 그 비경 속으로 성큼 들어와 버린 듯한 아찔함이 일었다. 한려수도는 한산도의 한(閑)과 여수의 여(麗), 그리고 두 지역의 앞바다를 잇는 물길(水道)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의 8경 가운데 하나로 호수처럼 잔잔한 물결 위로 군데군데 솟아 있는 남해안 섬들이 장관을 이루어 1968년에는 한려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오늘은 날이 흐린 관계로 거제도까지만 형체가 아득히 드러나는 정도였는데, 맑은 날에는 대마도까지도 보인다고 하니 한려수도의 완연한 경치란 어떤 그림일지 자못 궁금해진다. 그러고 보니 시인 정지용도 이곳을 다녀갔었다. 그는 기행문 <남해오월점철(南海五月點綴)>에서 통영에 대해 쓰면서, ‘미륵산 상봉에서 바라보는 통영 포구와 한산도 일 폭의 천연미는 다시 있을 수 없는 것’이라고 단언했었다. 과연 그 말이 옳다 싶어 무릎을 탁 쳤다. 

기자가 체험한 우수여행상품
홍익여행 www.ktxtour.co.kr
[럭셔리 요트투어+장사도+통영별미 문화체험]
모두투어 www.modetour.com
[新 한려수도 3일]
동백여행사 www.dongbaektour.com
[통영섬 완전일주]

 

김선주 기자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