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누리는 럭셔리한 요트투어
바다를 누리는 럭셔리한 요트투어

 

부드럽고 고운 모래와 끝이 보이지 않는 기다란 해변, 에메랄드 빛 바다는 하이난을 ‘동양의 하와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지도를 보니 하와이와 비슷한 위도 상에 위치해있다. 하지만 하이난에서 두바이나 제주도가 자주 떠올랐다. 이유가 있다.  

부드럽고 고운 모래와 끝이 보이지 않는 기다란 해변에 최신 리조트가 들어선 하이난은 깨끗하고 넓고 맛있었다
부드럽고 고운 모래와 끝이 보이지 않는 기다란 해변에 최신 리조트가 들어선 하이난은 깨끗하고 넓고 맛있었다

 

●healing 
유배당하고 싶었다


시간만 허락한다면 일주일 정도 지내고 싶었다. 한마디로 나는 이 곳에 유배당하고 싶었다. 하이난엔 특별히 신기할 것도,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놀라울 것도 없었다. 하지만 깨끗하고, 넓고, 맛있었다. 


중국 최남단에 위치한 섬, 하이난(海南省)은 서쪽으로 베트남을 마주하고 있다. 중국의 31번째 성(省)이며 크기는 대만과 비슷하다. 본토와 동떨어져 있어 과거엔 중국의 대표적인 정치적 유배지였지만 지금은 스스로 유배를 자처하는 현대인들의 고급 휴양지가 됐다. 고급이라고 칭하는 이유는 여느 여행지보다 리조트 수준이 높기 때문이다. 


북송 시인 소동파(1038~1101)는 정적에 의해 하이난으로 유배됐다. 대륙의 크기로 봤을 때 과거 하이난으로 유배당하는 것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말라는, 최소한 무기징역이나 다름없었을 것이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결국 소동파는 귀양을 마치고 대륙으로 올라오다가 죽었다. 추사 김정희도 19세기 중반 제주도로 유배된 후, 하이난으로 유배당한 소동파와 자신이 처한 상황을 동일시해 문학작품을 남겼다. 이런 인연으로 제주도는 하이난에 ‘팔월의 문’이라는 조각품을 선물했고 여전히 문화적인 교류를 이어나가고 있다.

공원에 자리한 조각품은 너무나 소박해서 지나칠 법도 하지만 한국인이라 그런지 본능적으로 눈에 띄었다. 그래서일까. 하이난에서 나는 하와이보다 제주도가 떠올랐다. 물론 하이난은 제주도의 19배나 될 만큼 거대한데다 대륙의 기상을 담은 초대형 건축물과 어마어마한 규모의 리조트로 외형을 화려하게 꾸며나가고 있는 점이 다르다.

반대로, 리조트 밖으로 5분만 나오면 중국 서민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다. 쓰러져가는 누추한 집들과 해진 옷을 입은 사람들을 보며 일행은 ‘천민자본주의’라는 단어를 허탈하게 내뱉었다. 시내 뒷골목으로 조금만 들어가면 철창으로 가려놓은 베란다 속에 빨래가 주렁주렁 매달려있었고 골목 풍경을 찍으려니 주민들이 거칠게 손사래를 쳤다. 나의 소소한 골목 탐험은 아쉽게 끝났지만 리조트에서만큼은 모든 것을 보상받았다.  

워낙 럭셔리해서 자칭 7성급으로 말하는 아틀란티스 리조트
워낙 럭셔리해서 자칭 7성급으로 말하는 아틀란티스 리조트
풀만 오션뷰 리조트
풀만 오션뷰 리조트
아틀란티스 리조트 아쿠아리움
아틀란티스 리조트 아쿠아리움

 

●resort  
가격은 3성급 가성비는 5성급  


“객실이 4,600개나 되는 리조트도 있습니다.” 재중동포 가이드는 하이난의 급격한 발전상과 함께 어마어마한 규모의 리조트를 여럿 읊었다. 일반적으로 객실이 500개만 넘어도 대형 호텔로 분류하는데, 하이난에선 객실 몇 천 개 쯤은 기본이다. 하이난은 리조트의 천국이다. 아니 리조트 건설을 위해 태어난 섬으로 보이기도 한다. 5성급 호텔과 리조트만 100개가 넘고, 2020년까지 5성급 호텔·리조트를 70개 이상 더 오픈할 예정이라니. 워낙 럭셔리해서 자칭 7성급으로 말하는 아틀란티스 호텔도 산야에 있다. 두바이를 연상케 하는 현대적인 쇼핑몰과, 흰고래인 벨루가가 수족관에서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아쿠아리움, 초대형 워터파크 등의 시설도 마련돼 있다. 해변에 맞닿은 너른 땅은 대부분 리조트가 들어설 부지다. 마치 바다위에 인공섬을 짓는 두바이처럼 하이난 개발의 끝은 보이지 않았다.  


하이난은 휴양지이기 때문에 리조트 선택이 여행의 성공 여부를 가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이난에는 ‘죽기 전에 꼭 봐야하는 명소’는 없지만 ‘웬만하면 머물러봐야 하는 리조트’는 있다. 지갑 사정이 허락하는 한 좋은 리조트에 머무는 것이 하이난 여행의 만족도를 높이는 한 방법일 것이다. 여행사 하이난 상품을 봐도 오전 스케줄은 거의 없는데, 리조트 안에서 여유로운 반나절을 즐기고 오후에 천천히 관광을 즐기라는 배려다. 특히 풀만 오션뷰 산야 베이 리조트는 중국 하이난 섬의 중심인 산야 베이(三亞灣)에 위치해 있고 공항과 시내에서 차로 15분 밖에 걸리지 않아 이동이 무척 편하다. 1박에 10만원 중반대의 가격으로 널찍한 룸과 킹사이즈 침대, 서너 명이 조촐한 파티를 열 수 있을 정도의 발코니와 고급 욕조를 누릴 수 있는 것은 하이난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가격은 3성급인데 가성비는 5성급을 훌쩍 넘는다. 

봉황도
봉황도

 

바다를 누리는 가장 럭셔리한 방법


매번 중국에 올 때마다 맛있는 원두커피가 없는 것이 내겐 고역이었다. 향긋한 모닝커피 한 잔으로 시작하는 아침이야말로 ‘이 삶이 아름답다’는 기분까지 들게 하는데 말이다. 작정하고 원두와 드리퍼까지 준비해서 갔지만 하이난에선 꺼내지도 않았다. 국제적인 휴양지답게 하이난 리조트에선 커피 인심이 후했다. 이탈리아산 브랜드 원두를 구비해놓고 바리스타가 정성껏 내려준다. 푹푹 찌는 아침부터 아이스커피를 무제한으로 마실 수 있는 것은 하이난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 커피를 두 잔 마시고 상쾌한 기분으로 산야 베이로 향했다. 바다와 리조트가 조금 지루해졌다면 추천하고 싶은 것이 요트 투어다. 특별히 액티브하거나 짜릿한 맛은 없지만 산야의 탁 트인 바다와 변해가는 도시의 모습을 광각렌즈처럼 바라볼 수 있는 편안하고 럭셔리한 방법이다. 


요트를 타고 20분 쯤 나가니 시야를 가렸던 구름이 점차 걷히면서 멀리 봉황도가 눈에 들어온다. 두바이를 벤치마킹해서 만든 인공 섬으로, 그 위엔 45구경 총알처럼 생긴 거대한 건물 다섯 채가 우뚝 솟아있다. 이 주상복합건물은 산야를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되었는데 평당 6,000만원을 호가한다. 현지 가이드는 하이난의 무서운 부동산을 여러번 설명했다. 밤엔 레이저쇼가 펼쳐져 색색의 조명이 산야의 밤하늘을 수놓는다. 처음엔 환호로 시작했던 요트 투어는 20분, 30분이 지나자 고요해졌다. 요트 안에 맥주가 없는 것이 아쉬워 몇몇은 선상에 벌러덩 누웠다. 때때로 오성홍기를 매단 검은 군함선도 지나가고 웃통을 벗은 어부가 탄 어선도 가까이 스쳐갔다. 선착장으로 돌아와 육지 끄트머리에 간신히 매달려있는 낡은 집이 보이니 현실 세계에 다시 닿은 기분이다.   

장예모 감독의 송성가무쇼, 1시간 밖에 되지 않는 짧은 공연 시간 동안 산야의 역사가 펼쳐진
장예모 감독의 송성가무쇼, 1시간 밖에 되지 않는 짧은 공연 시간 동안 산야의 역사가 펼쳐진

 

●show
1시간만 주세요,  하이난의 역사를 보여드립니다 


송성가무쇼는 항저우에서 시작했지만 하이난에도 있다. ‘1시간만 주세요. 하이난의 역사를 보여드릴게요‘라는 홍보 문구에 혹했다. 송성가무쇼가 유명한 이유는 장예모 감독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산야 천고정(三亞千古情)은  송성 엔터테인먼트 그룹에서 10억 위안을 투자한 여행관광지로 테마 공원과 문화 공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관광지다. 중국에서 찾기 힘든 커피숍도 산야 천고정 안에는 있다. 귀한 아이스 커피를 한 잔 사마시고 바로 송성가무쇼로 향했다. 공연 시간이 되니 어마어마한 중국인 관광객들이 한 곳으로 향했다. 1시간 밖에 되지 않는 짧은 공연 시간 동안 산야의 역사가 펼쳐진다.

하이난 원주민인 여족의 전설을 표현한 ‘녹회두 전설’부터 ‘감진스님의 일본행‘까지. 전통 공연과 서커스, 뮤지컬이 한 데 섞여 스케일이 남다르다. 갑자기 객석이 양 옆으로 이동하면서 공연장 천장에서 물이 쏟아지는가 하면 아름다운 전설을 표현한 부분에서는 객석에 붉은 꽃잎이 눈발처럼 휘날렸다. 공연장 전체를 무대로 활용하는 쇼는 일분일초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 마지막 장은 조금 충격적이다. 난데없이 천장에 김장비닐같은 거대한 투명장판이 깔리며 비키니를 입은 무희들이 파닥거렸다. 아마도 하이난 바다의 이야기를 하려는 모양인데 또 난데없이 쌈바 춤을 추는 무희들이 나타났다. 아직 내가 모르는 하이난의 역사가 있는 거겠지. 장예모 감독에게 이메일을 써서 대체 무슨 의미냐고 묻고 싶다.  

 

글·사진=김진 객원기자 chajin@naver.com  취재협조=모두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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