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피랑 벽화
동피랑 벽화

 

●동쪽 벼랑 끝 어딘가에서


미륵산에서 버스를 타고 약 20분 거리에 있는 동피랑 마을로 향했다. 통영활어시장 앞에서 내렸는데 낮은 건물들 사이로 혼자 우뚝 솟아 있는 나폴리 모텔이 먼저 눈길을 끌었다. 문득 기시감이 불어왔다. 영화 <하하하>를 떠다니던 눅눅한 여름의 냄새가 코끝에 끈덕지게 달라붙는 것 같았다.


동피랑 마을은 활어시장 뒤쪽의 언덕에 자리한다. 이름도 ‘동쪽에 있는 높은 벼랑’이라는 의미의 통영 사투리에서 비롯되었다. 이곳은 서민들이 살아가는 마을로 한때 공원화하기 위한 재개발 계획이 세워지면서 철거의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그러자 2007년 10월 ‘푸른통영 21’이라는 시민단체가 마을 보존을 위해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그들은 ‘동피랑 색칠하기-전국벽화공모전’을 열었고, 그 소식에 하나둘씩 모인 각지의 예술가들이 담벼락에 벽화를 그려 넣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을은 어느새 입소문을 타서 지금까지도 수많은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관광 명소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동피랑 마을 정상의 동포루
동피랑 마을 정상의 동포루

 

●한여름의 통영, 그리움


마을 초입에서 언덕이 급격하게 가팔라지는 바람에 장마 같은 여름 땀을 쏟으며 한 걸음씩 올라야 했다. 더위에 지쳐 천천히 오르니 돌담의 벽화들도 하나둘씩 느슨하게 눈앞에서 일렁였다. 그림은 제각각 다채로웠는데, 그럼에도 한 가지의 일관성은 있었다. 어중간한 것 없이 탁 트여서 시원하고 솔직한 그것, 바로 통영에 대한 첫인상이었다.


언덕을 오르다가도 가끔씩 뒤를 돌아 통영이라는 곳의 느낌들을 조각조각 그러모았다. 그리고 마침내 마을의 정상인 동포루에 이르렀다. 미풍이 불어왔다. 아래로는 통영항과 시가지가 시원하게 펼쳐졌다. 아름다웠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진한 색채와 또렷한 선들을 보고 있자니 문득 통영을 사랑했던 화가 이중섭이 떠올랐다. 그의 그림 세계와 통영이라는 세상이 맞물려 보였다. 이곳에 머물던 2년여의 시간을 ‘이중섭의 르네상스’라고 표현하는 이유를 비로소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는 소 연작과 달과 까마귀 등 다수의 대표작을 이곳 통영에서 남겼다. 그에게도 통영은 오래도록 갈구해 온 영감으로 충만한, 그런 멋진 예향이 아니었을까.


한동안 동포루에 머물렀다. 문득 여름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끈한 남해의 바람과 강렬한 지붕의 색채, 그리고 비릿한 항구의 바다 냄새까지. 모든 것이 지극히 통영이었다. 언젠가 여름의 통영을 다시 그리워하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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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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