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동 대표
유경동 대표

가을바람이 차가워지면 여느 회사와 마찬가지로 호텔들도 내년도 예산편성에 돌입한다. 호텔을 먹여 살릴 시장 세그먼트(Market Segment)별 상황을 예측하고 그에 따른 2019년 한 해의 목표 매출을 결정 한 뒤에 비로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영업비용을 책정한다. 기업체 시장에서는 얼마의 매출을 올릴 것인지, 여행사를 통한 물량은 얼마의 가격에 몇 객실이나 판매 할 것인지, 영업과 마케팅 담당자들은 벌어들일 매출과 비용을 놓고 다음 한 해를 준비한다. 인건비도 책정해야 하고 마케팅비용도 가늠해야 한다. 미뤄놨던 욕실의 낡은 수도관도 교체해야 하며, 부서별 사용할 예산을 배정하느라 분주한 시기다. 늘 그래왔고 그러면 되는 일이다.


호텔의 영업 환경이 변화를 거듭하면서 비중이 높아가는 예산 항목이 생겨났다. 바로 디지털 마케팅 예산(Digital Marketing Budget)이다. 지금까지는 주로 SNS마케팅, 홈페이지 유지보수 등에 예산을 배정하고 활용해 왔다. 하지만 급변하는 호텔영업 환경에 맞춰 그 개념의 폭이 넓어지고 있어 전략적인 준비가 필요하게 됐다. 이제는 시스템의 도입뿐만 아니라 시스템 상호연동에 대한 비용도 추가되어야 하는 실정이다. 전산 담당자들의 식견과 경험뿐만 아니라 호텔의 영업을 담당하는 관련부서의 깊은 지식과 영업적인 전략에 기반해 디지털 마케팅 예산이 고려돼야 한다. 


확실한 매출 창출과 고객을 관리할 수 있는 분명한 방법을 알고 있음에도 예산이 없다는 핑계로 매번 미루다 보면 불상사가 일어나기 마련이다. 다음에, 다음에를 연호하다 보면 불과 몇 년 사이 경쟁호텔에 비해 우리호텔은 제자리를 걸으며 도태되는 경우를 흔히 목격하게 된다. 온라인 환경과 고객들의 여행패턴이  변화하면서 호텔들의 영업방식 전환을 촉구한지는 꽤 오래된 이야기다. 디지털 마케팅 예산을 짜다 보면 호텔 운영의 전체 그림에 대한 정비가 되어있지 않아 우왕좌왕하기 일쑤다. 내부적인 호텔의 운영환경도 디지털로 전환해야 하는 숙제가 있고, 고객을 확보하고 관리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도 디지털 환경 안에서 이루어 져야 한다. 호텔마다 운영사항에 대한 차이는 있겠지만 내부 운영환경에 대한 고려 사항 중 1순위는 기존 업무였던 보고 시스템의 점검이다. 호텔자산관리시스템(Property Management System, PMS)가 수행해야 할 리포트를 직원의 별도 업무로 수행하고 있지 않은지, 불필요한 리포트를 관습적으로 제작하고 있지 않은지를 점검해야 한다. 또한 각 부서별 실적이 자동적으로 집산돼 영업상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기존의 시스템이 효율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들여다봐야 한다.


최근 호텔에 추가된 업무 중 하나는 OTA시장에서의 경쟁사 가격 조사다. 이전에는 없던 업무지만 OTA가격을 결정하기 위해 불가피한 작업이니, 직원 중 누군가는 매일같이 OTA에 가격상황을 조사하고 자료를 만드는 시간을 투자하는 수밖에 없다. 호텔들은 업무와 비용의 득실을 따져 최근에는 가격비교를 전문적으로 해주는 전문회사의 시스템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호텔의 가격을 비교하고 평가하는 시스템 역시 디지털 마케팅 예산 배정 시 고려해야 할 신규 품목으로 자리매김 했다.


최근 국내 브랜드 호텔들이 PMS의 과감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 일환으로 PMS와 콘텐츠관리시스템(Content Management System, CMS), 예약엔진(Booking Engine)의 일체형 시스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외국계 체인 호텔들도 기존에 사용했던 오페라(Opera, 오라클 호스피탤리티의 PMS로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호텔 자산 관리 플랫폼)와 국내의 채널매니저 연동을 위해 예산을 편성하고 비용을 협의하기 시작했다. 도입하거나 연동해야 할 호텔의 디지털 환경과 시스템은 늘어만 가고 있다. 이제는 마냥 미루고만 있을 수도 없는 환경이 됐다. 돈 들어가는 일이 반가울 리 없겠지만 이제는 디지털 마케팅 예산이라는 항목이 면밀히 검토되어져야 할 시기임은 명백하다.

 

유경동
(주)루밍허브 대표 kdyoo@roominghu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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